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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대중가요도 클래식처럼 ‘병역특례’ 현실성 있을까요? [더(The)친절한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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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 친절한 기자들]

문체부 예술·체육인 병역특례 제도 개선 논의 TF 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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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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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촉발된 체육계 ‘병역특례’ 문제가 문화계로도 번지고 있습니다. ‘손흥민 선수가 ‘국위’를 선양해 병역혜택을 받는다면, 조성진·선우예권 같은 클래식 분야의 예술가들이 군복무를 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톱스타로 대한민국을 빛내고 있는 방탄소년단은 왜 적용 대상이 안되느냐’, ‘이런 논란을 원천봉쇄하려면 체육·예술요원들의 병역특례제도를 아예 없애는 게 맞지 않느냐’ 이런 식이지요. 논란이 커지자 문화체육관광부는 5일 예술·체육인들에 대한 병역특례 제도 개선 논의에 대응하기 위해 전담팀(TF)을 구성했습니다.

예술인들에 대한 병역특례는 1973년 ‘병역특례 규제에 관한 법(병역특례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됐습니다. 국가산업 육성과 경쟁력 제고, 국위선양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게 군복무 대신 ‘본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그러나 1980년 이후 저출산이 이어지면서 병역자원이 감소하자 적용 대상은 점차 축소됐고, 1984년엔 병역특례법이 폐지(병역법에 흡수)되면서 ‘병역특례’라는 용어도 공식적으론 사라졌습니다(병역특례는 법적 용어는 아니지만 일상적으로 통용되고 있어 그냥 병역특례라고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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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분야에서 병역특례를 받으려면 어떤 요건이 필요할까요? 현재 예술요원은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제예술경연대회에서 2위 이상 입상하거나 국악 등 국제대회가 없는 분야의 국내예술경연대회 1위를 해야 합니다. 병무청이 명시한 대회는 차이콥스키·쇼팽 콩쿠르 등 국제음악경연대회, 로잔콩쿠르 등 국제무용 경연대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같은 국내예술경연대회 등입니다. 이에 비해 실용음악이나 대중음악에 종사하는 뮤지션들은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병역특례 대상자가 된다고 완전한 군 면제를 받는 건 아닙니다. 예술요원이 되면 4주간의 기초군사교육을 포함해 34개월 동안 자신의 경력과 관련된 활동을 이어가야 합니다. 또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재능기부 같은 봉사활동도 544시간을 채워야 합니다.

세계적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스타 피아니스트인 김선욱, 선우예권, 조성진 등도 예술요원으로 복무했습니다. 김선욱은 클라라 하스킬 콩쿠르(2005)와 리즈콩쿠르(2006)에 잇달아 우승하며 병역 혜택을 받았고, 복무 기간과 봉사 기간도 현재 모두 끝난 상태입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2016) 우승으로 이름을 알린 선우예권도 이 대회 우승 전인 센다이 콩쿠르(2013)에서 이미 병역 혜택을 받았습니다.

조성진의 경우는 병역특례가 큰 뉴스거리로도 다뤄지기도 했습니다. 조성진이 2015년 10월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하자 한 일본인 피아니스트가 ‘조성진이 병역특례를 위해 우승밖에 관심 없었다’며 우승을 비하한 사건이 터졌습니다. 팬들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언론의 관심이 쏟아진 이 사건은 조성진이 이미 하마마쓰 콩쿠르(2009)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하면서 병역특례 대상자가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인 피아니스트의 사과로 마무리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외국에서도 우리나라의 병역특례에 관심이 많은 거겠죠?

당연한 일이겠지만, 예술문화계에선 예술요원에 대한 병역특례가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류태형 클래식평론가는 “병역을 피하려는 게 아니라 일생을 건 커리어를 유지하려는 것”이라면서 “2011년에도 병역 혜택을 주는 대회가 크게 축소(123개에서 30개)됐는데 지금보다도 더 축소된다면 음악을 하기 위해 국적을 바꾸는 예술인들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일각에선 과거와 달리 한국 예술인들이 국제대회에서 수상하는 일이 많아진만큼 개인적인 업적 때문에 군복무에서 면제해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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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아이돌’로 빌보드 ‘핫 100’ 차트 1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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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계와 형평성을 따지면 억울하겠지만, 대중음악계 쪽에서 공식적으로 나오는 목소리는 아직 없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세계적인 권위를 유지해온 국제 콩쿠르 같은 ‘기준’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동안 연예인들의 군복무 기피 문제로 말썽이 잦았던 탓이겠지요. 오히려 특정 연예인이 한류스타이니 군복무 면제 혜택을 줘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면 ‘비난의 쓰나미’가 불보듯 뻔하지 않겠습니까. 한 대중음악 관계자는 “국외 활동의 활발함, 빌보드 몇 위 등 국위선양 기준을 어떻게 볼 건지 모호한 점이 있다”며 “선명한 기준을 세우기 어렵기 때문에 대중가요에 병역특례를 주는 건 현실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병역자원의 수급을 책임지는 병무청 입장에선 체육·예술 요원들의 병역특례 문제 해법은 후순위입니다. 1년에 수만명이 넘는 전환복무·대체복무 등 기타 다양한 병역특례 제도부터 손보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지요. 한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문재인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방개혁의 큰 틀에서는 병역특례의 단계적 축소·폐지가 원칙”이라며 “아마 체육·예술요원들의 특례 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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