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이 폐업을 한 뒤 '임대' 공고문을 붙이고 있는 모습. |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금리까지 오르면 문 닫고 알바라도 뛰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 지 고민을 해봐야되지 않을까요?”
경기도 수원에서 돼지고기 등 식자재 유통업체를 운영하는 이한범(38·가명)씨는 추석 연휴 직후에 날아든 미국발(發) 기준금리 인상 소식에 이렇게 토로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격차가 0.75%p까지 벌어져 연내에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은 경영환경 악화로 가뜩이나 무거운 이씨의 어깨를 짓누른다.
이씨는 사업 초기에 받은 일반대출 약 3억원, 정부 정책자금 1억원 등 모두 4억원 가량의 빚을 떠안고 있다. 올 들어 한 달 수입은 200만원 선으로 곤두박질쳤다. 부진한 내수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예닐곱명이던 직원은 절반으로 줄였다.
거래처를 늘리려 주말·휴일도 없이 영업에 나선 덕에 그나마 버티고는 있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지는 가늠하기가 어렵다. 이씨는 “기준금리가 연내에 정말로 오른다면 이자부담 때문에 수입은 3분의 1토막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발 금리인상은 우리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인 영세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들에게 ‘폐업폭탄의 뇌관’이다. 국내 기준금리 인상은 뇌관에 불을 붙이는 결과가 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개인사업자대출 포함)은 전월보다 5조원, 전년 대비 29조5000억원(4.7%) 늘어난 661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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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90조원, 2017년 631조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해가 갈수록 급증세다. 개인사업자 대출도 같은 기간 261조원, 289조원에서 지난달 307조원을 기록했다. 다수의 중소기업·자영업자가 이자와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뜻이다.
영업이익이 이자보다 적은 ‘만성 한계기업’은 2014년 828곳에서 지난해 942곳으로 늘었다. 음식·숙박업은 전체의 11.6%가 만성 한계기업이다. 저축은행이나 카드사에서 돈을 빌리는 고위험 대출 자영업자도 15만명에 육박했다. 중소기업의 대출금리가 0.1%p 오르면 폐업위험도는 최대 10% 이상 높아진다고 한다.
지난해 자영업 폐업률은 8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90%에 도달할 것이란 관측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 가중, 수익을 크게 앞지르는 임대료와 원재료비 상승 등으로 자영업계의 신음은 커져만 간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 초 2.1%였던 원재료 가격 상승폭은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지난 7월 24.4%로 높아졌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1~18일 315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10월 중소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89.5로 나타났다. 이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경기가 좋을 것으로 보는 응답자가 많다는 뜻이고 100보다 작으면 그 반대다. 지난달에 견줘 1.0p 높아졌지만 여전히 부정적이다. 비제조업은 0.1p 하락한 89.3이었다.
응답자들은 ‘내수 부진(58.3%·복수응답)’과 ‘인건비 상승(52.0%)’ 등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중기·자영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지난 달 내놓은 대책이 다소 긍정적인 전망을 이끌어낸 측면이 있지만 금리 문제 등 대내외 거시환경은 반영되지 않아 한 달 뒤에 전망이 다시 꺾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며 정부의 대비와 대책을 요구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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