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급증하고 있는 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금융권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자영업자 여신심사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3월부터 은행권에 자영업자 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시행 중이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수준으로는 충분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보고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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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시행 중인 가이드라인은 자영업자 대출이 특정 업종에 몰리지 않도록 은행별로 관리업종을 선정해 관리하도록 했다. 은행은 3개 이상의 자영업종을 관리업종으로 선정해 대출 총액이 자체적으로 정한 한도에 가까워지면 대출심사를 깐깐하게 하고 있다. 주로 부동산임대업, 음식업, 도소매업, 숙박업이 관리업종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에도 불구하고 이들 업종의 대출액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 도·소매, 숙박·음식점업 대출 증가폭이 6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부동산업 대출도 7조원이 늘었다.
부동산 임대업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가이드라인은 부동산 임대업자가 신규 대출을 받을 때 이자상환비율(RTI)이 150%(주택임대업은 125%)를 넘으면 안 된다고 권고하고 있다. RTI는 연간 임대소득을 대출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이다.
하지만 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이런 규제들이 가이드라인 수준이라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가이드라인은 금융회사들의 자율규제에 맡겨놓는 것이라 지키지 않아도 금융당국이 따로 제재를 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한 단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우선 은행에 대한 현장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가이드라인 운영 실태를 파악하고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3월에 은행권에서 가이드라인을 시행한 이후 RTI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현장에서 점검한 적이 없다"며 "이번에 현장 점검을 통해 개선할 부분을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영업자 대출을 지나치게 옥죄면 오히려 영세 자영업자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여당 차원에서 자영업자 지원을 늘리는 와중에 금융당국만 반대로 움직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자영업자 대출이 지나치게 늘어나지 않도록 적당 수준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자영업자 대출액은 지난 7월말 기준으로 304조6000억원에 이른다. 올해 들어서만 15조8000억원이 증가했다. 한국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집계는 중소기업 대출 중 자영업자 대출만 계산한 것인데, 자영업자의 가계대출까지 합하면 전체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600조원을 돌파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을 조이면 자영업자들이 고금리의 늪에 빠질 수 있다"며 "실수요자에게는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하되 부동산 투기를 위한 우회대출을 발라서 차단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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