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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취하는 칼로리가 갑자기 적어지면 신체는 지방을 최대한 아끼고 근육을 먼저 분해해 에너지로 이용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들어오는 연료가 줄어들면 몸은 장기가 쓸 연료를 보존하기 위해 칼로리 소모를 줄인다”며 “혈액순환이 느려지고 장기가 원활히 일하지 못해 노인처럼 대사 상태가 느려진다”고 말했다. 인체는 이를 비상 상황으로 인식해 에너지를 비축하려는 방향으로 전환한다. 그러다 다시 섭취하는 칼로리가 많아지면 근육이 빠진 자리를 지방이 채운다.
요요를 반복하면 체지방률이 높아져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같은 건강 지표가 나빠진다. 박경희 교수는 “눈에 보이는 체중계 숫자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신체 여러 지표가 나빠지는 게 더 문제”라며 “요요 탓에 체지방이 느는 방향으로 체성분 비율이 바뀌면서 각종 심혈관 질환의 위험 지표가 악화한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요요는 심장 질환 발병 위험을 높인다. 미국 심장협회는 폐경기 이후 여성 15만8000명을 대상으로 11년을 추적·관찰한 결과, 체중 감량을 시도했다가 요요를 반복적으로 겪은 여성은 체중을 일정하게 유지한 여성에 비해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할 위험이 3.5배 높고, 협심증 등 관상동맥(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 질환 때문에 사망할 위험이 1.7배 높아진다고 2016년에 발표했다.
폐경 이후 심장마비사 가능성 3.5배
체중 변동 폭이 크면 당뇨병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국내 연구도 있다.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이은정 교수 연구팀은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는 4800여 명의 4년간 체중 변동 폭과 당뇨병 발생 여부를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체중 변동 폭이 큰 사람의 당뇨병 발생률은 체중 변화가 거의 없는 사람의 1.8배였다. 이은정 교수는 “요요가 반복돼 체지방률이 높아지면 특히 복부 지방이 잘 쌓이는데 이 지방이 핏속으로 흘러 들어가 지방이 있어야 할 곳(지방세포)이 아닌 간 등 다른 조직에 쌓인다”며 “그러면 콜레스테롤·중성지방이 많이 생겨 인슐린 저항이 증가해 당뇨병으로 갈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는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건강의 기본이다. 박민선 교수는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게 건강에 좋다”며 “요요가 반복돼 혈압·혈당이 들쭉날쭉하면 각 장기로 가는 혈액의 흐름이 나빠져 장기 기능이 떨어지고 혈관이 미세하게 손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일례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오르내리면 치매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가 있다. 미국 심장협회의 ‘순환기저널’(2016)에 실린 연구를 보면 70~82세 4428명을 대상으로 나쁜(LDL) 콜레스테롤의 변화 폭과 인지 기능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LDL 콜레스테롤 변화 폭이 가장 클 때 테스트에 대한 정답이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변화 폭이 가장 적을 때보다 평균 2.7초 더 걸렸다. 또 LDL 콜레스테롤 변화 폭이 가장 컸을 때 뇌로 가는 혈류량이 평소보다 줄었다. 뇌로 공급되는 혈액량이 줄어들면 기억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고 치매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진다. 연구진은 LDL 콜레스테롤이 요요 현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므로 지나친 다이어트와 요요 현상의 반복이 치매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콜레스테롤 관리도 안 돼 치매 위험
요요는 살찌기 쉬운 체질로 바뀌는 지름길이다. 근육량이 줄고 체지방이 많으면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고 대사가 느려진다. 체지방률이 30%였던 사람이 요요 현상을 여러 번 겪으면 체중이 본래로 돌아가더라도 체지방률은 40%로 늘어나는 식으로 변화한다. 박경희 교수는 “에너지가 들어오면 쓰지 않고 비축하겠다는 신체 반응인데 살찌려고 준비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체중 감량을 시도할 땐 더디더라도 인체가 적응할 시간을 주면서 꾸준히 시행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박민선 교수는 “열량 섭취의 변동 폭이 크면 몸이 살기 위해 요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굶는 다이어트가 아닌 삼시 세 끼 적정량을 먹는 다이어트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만 치료제에 의존해 생활습관은 바꾸지 않고 단기간에 체중을 감량했던 사람도 요요를 피할 수 없다.
하루 500칼로리 덜 먹기로 다이어트
올바르게 체중을 감량하고 유지하려면 ▶6개월에 체중의 10% 정도 또는 한 달에 체지방 2㎏ 감량을 목표로 하고 ▶식사 횟수와 음식의 가짓수는 줄이지 말되 하루 500㎉ 정도의 양을 줄이며 ▶칼로리가 낮고 포만감이 있는 야채와 근육의 재료가 되는 단백질 식품을 챙겨 먹고 ▶시간이 나면 일어나 걷는 등 일상 속 신체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
과자 한 봉지로 끼니를 때우는 것보다 빵에 삶은 계란과 우유를 먹어 단백질을 곁들이고 오이·당근 같은 섬유질을 같이 먹는 것이 낫다. 사무실에 운동화를 갖다 두고 시간이 될 때 10분씩 걷는 등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활동량을 늘리면 좋다.
다이어트 초반에는 적게 먹는 데 반해 활동량이 많은데, 이때 몸이 저항을 해 체중이 정체되는 시기가 있다. 운동을 병행해 근육량이 늘면서 체중이 함께 증가하기도 한다. 박경희 교수는 “근육량과 체지방이 조정되는 시기가 있는데 시간이 흐르면 몸이 변화한 상황에 적응한다”며 “초반에 체중계 숫자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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