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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이슈+] 23년 만에… 전두환 전 대통령, 5·18 관련 재판정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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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당시 한 신부의 헬기 목격 증언을 비난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7) 전 대통령이 광주에서 첫 재판을 받는다.

광주지법은 오는 27일 오후 2시 30분 형사8단독 김호석 판사 심리로 이 사건의 첫 재판을 한다고 22일 밝혔다.

세계일보

12·12 및 5·18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1996년 첫 재판 당시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나란히 서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전 전 대통령이 지난해 4월 펴낸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조비오 신부의 증언을 거짓이라고 주장한데서 사건의 발단이 시작됐다.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회고록 1권·484쪽)’라고 비난한 것이다.

조 신부의 유족이 전 전 대통령을 고소했으며, 지난해 5월 검찰은 사자명예훼손로 불구속 기소했다. 전 전 대통령은 재판 준비 등을 이유로 두 차례 연기 신청을 해 5월, 7월 각각 열릴 예정이었던 재판이 모두 연기됐다.

그러나 이번엔 전 전 대통령이 재판에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재판부는 두 차례 재판이 미뤄졌고, 전 전 대통령이 연기 신청을 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 재판을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또 전 전 대통령 변호인이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점도 출석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정주교 변호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오는 27일 광주지법 재판에 출석하기로 결정하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형사재판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는데다, (광주지법에) 건강상 이유, 관할권 위반등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재판 절차에 따라 고심 끝에 출석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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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서 민주화 운동·민주 열사 유가족 단체 및 시민사회단체가 전두환 전 대통령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 전 대통령이 5·18과 관련해 ‘광주의 재판정’에 서는 것은 ‘광주민중항쟁’이후 38년 만에 처음이다. 전 전 대통령이 법정에 다시 서게 될 경우 1995년 12·12 군사반란, 5·18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지 23년 만이다. 광주고·지법에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재판을 받은 사례이기도 하다.

이처럼 전 전 대통령의 재판 출석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법원이 분주해졌다. 당초 재판이 예정된 402호 법정이 협소한 만큼 대법정인 201호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재판은 기존 형사재판과 마찬가지로 공개된다. 방청석은 27석이며, 언론에는 4석이 배정됐다.

또 전 전 대통령의 신분을 감안, 신변 문제나 돌발 상황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경호 대책을 마련 중이다. 경찰에도 경호를 요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 전 전 대통령이 실제로 법정에 나올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형사재판에서 전 전 대통령이 특별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부는 구인장을 발부해 강제 구인할 수 있다.

광주지법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이 실제 출석할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면서 "그러나 예정대로 재판이 진행되는 만큼 출석을 전제로 재판을 준비 중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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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당시 전일빌딩 주변을 선회하는 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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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재판의 쟁점은 전 전 대통령이 5·18 당시 헬기사격을 알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뒤 지난 5월 전 전 대통령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광주지검(형사 1부)은 “그동안 수집된 자료를 종합할 때 5·18당시 헬기 사격은 있었으며, (전 전 대통령이) 헬기 사격 여부를 충분히 인지할 만한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기소 의견을 밝힌 상태다.

검찰은 지난해 4월부터 1년여 동안 주한미국대사관 비밀전문을 비롯한 50만쪽에 이르는 국가기록원 자료 및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관련 수사 및 공판 기록, 헬기사격 목격자(47명) 및 참고인 진술 등 방대하고 객관적인 자료들을 통해 회고록 내용이 허위이며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전 전 대통령측은 “‘헬기기총소사’ 부분은 5·18 당시 계엄사가 아닌 보안사 소속으로 직·간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며 “회고록 집필도 책임정리자인 민정기 전 비서관이 한 만큼 자신과는 상관 없는 일”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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