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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이슈 아동학대 피해와 대책

밀치고, 내쫓고…"아동학대 막기엔 보호기관 적고 상담원 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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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 유치원서 아동학대 발생

경찰, 20대 여교사 불구속 입건

윤소하 의원 "아동학대 10년간 4배 늘어"

아동보호전문기관은 1.4배 증가 그쳐

상담원 1인당 연간 1000건 격무 시달려

급여 낮고 위험해 3년 연속 이직률 30%

유치원 교사 이모(25·여)씨가 자기 몸의 절반밖에 안 되는 아이들을 불러 세우더니 야멸차게 머리를 쥐어박는다. 넘어진 아이는 다시 일으켜 세워 멱살을 잡고 흔든다. 한 아이는 아예 출입문 밖으로 내쫓는다. 이달 초 전북 완주군의 한 유치원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장면은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TV(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 장면을 본 학부모들은 대성통곡했다.

완주경찰서는 11일 "자신이 돌보던 유치원생들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아동학대)로 이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1~5일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치원생 5~6명을 손으로 때리거나 밀친 혐의다. 유치원 측은 지난 8일 이씨를 해고했지만, "학대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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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전북 완주군 한 유치원에서 여교사 이모(25)씨가 아이들을 학대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TV(CCTV) 영상 캡처. 이씨가 아이들의 머리를 쥐어박고 있다. [사진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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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전북 완주군 한 유치원에서 여교사 이모(25)씨가 남자아이의 머리를 쥐어박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TV(CCTV) 영상 캡처. [사진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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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장소만 바뀔 뿐 아동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럴까. 유치원 교사들의 인성이 유독 나쁘거나 요즘 아이들이 드세서일까. 아동학대 원인을 개인 책임으로만 돌리기엔 이 문제를 다루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수가 부족하고, 여기서 일하는 상담원들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전국 아동학대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아동학대는 2만2367건으로 2008년(5578건)보다 4배 늘어났다. 반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같은 기간 43개에서 61개로 1.4배 느는 데 그쳤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 신고 접수 ▶현장 조사 및 응급 보호 ▶피해 아동 및 가족과 아동학대 가해자를 위한 상담·치료 및 교육을 하는 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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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전북 완주군 한 유치원에서 여교사 이모(25)씨가 한 남자아이를 출입문 밖으로 내쫓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TV(CCTV) 영상 캡처. [사진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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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아동보호전문기관 한 곳이 맡은 시·군·구는 평균 3.7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7개 시·도 중 전남이 평균 7.3개로 가장 높고, 경남 6개, 경북 5.8개, 대전·충남 5개, 전북 4.6개 순이다. 이들 지역은 행정 구역이 넓거나 도서(島嶼) 지역을 포함해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신속한 지원을 받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은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현장에 출동하고, 피해 아동 지원 등의 업무를 하지만, 정작 처우는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복지부에 따르면 상담원 1인당 평균 상담 횟수는 연간 1000건이 넘는다. 2015년 1376건, 2016년 1546건, 2017년 1155건으로 격무에 시달린다. 복지부는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상담원 1인당 연봉을 평균 3323만5000원으로 권고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상담원들이 받는 인건비는 2703만4000원으로 600만원 이상 적었다. 더구나 상담원들은 언제든 아동학대 가해자에게 협박과 폭행을 당할 수 있는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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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전북 완주군 한 유치원에서 여교사 이모(25)씨가 한 아이의 멱살을 잡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TV(CCTV) 영상 캡처. [사진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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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담원의 이직률은 2015~2017년 3년 연속 약 30%에 달했다. 지난해만 해도 전체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751명 중 227명이 이직했다. 높은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인데도 해마다 3분의 1의 상담원들이 직장을 옮기거나 그만둔 것이다. 윤소하 의원은 "해마다 느는 아동학대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사후 조치를 하기 위해선 아동보호전문기관 확충은 물론 상담원 증원과 처우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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