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균형 무너뜨리는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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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럼증은 균형 감각을 잃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지난해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약 86만 명. 나이가 들수록 어지럼증의 빈도는 증가한다. 을지대 을지병원 신경과 김병건 교수는 “노인 인구의 증가로 어지럼증 환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어지럼증의 증상과 원인을 파악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은 귀와 뇌에 퍼져 있는 전정계·중추신경계다. 전정기관이 인식한 머리의 움직임과 중력에 대한 정보는 뇌로 전달된다. 뇌는 이 정보를 통합·분석해 평형 유지에 필요한 명령을 신체 곳곳에 내린다. 그러나 귓속에 있는 전정기관이나 뇌간(뇌와 척수를 이어주는 뇌줄기)·소뇌 등 중추신경계에 이상이 생기면 몸은 균형을 잃고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말초성 어지럼증 원인은 귓속 이상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방문한 사람의 80~90%는 말초성 어지럼증 환자다. 이들은 주로 ‘주변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 ‘땅이 흔들리는 느낌’이 든다고 표현한다. 여기에 구역·구토가 동반된다. 대표적인 원인 질환은 양성자세현훈(이석증)·전정신경염·메니에르병이다. 질병마다 어지럼증의 양상이 조금씩 다른데, 어지럼증의 지속 시간과 동반 증상을 살피면 원인 질환을 추측하기가 좀 더 수월하다. 어지럼증의 지속 시간은 이석증(수십 초), 메니에르병(20분~12시간), 전정신경염(3~4일) 순으로 짧다. 좀 더 확실히 하려면 증상이 자세 변화와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머리를 움직이거나 일어서는 등 자세가 변할 때마다 어지럼증이 심해지면 이석증일 가능성이 크다.
동반 증상도 원인 질환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메니에르병은 어지럼증뿐 아니라 귀가 먹먹해지거나 귀에서 ‘윙’ 소리가 나는 증상을 동반한다. 내이(內耳)에 있는 림프액의 압력이 높아져서다. 심하면 청력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정재호 교수는 “말초성 어지럼증은 증상이 돌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머리의 움직임이나 체위 변화로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며 “원인 질환에 따라 메슥거림과 구토, 이명, 청력 저하가 동반된다”고 설명했다.
중추성 어지럼증은 말초성에 비해 흔하지 않다. 대신에 신속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후유증이 남거나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중추성 어지럼증 환자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을 많이 호소한다. 중추성 어지럼증은 소뇌나 뇌간에 이상이 있을 때 주로 나타난다.
중추성 어지럼증은 증상의 지속 기간이 말초성에 비해 길다. 원인 질환을 치료하지 않는 한 어지럼증은 물론 구역·구토, 눈 떨림, 평형 이상 증상이 오래간다. 단 어지러움이나 구역·구토의 정도는 말초성 어지럼증이 더 심한 편이다. 어지럼증의 양상만으로는 말초성 어지럼증과 구별이 어렵다. 이때 동반 증상은 중요한 단서가 된다.
마비·복시도 중추성 어지럼증 증상
중추신경계의 이상으로 어지럼증이 생기면 마비,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 말이 어눌해지는 구음 장애, 혼자 서지 못할 정도의 자세 불안 등 신경학적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 쉽다. 주의할 것은 중추성 어지럼증에서도 드물게 청력 감소 같은 귀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청신경종양이 대표적이다. 내이에서 뇌까지 연결되는 신경에 자란 종양인데, 이 신경은 균형 감각과 청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지럼증과 함께 청력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소뇌는 평형 감각과 운동 신경을 관장하는 곳이다. 소뇌에 경색(혈관 막힘)이나 출혈이 발생하면 1~2일 후부터 붓기 시작한다. 그러면 소뇌의 앞에 위치한 뇌간이 눌리게 된다. 뇌간이 눌린 상태로 몇 시간만 지체돼도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김병건 교수는 “소뇌가 손상되면 어지럼증과 두통이 잘 발생한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빨리 병원에 가서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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