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난소암 생긴 부위와
전위 부위 간 공통점 적어
각각 맞춤형 치료법 기대
전이된 난소암은 원래 난소암과 다른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난소암과 전이암 각각에 효과적인 항암 치료법이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송용상 교수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권성훈 교수 연구팀(서울대 김성식 박사과정생, 서울대병원 김세익 전임의, 미국 스탠퍼드대 김수지 박사)은 최근 난소암 세포의 유전적 진화를 규명하기 위해 유전체를 분석하고 진화 형태를 나뭇가지 모양으로 그린 계통수를 제작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레이저 기반 세포분리 기법을 활용해 난소암 3기 환자에게서 암세포를 채취했다. 원래 암이 발생한 난소의 오른쪽에서 7개, 왼쪽에서 1개의 암세포를 분리했다. 전이된 복수 내 종양편구에서는 암세포 10개를 채취해 총 18개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진행성 난소암 환자는 대부분 복수가 차는 증상이 동반되고 복수로 암세포가 전이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이런 진행성 난소암 환자가 전체의 70%가량이나 된다는 점이다.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난소암은 초기에 치료하면 5년 상대생존율이 90% 이상이지만 전이된 후에는 40%가량으로 크게 떨어진다. 나아가 진행성 난소암 환자 10명 중 7명은 수술 후 항암 치료를 받아도 5년 내 암이 재발한다. 의료계가 진행성 난소암 치료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연구팀은 암세포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총유전체 염기서열 분석법과 전체 엑솜 염기서열 분석법을 사용해 분석한 후 정상 조직과 비교했다. 기본적으로 암은 정상 조직에 유전자 변이가 나타나 만들어진다. 유전자 변이는 암이 만들어진 뒤에도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순서대로 파악해 계통수를 만들면 각각의 암세포가 얼마나 다른지 확인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암 조직에서는 일반인에게 발견되지 않은 총 171개 유전자 변이(단일-염기서열 변이)가 발견됐다. 이 중 난소 부위와 전이 부위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단일-염기서열 변이는 38.6%에 불과했다. 이외에는 각 부위에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돌연변이는 난소에 35.7%, 전이 부위에는 25.7%가 나타났다.
이는 원래 암이 발생한 난소와 전이 부위의 암세포가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기에 난소의 암세포가 복수로 전이돼 종양편구를 형성하긴 해도 전이 암세포가 모두 난소에서 이동한 것은 아니며, 같은 유형의 돌연변이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한다. 연구 관계자는 “전이된 부위의 암세포는 발생 초기 단계부터 독립적으로 유전자 돌연변이를 축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송용상 교수는 “난소암은 특이 증상과 효과적 진단 방법이 없어 이미 전이된 진행성 병기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며 “각 암세포의 진화적 특성이 다르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난소와 전이 부위에 맞춤형 항암 치료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근 호에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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