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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2015년 뚫렸던 메르스 방역망, 지금은 어떨까요 [더(The)친절한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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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 친절한 기자들

‘메르스 대응지침’과 감사보고서 살펴보니

밀접 접촉자 기준 바뀌고, 일상 접촉자 추가

음압병실 79곳에서 150곳으로 2배 늘어나

일선 병·의원 지침 배포에도 신경써


한겨레

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 4일째인 9월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서울병원 입구 앞에 게시된 메르스 안내문 앞으로 마스크를 쓴 병원 관계자 등이 지나가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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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한국 사회는 3년 전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뚫렸던’ 방역망이 지금 어떻게 보강됐는지를 살피면, 그 답이 보일 듯합니다. 질병관리본부(질본)의 ‘메르스 대응지침’과 감사원이 질본 등 18개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보고서(2016년 1월 발간), 대한감염학회가 펴낸 ‘메르스 연대기’(2017년 6월 발간) 등을 바탕으로 2015년과 2018년 한국의 방역관리 체계를 점검해봤습니다.

■ 밀접 접촉자

11일 현재 메르스 확진 환자인 ㄱ씨의 ‘밀접 접촉자’는 21명입니다. 밀접 접촉자는 ‘환자와 2미터 이내에 머문 경우’ ‘같은 방이나 공간(항공기·병실 등)에 머문 경우’ ‘환자의 호흡기 분비물과 직접 접촉한 경우’ 등 세가지 조건 가운데 하나 이상에 속하면 해당됩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의 기준은 달랐습니다. 당시 대응지침에는 ‘환자와 신체적으로 접촉한 사람 또는 환자가 증상이 있는 동안 2미터 이내의 공간에 1시간 이상 머문 사람’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1시간 이상’이 문제였습니다. 병원에서 확진 환자와 같은 층의 다른 병실에 있었거나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던 사람들이 ‘1시간 이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밀접 접촉자에서 빠졌고 이들 가운데 환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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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본이 참고했다고 밝힌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지침에는 시간 기준이 사실 없었습니다. 2016년 감사원은 “메르스 대응지침이 부실하게 제정되었다”고 지적했죠. 앞서 메르스 사태가 터진 직후에 질본은 밀접 접촉자 기준에서 ‘1시간’을 삭제하고 기준을 구체화했습니다. 일상 접촉자라는 기준도 추가돼 방역망이 촘촘해졌습니다. 일상 접촉자는 확진 또는 의심 환자와 동일한 시공간에 있었던 사람 가운데 역학조사관이 판단하기에 관리가 필요한 사람이 해당됩니다.

■ 음압병실

현재 ㄱ씨가 입원해 있는 서울대병원 음압병실은 1인실입니다. 서울대병원 음압병실 7곳은 모두 1인실이라고 하네요. 2015년에는 1인실 2곳, 2인실 2곳이었는데 메르스 사태 이후에 모두 1인실로 바꿨다고 합니다. 음압병실이란 병실 내부의 기압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환자가 배출한 바이러스나 세균이 밖으로 퍼져나가지 못하도록 만든 격리 병실을 말합니다.

2015년엔 정부가 지정한 국가지정 입원치료 음압병실이 79곳(19개 의료기관)에 불과했습니다. 그나마도 다인실 음압병실에는 1명만 입원치료를 할 수 있어 비효율적이었죠. 당시 메르스 확진 환자 수가 186명이니, 병실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환자들이 병실을 찾아 헤매고 음압병실이 있는 병원까지 120㎞ 넘게 이동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민간병원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삼성서울병원에 보건당국이 정한 기준에 맞는 음압병실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져 큰 논란이 일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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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정부는 음압병실을 크게 늘렸습니다. 현재 국가지정 입원치료 의료기관 27곳이 운영하는 음압병실은 150곳에 이릅니다. 병상(의료용 침상) 수로는 188개입니다. 정부 예산을 투입해 기존 다인실 음압병실을 1인실로 바꾸고 새로 짓는 음압병실은 모두 1인실로 설치한 덕분입니다. 12일 국군수도병원에 음압병실 8개가 마련될 예정이니 3년 사이에 음압병실이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입니다.

메르스 사태 이후에 의료법이 개정돼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은 올해 말까지 음압병실을 설치할 의무가 있습니다. 설치가 모두 완료되면 국가지정 입원치료 기관을 포함해 전국 162곳의 의료기관에 음압병상 676개가 생길 예정입니다. 새로 시행되는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라 음압병실은 15㎡ 이상의 면적을 확보해야 하고 출입구에 공기 흐름을 차단하기 위한 ‘전실’(前室)을 반드시 설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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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 4일째인 9월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서울병원에서 한 시민이 손수건으로 입을 가린 채로 메르스 의심환자 방문을 대비해 설치한 선별진료소 천막을 지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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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스 대응지침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일 저녁 대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 등과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일선 의료기관과 약국의 협조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2015년엔 정부만이 아니라 병·의원들도 허둥지둥했습니다. 질본이 각 지자체 산하 보건소 등을 통해 배포한 ‘메르스 대응지침’이 제구실을 하지 못한 탓입니다. 서울시의 한 보건소에서 메르스 관련 홍보물을 지하창고에 2년 넘게 쌓아만 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병·의원에 제대로 대응지침이 전달되지 않다 보니 사태가 커진 측면이 있습니다. 2015년 당시 이른바 ‘1번 환자’가 고열·폐렴 증상 등으로 동네의원을 방문했으나 의사가 메르스라는 감염병 자체를 모르는 상황이었던 거죠. 1번 환자는 병원 4곳을 전전하면서 메르스를 확산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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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한림대 의과대학 교수(감염내과)는 “감염내과가 있는 큰 병원들이야 알아서 판단할 수 있겠지만 정부가 하루빨리 작은 동네병원, 중소병원에 안내 지침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경기도의 한 병원장은 “음압병실이 없는 병원에선 응급실에서 메르스 의심 환자를 격리 수용하는 것 자체가 고민”이라고 털어놓더라고요. 질본은 지난 10일 메르스 의심 환자를 진료·관리할 때의 유의사항을 다시 한번 정리해서 지자체와 보건소를 통해 의료기관에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황예랑 박현정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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