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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다시 불붙은 명성교회 세습 논란, ‘반전’은 찾아올까요? [더(The)친절한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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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 친절한 기자들]

명성교회, 지난해말 담임목사직 ‘변칙세습’

올 8월 해당 교단 재판국에서 ‘유효’ 판결 내자

성명·동맹휴업·검찰 진정서 등 반발 줄이어

“한국 교회 전체 위기” “세습 철회해야”

10일 열리는 예장통합 총회 주요 의제 될 듯


한겨레

명성교회 전경. 사진 김현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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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교회 전경. 사진 김현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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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교회 ‘부자세습’ 논란이 지난해에 이어 다시 불붙는 모양새입니다.

기름을 부은 건 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 통합) 총회재판국이 지난달 7일 내린 판결입니다. ‘창립자인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의 담임목사직 청빙은 유효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판결을 비판하며 세습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이 잇따랐고 장로회신학대학교 학생들은 1989년 이래 처음으로 ‘단체 수업거부’ 중입니다. 3일에는 세습에 반대하는 예장 목회자 900명이 ‘총회헌법수호를 위한 예장목회자대회’를 열었습니다. 한 교회의 문제를 두고 목회자들이 모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같은 날, 명성교회 비자금·비리 의혹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가 검찰에 제출되기도 했습니다. 세습 강행 이면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철저히 밝혀달라는 것입니다.

신학생부터 목회자까지, 이들은 왜 지금껏 싸우고 있을까요? 그 이유를 명성교회 ‘부자세습’ 진행 과정을 돌아보며 정리해봤습니다.

■ 교단 헌법 ‘세습 금지’ 천명 불구 ‘변칙 세습’

“해당 교회에서 사임 또는 은퇴하는 담임목사의 배우자 또는 직계비속과 그 배우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개신교단인 예장 통합은 2013년 9월 열린 총회에서 ‘세습 금지’를 천명한 헌법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1033명이 참석한 총회 투표에서 찬성이 870표로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있는 명성교회는 예장 통합 교단 안에서도 교인 수가 가장 많은 초대형 교회입니다. 재적 교인은 10만명, 출석교인은 5만명 정도입니다. 1980년 이 교회를 세운 김삼환 목사는 예장 통합의 교단장뿐 아니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과 세계교회협의회 총회 대표대회장을 지낸 ‘한국 개신교의 얼굴’로 꼽힙니다. 명성교회는 방대한 경제공동체이기도 합니다. 기독교 방송국 C채널, 경북 영주 영광여중고, 안동 성소병원 등 여러 사업체를 거느리고 있고, 민영 교도소인 경기도 여주 소망교도소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명성교회 세습의 덫)

교단 안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지닌 명성교회가 교회 합병이라는 변칙을 통해 ‘부자세습’을 강행하자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거셀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3년 교단 총회가 결의한 ‘세습금지법’을 정면으로 어겼다는 것입니다. <한겨레>는 2017년 10월26일치 사설에서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한국 개신교 최대 교단의 하나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의 서울동남노회가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통과시켰다. (중략) 노회의 세습안 통과는 예장 통합 교단 최고기구인 총회가 2013년 결의한 세습금지법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다. (중략) 명성교회는 3월에 세습금지법을 피하기 위해 김하나 목사의 새노래명성교회와 명성교회를 합병하는 변칙 세습안을 공동의회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김삼환 목사와 옹위 세력은 법도, 절차도 다 무시한 채 세습을 향해서만 돌진해왔다고 밖엔 볼 수 없다.”



그리고 2017년 11월12일 김하나 목사가 명성교회 담임 목사에 취임합니다. 김삼환 목사는 아들 김하나 목사에게 직접 착용했던 성의를 입혀주고는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기도를 했습니다. 이어서 “우리는 교회 사유화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교회 사유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교인들의 외침이 이어졌습니다. 예배위원 십여명이 달려들어 교인들을 밖으로 끌어냈습니다. (▶관련기사: 명성교회 담임목사에 김하나 목사 취임…‘부자 세습’ 완결)

한겨레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공동대표인 김동호 목사가 지난해 11월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앞에서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와 장남 김하나 목사의 교회세습을 비판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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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단 재판국 ‘세습 인정’ 충격파 …“유전무죄 판결”

“교회 사유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들은 ‘청빙 무효’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달 7일 교단 총회재판국의 판결은 이 소송에 대한 응답이었습니다.

재판국은 (부자세습이 이뤄지기) 2년 전인 2015년 말 김삼환 목사가 이미 은퇴했기 때문에 ‘은퇴하는’이라는 헌법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에 대해 기독법률가회는 지난달 13일 입장문을 내고 “명성교회 쪽은 변론 과정에서 세습 금지 조항은 교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무효이고 이미 은퇴한 목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리를 떠나 건전한 상식인의 눈으로 보아도 기이한 주장이지만, 재판국은 그와 같은 주장이 맞다고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인 김정태 목사는 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경악을 금치 못하는, 너무 충격적인 결과였다”고 당시를 돌이켰습니다. 김 목사는 “(교단 헌법의) 세습 방지 규정이 상식적으로 누가 봐도 명확하기 때문에 당연히 이길 것으로 봤다”며 “재판국이 얼마나 (쉽게) 큰 교회에 휘둘리는지 알게 됐다”고 비판했습니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는 지난달 8일 낸 논평에서 “총회재판국은 명성교회의 부와 권력에 무너졌다”며 “이 판결은 한국교회의 개혁을 꿈꾸는 젊은 목회자와 신학생들의 세습반대 절규를 외면한 유전무죄의 판결”이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세습논쟁이 한국교회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김삼환 목사가 한때 회장을 맡기도 했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신학위원회는 3일 성명서를 내고 “명성교회의 경우 소속 교단의 법과 질서를 거스를 뿐만 아니라 개신교 전체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가운데 강행되고 있다”며 “하나님의 이름을 앞세워 특정인이 교회의 권력을 독점하려는 일체의 시도는 그 어떤 형태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사악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공익과 공의를 위해 세워진 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는 종교를 떠나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명성교회 세습 철회를 위한 예장 연대’에서 진행 중인 공동서명 프로젝트에는 4일 오후 2시 현재 9612명이 참여했습니다. 이는 온라인 서명만 집계한 것으로 오프라인 서명까지 합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질 예정입니다.

■ ‘세습 철회’ 반전은 찾아올까

과연 명성교회는 스스로 세습을 철회할까요? 그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을까요? 김정태 목사는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이번 세습이 “긴 시간 동안 계산한 결과”이자 “기복신앙이라는, 이제껏 명성교회가 추구한 목회 방향의 결과”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명성교회 교인이 전한 최근 교회의 분위기도 이러한 지적에 힘을 싣습니다. 3일 열린 ‘총회헌법수호를 위한 예장목회자대회’에서 이 교인은 “교인들은 교회가 잘못한 것을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잘못을 인지해도 교회 내의 분열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침묵하거나, 하나님께서 알아서 하실 거라면서 교회 잘못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비난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참석한 목회자들을 향해 “10일 열릴 총회에서 이 사태를 바로잡아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10일 열리는 예장 통합 제103회 총회에서는 명성교회 부자세습 논란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명성교회 세습을 사실상 인정한 재판국 판결에 재심을 청구하는 방안, 현재 헌법 규정을 더욱 명확하고 엄격하게 고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과연 반전은 찾아올까요? 상식에 맞는 결과를 기대합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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