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독성
태아에게 미치지 않게 설계
지금까지 임신 확인 사례 '0'
세엘진 '임신 예방 프로그램'
‘발암 물질 우려 고혈압약’ ‘태아 기형 유발 논란 여드름약’ 등 의약품의 안전 문제가 잇따라 도마에 올랐다. 국민은 병원과 약국에서 처방·조제하는 의약품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느낀다. 부작용과 피해 사례 발생을 막기 위해 엄격한 안전 관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른다. 요즘 미국의 바이오 제약사인 세엘진의 ‘의약품 위해 관리 프로그램’이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다. 선진화된 시스템으로 의약품 위해 관리의 표본으로 자리매김했다.
세브란스병원 김진석 교수가 위해 관리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약 복용 중 임신을 막아 기형아 출산 가능성을 없앤다. 프리랜서 김동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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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된 의사·약사만 처방·조제
1956년 독일의 제약사는 탈리도마이드 성분을 연구개발한 끝에 입덧을 완화하는 효능이 있는 진정제로 개발했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였으나 치명적인 부작용이 확인됐다. 이 약을 먹은 임신부에게서 팔다리가 없거나 짧은 기형아가 태어난 것이다. 기형아 수는 46개국 1만 명에 달했다. 이 약은 61년 판매가 중단됐다. 탈리도마이드는 시장에서 사라지는 듯했으나 재도약의 기회를 얻었다. 강력한 항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부터다. 결국 2006년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로 탈바꿈해 지금껏 널리 처방되고 있다.
세엘진은 태아에게 독성이 미치는 것을 예방하고자 위해 관리 프로그램을 직접 설계했다. 탈리도마이드와 구조가 유사한 레날리도마이드·포말리도마이드 성분의 다발성 골수종약의 처방·조제도 이 프로그램으로 관리한다. 우리나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 2009년 도입돼 10년째 운영 중이다.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김진석 교수는 “엄격한 의약품의 조제·투여 모니터링은 환자가 안전하게 항암 치료를 받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임신 예방 프로그램’은 안전장치를 견고하게 갖췄다. 우선 온라인 프로그램상에 사전 등록된 의사·약사만 약을 처방·조제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환자도 등록 대상이다. 해당 의약품을 복용해야 할 환자가 있으면 의료진은 환자 정보를 프로그램에 등록해야 한다. 이때 환자는 가임 여성, 비가임 여성, 남성으로 분류된다. 여기서 비가임 여성은 최소 24개월 동안 자연적으로 폐경 상태를 유지한 경우 또는 자궁적출술이나 양측 난소절제술을 받은 경우에만 해당된다.
국내 환자에게 총 6만여 건 처방
반면 남성과 비가임 여성 환자는 처방 정보 제출과 조제 승인 과정을 거친 뒤 약을 받는다. 남성 환자에게는 상담을 통해 치료를 받는 동안, 치료를 중단한 후 4주 동안에 피임할 것을 교육한다. 위해 관리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세브란스병원 김지선 간호사는 “위해 관리 시스템을 활용하면 부작용 발생 위험이 있는 사람을 가려낼 수 있기 때문에 환자 안전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2017년 12월까지 국내에서만 8000여 명의 다발성 골수종 환자가 이 위해 관리 프로그램에 등록됐다. 총 6만여 건의 처방이 이뤄졌으나 약 복용 중 임신으로 확인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폴 시한 세엘진 글로벌 위해 관리 총괄 담당 부사장은 “한국의 의료기관이 위해 관리 프로그램의 준수사항을 잘 이행하고 협력해준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환자가 안전한 치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위해 관리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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