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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단독] 1조원 즉시연금 분쟁, 소멸시효로 이미 2천억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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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금감원 추가금 지급·일괄구제 권고

보험사 수년 소송하는데 시효중단 신청 1% 밑

이학영 의원 “시간은 보험사 편 방관 안 돼

보험사 ‘시효중단’ 사회적 약속 내놔야”

‘시효 갈등’ 제2의 자살보험금 사태 우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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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규모의 즉시연금 추가지급금을 둘러싼 분쟁이 금융당국 손에서 법정 소송으로 옮겨간 가운데 소멸시효로 가입자가 날린 돈이 이미 2천억원을 넘어섰다. 소송에 수년이 걸리는데도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가입자 16만여명의 분쟁조정 신청률은 1%를 밑돈다. 보험업계가 실효성 있는 시효중단 공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금감원의 일괄구제 권고를 수용할 경우 21개 생명보험사가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가입자에게 주어야 할 추가금이 9545억원으로 집계되는데, 상법상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3년)를 적용하면 이미 22%에 해당하는 2085억원은 못 받을 돈이 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추가금 지급 결정을 처음 내린 날짜(2017년 11월14일)로부터 3년을 소급해 2014년 11월15일 이후 발생했거나 앞으로 발생할 추가금에 대해서만 청구 시효가 살아있다고 가정해 소멸한 최소금액을 추산한 수치다. 실제 개별 가입자들은 시효중단 효과가 있는 금감원 분쟁조정 신청이나 소송제기를 언제 하느냐에 따라 시효산정 시점이 달라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청구권 소멸금액은 불어나는 탓에 가입자 전체의 청구권 소멸금액은 최소 2085억원보다 커지는 게 불가피하다. 앞서 대법원은 자살보험금 사태 때 가입자 손을 들어주면서도, 시효소멸 건은 인정해주지 않았다. 이에 시효소멸을 둘러싸고 보험사와 가입자, 금융당국이 2차 갈등을 겪은 적이 있는데 유사 사태가 예상되는 셈이다.

이에 보험업계가 ‘시간은 보험사 편’이란 점을 팔짱 끼고 즐길 게 아니라 소송 기간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시효중단과 관련한 최소한의 구제 조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달 초 소멸시효 중단을 위해 온라인으로 즉시연금 가입자 전용 분쟁조정 신청 코너까지 만들었으나 현재까지 신청자는 1550여명으로 전체 16만여명의 1%가 채 안 된다. 그나마 각각 5만5천명과 1만8천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금감원의 추가금 지급 결정에 반발해 소송전으로 돌아선 대신에 분쟁조정 결정 3년 소급 시점부터는 시효중단을 할 테니 자사 고객들은 분쟁조정 신청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을 누리집 등에 공지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16만여명의 절반 이상이 이런 자발적 임시 조처에서도 사각지대에 있는데다, 금융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에선 그간 말 바꾸기를 했던 보험업계 행태로 이조차 미덥지 않다며 공동 소송제기를 독려 중이다. 또 즉시연금 상품의 특성상 소멸시효를 아예 적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이학영 의원은 “삼성생명이 개별 가입자의 추가금 지급은 수용하고도 이사회 뒤 일괄구제는 거부하는 등 소비자 불신이 커진 상태”라며 “보험사들이 소멸시효로 인한 가입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시효중단 관련 사회적 약속을 내놓아야 하며, 소멸시효를 3년으로 규정한 상법도 개정해야 한다”고 짚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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