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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트럼프 행정부 결국…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 지원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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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 국무부 “난민 공동체 기하급수적 증가…기구 운용 문제 많아”

유엔 “미 결정에 유감” 팔레스타인 “민족에 대한 공격” 반발



미국 정부가 팔레스타인 난민을 돕기 위해 설립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자금 지원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이스라엘의 봉쇄로 지독한 실업률과 식량난에 시달리는 가자 지구 등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유엔과 팔레스타인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비인도적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어 “지난 1월 6000만달러(약 670억원) 원조를 끝으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는 이스라엘의 건국 당시 쫓겨나거나 중동전쟁을 피해 탈출한 팔레스타인을 돕고 보호하기 위해 1949년 설립됐다. 이 기구는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 지구, 가자 지구뿐 아니라 요르단·레바논·시리아에 있는 530여만명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교육, 보건의료, 복지활동 등을 책임진다. 또 중동지역에 흩어진 팔레스타인 711개 학교(약 50만명 통학)와 144개 진료소(연간 900만명 진료)를 지원한다.

미 국무부는 “많은 국가들이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왔지만 국제적인 대응은 충분치 않았다”며 “지원금을 받는 난민 공동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조직은 지속 불가능한 위기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은 사업 모델과 재정 운용 측면에서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며 “미국은 이 끔찍하고 구제할 길 없는 작전에 더는 자금을 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 때 팔레스타인을 탈출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 후손들에게도 난민 지위를 부여하면서 지원해야 할 난민 숫자가 500만명에 이른 것을 문제 삼아 왔다. 특히 미국은 지원금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게 흘러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미국은 난민 지원대상을 현재의 10분의 1인 50만명 정도로 줄이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자금 지원 중단으로 기구는 존립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선언한 후 팔레스타인으로 들어가는 난민구호기금을 축소하겠다고 압박해왔다. 지난해 난민구호기금 30%가량인 3억6천만 달러(약 4023억원)를 지원한 미국은 지난 1월 6000만달러만 지원하고 급기야 지원 중단을 발표했다. 이에 난민구호기구는 지난 7월 자금난을 호소하며 주요 국가들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고, 일부 프로그램을 취소하고 인력을 줄이는 자구책을 발표했다. 최근엔 가자 지구 병원 250곳과 물, 위생 시설을 최소 수준으로 운영하기 위한 유엔 비상자금도 바닥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은 미국의 결정에 유감을 표명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난민구호기구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에게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해당 지역의 안정에 중요한 기여를 하는 기관으로 유엔의 전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며 “미 정부의 결정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도 미국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팔레스타인 민족에 대한 명백한 공격이자 유엔 결의안에 대한 도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가자 지구를 점령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도 “미국의 결정은 팔레스타인 민족이 (자신들의 땅으로) 돌아갈 권리를 완전히 없애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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