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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Tech & BIZ] "하는 맛에 보는 재미도 주는 대결형 게임이 대세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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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게임 업체들이 장악한 RPG(역할 수행 게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사실상 더 없다고 봅니다. 참신한 게임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해야 중견 게임사들이 대형 게임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습니다."

지난 2일 경기도 분당 사무실에서 만난 넵튠의 정욱 대표는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 같은 게임의 공통점은 하는 재미와 보는 재미까지 있는 대결형 게임이라는 점"이라며 "그동안 집중해왔던 퍼즐, 캐주얼 게임 장르에 대결 요소를 담은 새 장르를 만들어 내놓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한게임·NHN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지내고 2012년 모바일 게임 업체 넵튠을 창업해 15년 이상 게임 산업에 몸담은 베테랑이다. 넵튠은 주로 한국과 일본 시장에 '라인 퍼즐 탄탄' '프렌즈 사천성 for 카카오' '프렌즈타워 for 카카오' 같은 퍼즐·캐주얼 게임을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 205억원 매출을 기록해 2년 만에 2배나 늘었을 정도로 성장세가 빠르다.

"RPG 시대 끝나고 보는 재미와 하는 재미 결합한 대결 게임 득세"

그는 "최근 게임 업계에서 나타난 큰 변화가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중계와 e스포츠"라며 "앞으로는 이런 트렌드를 잘 활용해야 성공하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올해 최고 인기작으로 꼽히는 미국 에픽게임스의 포트나이트는 게임 출시 직후에 총상금 1억달러(약 1100억원) 규모의 세계 최대 규모 e스포츠 게임 대회를 열었다. 지난 8월에 열린 아시안게임에서는 e스포츠가 공식 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조선비즈

지난 2일 경기도 분당의 넵튠 본사에서 만난 정욱 대표는 “향후 게임 업체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롭고 참신한 장르의 게임을 대거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최신 게임 ‘프렌즈 타워 for 카카오’의 대표 이미지 앞에서 포즈를 취한 정욱 대표. /김연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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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측면에서 보면 RPG는 적합하지 않다. 개인의 캐릭터를 육성하면서 게임 업체가 주는 과제만 수행하는 RPG는 '하는 재미'는 있지만, '보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의 장기인 퍼즐, 캐주얼 게임에 일대일 대결(PVP)을 결합한 게임을 대거 개발 중"이라며 "우선 일본 시장에서 체스와 PVP를 합친 게임을 곧 출시하고, PC용 게임도 비슷한 방식으로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넵튠은 일본을 집중 공략하는 게임 업체다. 2014년 일본에 처음 출시한 퍼즐 게임인 라인 퍼즐 탄탄은 지난 4년간 누적 매출만 400억원이 넘는다. 정 대표는 "미국·중국과 함께 3대 게임 시장이 일본"이라며 "한국에서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순위 20위 이내 들어야 안정적 매출이 나오는 반면, 일본은 100위 안에만 들어도 매출이 충분하기 때문에 다양하고 참신한 게임을 많이 개발, 서비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대박 게임이 없으면 회사가 망할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이런 위험이 작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중소 게임 업체도 대형 게임 업체들이 장악한 한국에서 발버둥칠 게 아니라 빠르게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게임은 중국·미국에 양쪽에서 밀리는 위기 상황"

최근 중국과 미국 게임들이 속속 한국 시장 진입하고 있다. PC 시대에는 한국 업체들이 앞다퉈 중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모바일 시대에는 한국이 미·중 게임 업체들의 각축장으로 전락한 것이다. 정 대표는 중국 게임에 대해 "솔직히 RPG 장르만 놓고 본다면 중국이 한국에 밀리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며 "소녀전선, 벽람항로 같은 중국 게임을 보면 오히려 과금 시스템이나 스토리가 한국보다 나은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미국 대표 게임 업체인 에픽게임스는 올해 부산에서 열리는 게임 박람회인 지스타 2018의 메인 후원사로 나서며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여기에 한국 게임 업계는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정 대표는 "일한 만큼 보상하고, 일정 시간 이상 무리하게 근로해선 안 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하지만 52시간이라는 상한선이 일하는 방식의 자율성을 경직되게 만들고, 게임 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제도"라고 말했다. TV, 스마트폰 같은 하드웨어와 달리 게임은 출시 직전은 물론이고 출시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발생하는 버그(오류)에 대비하고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그는 "이런 게임 산업의 특성 때문에 (집중적으로 일하는) 크런치 모드(쥐어짜기)라는 근로 방식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게임 업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면서 "한국은 52시간까지만 일하는 상황에서 미국, 중국 업체들은 밤새우면서 게임을 만든다면 우리나라의 게임 산업 경쟁력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동철 기자(charl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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