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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김성태 대표가 노회찬 의원 장례식장서 한 약속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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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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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치부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담당하고 있는 서영지입니다. 정치부에 온 지 5개월 차에 접어들었지만, 정치를 제대로 알기란 여전히 어려운 거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어렵게 합의를 해놓고도 번번이 약속을 깨고 ‘어깃장 정치‘를 하는 모습이 가장 당황스럽습니다.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아직 구성조차 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됐는데도 자유한국당만 위원회 명단 제출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7월10일로 거슬러 올라가보겠습니다. 이날 원내교섭단체 4당(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평화와 정의 의원모임’)은 20대 후반기 원 구성에 합의했습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함께 만든 원내교섭단체인 ‘평화와 정의 의원모임’은 18개 상임위원장 중 2자리를 요구했습니다. 협의 끝에 민주평화당이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장을 맡고 정의당은 비상설 특별위원회인 정개특위원장을 맡기로 했습니다. 정의당은 오래전부터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해왔고, 이는 별세한 고 노회찬 원내대표의 숙원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여야는 ‘특별위원회 위원은 18명으로 하며, 위원은 여야 동수로 한다’는 합의문에 사인까지 마쳤습니다. 정개특위원장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내정됐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이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법(48조)을 보면,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된 날부터 5일 이내에 위원을 선임하게 돼 있습니다. 정개특위 구성결의안은 지난 7월26일 본회의에서 의결됐습니다. 자유한국당은 법을 어기고 있는 셈입니다.

자유한국당이 내세운 이유는 이렇습니다. “원내교섭단체를 (염두에) 두고 여야 동수 구성에 합의했다. 그렇게 하면 민주당 9명, 자유한국당 7명, 바른미래당 2명(애초에는 각각 9명, 6명, 2명과 정의당 1명)이 돼야 한다.”(윤재옥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

쉽게 말하면, 노 의원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평화와 정의의 모임’ 소속 의원 숫자가 19명으로 줄어들어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잃었으니 정의당을 정개특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민주당이 한 자리를 양보하라고 합니다. 정의당은 ‘범여권’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야권이 수적으로 열세라는 주장입니다. 애초 정의당을 야당 몫으로 배정해놓고 이제와서 딴 소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 지역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1명을 국회의원으로 선출하는 현행 소선거구제는 거대 양당(민주당, 자유한국당)에만 유리한 제도라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 왔습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015년 2월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제안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이 개정안에는 의원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되 지역구 의원을 200명(현재 253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명으로 늘리는 안이 담겼습니다.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권역별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선관위 방안대로 2016년 4월 20대 총선을 치렀다면 결과는 어땠을까요?

선관위가 내놓은 분석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123석에서 102석으로 21석이 줄어들고,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현재 122석에서 108석으로 14석이 줄어들게 됩니다. 반면 정의당은 현재 6석보다 17석이나 많은 23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거대 양당의 경우 본인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만큼 겉으로는 선거제도 개혁을 외치면서 속내는 복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민심 그대로를 반영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대다수 국민들의 오랜 요구입니다. 지금은 5개 정당 모두가 선거제도 개혁 필요에 공감한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제도개혁의 ’최적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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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3일 노회찬 의원이 별세한 날, 전날까지 함께 미국을 방문했던 4당 원내대표가 황망한 표정으로 장례식장을 찾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포함한 이들은 심상정 의원을 위로하며 “정개특위위원장을 정의당으로 하겠다는 합의는 꼭 지키겠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그 약속을 되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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