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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용산 미군기지 부지에 임대주택 짓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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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한겨레

안녕하세요. 육아휴직을 마치고 이번주부터 토요판팀에 합류하게 된 임지선 기자입니다. 오랜만에 돌아온 마포(한겨레신문사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있습니다)에는 새 건물과 대단지 아파트가 눈에 띄게 늘어나 있었습니다. 저 아파트가 1년 사이 얼마나 올랐는지 알아? 동료들의 질문에는 한숨이 묻어나곤 합니다.(“그때 살 걸”) ‘마용성’이란 신조어도 배웠습니다. 집값이 무섭게 뛰는 서울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를 일컫는다죠.

모두의 시선이 폭등한 부동산 가격에 꽂힌 듯한 요즘, 갑자기 용산 미군기지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용산 미군기지 부지에 임대주택을 짓자는 여론이 높다’는 보도가 여러 언론에서 나왔습니다. 논란이 시작된 곳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입니다. 무주택자들을 위해 용산의 드넓은 땅, 미군기지 부지에 공공임대주택을 짓자는 국민청원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12일에는 민중당이 “서울시와 정부가 용산미군기지 터에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청와대의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을 들어가 보았습니다. 14일 기준 최근 1주일 사이 ‘용산, 미군기지, 임대’ 세 단어를 포함한 청원이 114건에 달합니다. “용산에 대규모 초고층 임대아파트 100만호 지어라”, ‘용산부지에 영구임대아파트를 지어 청년들에게 줍시다’, ‘용산미군부대 부지에 장기임대용 유자녀가정아파트 건설하라’ 등 비슷한 제안이 줄을 잇습니다. 청원 건수는 많지만 추천이 많은 경우는 드뭅니다. 또 완전히 새로운 청원은 아닙니다. 같은 내용의 청원은 사실 지난해부터 올라왔었네요.

반대 목소리도 높습니다. 지난 9일 올라온 ‘용산미군기지를 가슴 뛰는 민족공원으로 만들어주세요’ 청원자는 “용산 미군기지 부지에 공원 대신 임대주택을 넣자는 이야기는 대다수 국민의 민심이 아닌 극단적 여론몰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청원은 용산 미군기지 관련 청원 중 가장 추천자(1400명)가 많습니다.

‘용산 미군기지 부지’란 해방 뒤 일본군 병영을 접수한 미군이 현재까지 주둔지 삼고 있던 땅을 반환받아 공원을 조성하기로 한 243만㎡(74만평)의 땅을 뜻합니다. 2004년 한·미가 맺은 ’용산기지이전협정(YRP)’에 따라 미군은 2008년까지 경기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했었습니다. 반환된 용산 땅은 2017년부터 공원으로 개조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2007년에 ‘용산공원조성 특별법’까지 제정했죠. 그런데 미군의 기지 이전과 토지 반환 작업이 쭉 미뤄졌고 2018년 현재까지도 용산 기지 이전은 “절반 정도 진행된 것으로 안다”(서울시·국토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용산 미군기지의 완전한 이전은 ‘아마도’ 2021년쯤 끝날 것 같다는군요. 이것도 희망사항 수준입니다. 그러면 바로 공원, 혹은 임대주택(추진이 결정됐을 경우)을 지을 수 있냐고요? 아닙니다. 그때부터 기지가 폐쇄되고 토지 반환 작업이 시작됩니다. 전국의 다른 미군기지들의 경우 이전이 완료돼 비어있는 땅인데도 환경 조사 등을 이유로 토지 반환 작업에만 10년이 넘게 걸리기도 했습니다. 한미 관계가 이렇습니다. 국토부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을 일찌감치 꾸려두고도 현장 조사나 공원 설계를 시작도 못하는 데는 이런 사정이 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1일 “박근혜 정부 시절 용산공원에 호시탐탐 뭘 짓겠다고 한 계획을 서울시는 단연 반대했고, 지금까지 잘 지켜왔다. 앞으로 시민과 국민에게 온전한 생태공원으로 돌려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도, 국토부도 현재 시점에서는 용산 미군기지가 온전히 반환돼 공원 추진이라도 제대로 되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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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강과 남산을 끼고 강남과 강북을 잇는 최고의 입지를 자랑하는 도심 금싸라기 땅, 용산 미군기지 부지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집을 지어 집값을 잡겠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후보지’에 대한 관심이 ‘폭발’ 지경이니까요. 정부는 21일 수도권 택지 공급확대 방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임지선 토요판에디터석 토요판팀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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