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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시진핑 친구 아니라더니… 美 핵전폭기 동중국해서 무력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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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은 美-中 균열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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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B-52 전략폭격기가 이번 주초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를 비행한 데 이어 27일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분쟁 중인 동중국해에서 비행 훈련을 실시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동중국해 비행 훈련에는 일본 전투기가 다수 참가해 중국을 자극했다. 중국도 남중국해에서 전투기 실탄 사격 훈련을 벌이며 맞불을 놓았다.

최근 경제와 군사 분야에서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과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때마다 한반도로 날아왔던 ‘B-52 무력시위’의 타깃이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어 주목된다. 미중 두 정상이 쌓아 온 개인적 우정에도 금이 가기 시작하는 등 무역전쟁으로 불거진 미중 충돌이 군사 안보 정치 등 전방위로 번지면서 미중 ‘신(新)냉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동중국해에서 B-52 무력시위가 진행된 26일(현지 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더 이상 친구가 아닐지 모른다”며 중국의 11월 미국 중간선거 개입 의혹까지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미국의 무력시위는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여기는 남중국해에서부터 시작됐다. 데이비드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이 26일 기자들에게 “B-52가 남중국해 인근에서 정기적인 연합작전에 참여했다”고 밝히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B-52 훈련 날짜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이스트번 대변인은 또 “B-52가 정기적으로 해 온 연합작전의 일환으로 동중국해를 비행했다. 동중국해 지역에 폭격기를 지속 배치하는 것의 일부”라며 훈련 사실을 공개했다. 미 국방부 관료는 “핵능력을 가진 이 폭격기가 일본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았다”고 밝혔다. 훈련에 참가한 자위대 전투기는 15대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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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미우리신문도 28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날 B-52가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들과 함께 동중국해에서 동해 쪽에 걸친 상공에서 대규모 공동 비행훈련을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주변에서 실시된 미군 전략폭격기와 항공자위대 전투기의 훈련 사실을 언론에 확인해 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들 해역 상공에서 미국과 일본 전투기가 장거리에 걸쳐 훈련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미국과 일본이 중국을 염두에 두고 연대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미중 긴장이 고조되는 중에 베이징(중국)을 화나게 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도발”이라며 반발했다. 중국 국방부 런궈창(任國强) 대변인은 27일 “미 군용기가 남중국해에서 도발 행위를 한 것에 대해 중국은 결연히 반대한다”며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추(環球)시보는 28일 사설에서 “미국이 B-52의 남중국해 비행 사실을 (먼저) 공개했다. 이는 중국과 세계에 들으라는 것”이라며 발끈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최근 “수십 대의 전투기와 폭격기가 남중국해 해상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시점을 최근이라고만 밝혔으나 B-52 폭격기의 남중국해 비행에 대한 대응 조치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다음 달 10∼14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국제 관함식 때 욱일기(旭日旗)를 게양하는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욱일기는 1954년 해상자위대 발족 때부터 자위함 깃발로 채택됐으나 옛 일본군이 사용했다는 점에서 침략전쟁과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28일 국방부와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한국 해군은 지난달 31일 일본 등 15개 참가국에 공문을 보내 “사열 참가 함선에는 자국 국기와 태극기만을 게양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통지했다. 일본 측은 이를 욱일기를 달지 말라고 간접 요청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1998년과 2008년 한국에서 열린 관함식 때 일본 함정이 욱일기를 달고 참가한 전례가 있어 막기도 쉽지 않다. 일본 방위성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이는 비상식적인 요구”라며 “욱일기를 내려야 한다면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 구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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