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그들이 한국에 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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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근석 좇아서 한국을 배우고 한류는 몰라도 한국을 즐긴다
“장근석이 나를 세계로 뛰어들게 했어요. 그가 태어난 나라인 한국에 가 보고 싶었어요.”
베네수엘라에 사는 대학원생 로레나 소토(39)는 ‘장근석의 나라’를 찾아 한국을 두 차례 방문했다. 소토는 2013년 9월 처음 한국을 찾아와 12월까지 서울에 머무르며 생일을 보냈다. 장근석씨가 출연한 드라마 <예쁜 남자> 제작발표회에 달려가 배우들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
2016년 9월 다시 한국을 찾은 소토는 장씨의 모교인 한양대 국제교육원에 등록해 한국어를 공부하며 올해 3월까지 머물렀다. 2016년 10월 부산에서 열린 제1회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에 참석하기도 했다.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은 2016년부터 매년 K팝, K드라마, K뷰티, 한식 등 한국 문화 콘텐츠를 선보이는 아시아 최대 한류 축제다. 콘서트에는 레드벨벳, 갓세븐, 트와이스, 방탄소년단, 샤이니 등이 무대에 올랐다. 소토는 “한국은 멋지고 엄청난 나라다. 사람, 문화, 음악, 드라마 모두 훌륭하다”고 했다. 그는 베네수엘라로 돌아간 뒤에도 칠레센트럴대학에서 한국학을 공부 중이다.
베네수엘라에 사는 대학원생 로레나 소토가 2013년 11월 KBS 드라마 <예쁜 남자>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장근석씨의 모습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로레나 소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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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토의 한국 사랑은 2012년 장씨가 주연한 드라마 <사랑비>를 보면서 시작됐다. 그는 한국에서 장씨의 생일을 기념해 팬들이 촬영한 사진 전시회를 구경하고 관련 기념품을 구입했다.
소토는 한국에서 가장 좋았던 장소로 장씨의 소속사인 트리제이컴퍼니 건물 1층에 있는 카페를 꼽았다. 롯데월드타워, 석촌호수, 남산서울타워 등도 그가 좋아하는 곳이다. 소토는 자신이 직접 만든 ‘장근석 팬 블로그’에 한국 여행기와 사진을 올리며 열정적으로 한국을 알리고 있다. 그는 “이전에 드라마에서 아름다운 한국을 봤지만 직접 본 한국은 나의 모든 기대를 초월했다. 한국은 K팝 페스티벌 같은 행사를 더 많이 열어야 한다. 무료가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팬들은 찾아올 것”이라고 했다.
■ 한류 관광, 동남아 뜬다
K팝, K드라마, K웹툰 등 한국 문화 콘텐츠가 세계 곳곳에 알려지면서 호기심을 갖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방문을 선택할 때 고려한 요인 중 K팝·한류가 있었다는 응답은 10.7%였다. 2013년 7.3%, 2014년 6.5%, 2015년 7.7%, 2016년 7.9%로 증가하는 추세다. 고려 요인 중 1순위로 K팝·한류를 꼽은 응답은 전체의 5.7%였다.
과거 중국·일본의 단체관광객이 ‘한류 관광’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최근 동남아시아 관광객의 관심이 뜨겁다. 문체부에 따르면 지난해 K팝·한류를 중요하게 고려해 한국을 방문했다고 응답한 관광객의 국적은 1위인 일본(20.2%) 말고도 태국(15.3%), 말레이시아(13.1%), 필리핀(16.4%), 인도네시아(17.1%) 등 동남아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주로 미얀마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을 맡는 소모뚜 브더욱글로리 대표(43)는 “드라마 <대장금>이 미얀마에서도 큰 인기를 끌면서 미얀마인들이 한복을 입고 김장을 하는 체험을 굉장히 좋아한다”며 “페이스북 계정 이름을 좋아하는 한국 영화배우 이름으로 짓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서울의 경복궁, 청계천, 남산서울타워 등과 함께 춘천의 남이섬은 미얀마인이 꼭 들르는 필수 코스다. 남이섬은 ‘욘사마’ 열풍을 불러온 <겨울연가>의 무대다. <가을동화>의 배경인 속초 아바이마을, <올인>의 배경인 제주도 섭지코지도 미얀마인에게 인기 있는 명소다.
미얀마의 불안한 정치 상황 때문에 미얀마인이 한국 관광비자를 받으려면 자신의 통장잔액 증명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수많은 서류를 준비해야 하지만 미얀마에 부는 한류 열풍으로 한국 관광은 인기가 있다. 소모뚜 대표는 “미얀마인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본다. 한국에 와서 자신이 드라마 주인공처럼 돼보고 싶어 한다. 예를 들어 <부산행>이라는 영화도 많이 알려져 있는데 영화 내용처럼 부산으로 가는 KTX를 타면서 주인공이 된 자신을 상상해보고 느껴보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중국인 관광객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논란에 따른 ‘한한령’ 이후 급감했다. 정기윤 하나투어 홍보팀장은 “중국은 한한령 이후인 지난해 3월부터 단체관광객이 확 줄었다. 과거 일본인 관광객 중심으로 한류 관광이 있었지만 단체관광으로 활성화돼 있진 않다. 한류가 외국인이 겸사겸사 찾는 하나의 콘텐츠가 될 수는 있지만 ‘한류 관광’은 시장성이 없어 여행사들이 시도하지 않는다”고 했다.
동남아 국가 관광객 수 증가 추세
남이섬·섭지코지 등 촬영지 인기
고궁·PC방·불고기에 “원더풀”
한식·VR방·야구장 ‘즐거운 충격’
문화 콘텐츠 체험 프로그램은 부족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쇼핑을 가장 좋아한다. 한국 여행 중 주요 활동으로는 쇼핑(72.5%)이 가장 많았고 이어 식도락(58.2%), 자연경관 감상(25.8%), 역사 유적지 방문(23.4%) 순이었다. 이 때문에 명동(61.8%)과 동대문시장(44.9%)을 가장 많이 찾았다. 세번째로 많이 방문하는 곳은 고궁(30.7%)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장소로 서울의 경복궁, 덕수궁, 창경궁 등을 주로 꼽고 있다. 한국 문화 체험이 현대문화보다는 전통문화에 집중돼 있다는 얘기다.
한국을 찾은 관광객이 가장 좋았다고 응답한 장소를 거주국별로 보면 일본, 중국, 홍콩, 필리핀, 대만, 태국 등 아시아 거주 관광객의 1위는 ‘명동’,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미주·유럽 거주 관광객의 1위는 ‘고궁’이었다. 관광객이 방문한 지역은 17개 시·도 중 서울(78.8%)이 압도적이었다. 이어 경기(15.6%), 부산(15.1%), 제주(10.8%), 인천(10.0%), 강원(6.8%) 순이었다.
압시데마드 이카린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이순신 장군 동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압시데마드 이카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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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류’ 단어 몰라도 ‘한국’ 즐긴다
외국인 관광객 대다수는 ‘K팝’은 알았지만 ‘한류’라는 단어는 몰랐다. 이들이 즐길 문화 콘텐츠도 부족했다. 한국인 친구를 만나러 지난달 12일부터 나흘 동안 서울을 찾은 미국인 교사 마이클 와서먼(26)도 홍익대 주변에 숙소를 정하고 경복궁, 광장시장, 명동, 남대문시장 등을 구경했다. 와서먼은 “한국 전통문화가 현대 도시인 서울에 뚜렷하게 남아 있는 것에 놀랐고 즐거웠다”면서도 “ ‘한류 문화 콘텐츠’를 경험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지난 8월 서울을 방문한 네덜란드인 대학생 압데사마드 이카린(20)은 홍대, 이태원, 북한산, 경복궁, 동대문시장, 남산서울타워,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찾았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에도 인터넷을 통해 K팝을 듣는 친구들을 사귀고 유튜브에서 레드벨벳이나 방탄소년단 같은 아이돌그룹의 뮤직비디오를 본 적이 있었다. 이카린은 “서울을 구경하며 ‘한류 문화 콘텐츠’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면서 “길거리에서 몇몇 광고와 포스터를 봤고 홍대 거리에서 K팝을 부르며 춤을 추는 젊은이들을 봤지만 그것뿐이었다”고 했다. 그는 친구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여행 정보를 얻었지만 한류와 관련된 정보는 얻지 못했다고 했다.
로레나 소토가 서울의 한 식당에서 삼겹살을 굽다 ‘인증사진’을 남기고 있다. 로레나 소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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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문화 콘텐츠’는 부족했지만 한국 문화는 이방인의 눈에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이카린은 한식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는 한국에 온 첫날 홍대 거리에서 저녁식사로 먹은 불고기에 대해 “나중에 또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한 음식”이라고 말했다. 이카린은 동대문시장에서 산낙지 먹기에 도전했다. 살아있는 낙지를 먹는 것은 다른 나라에 없는 한식문화다. 그는 “입안이 정말 이상했지만 맛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게임을 좋아하는 이카린에게 한국의 게임시설은 또 다른 문화 충격이었다. 홍대 인근 PC방에 가본 그는 “엄청난 규모에 놀랐다. 네덜란드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PC게임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없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가장 끝내주는 점은 PC를 통해 음식과 음료를 주문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브이알존 아케이드’에서 가상현실(VR)을 경험한 그는 “게임을 위한 이렇게 큰 공간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다”며 감탄했다.
야구광인 이카린은 한국에서의 최고의 경험으로 SK 와이번스의 야구 경기 관람을 꼽았다. 그는 “야구장에서 모두가 춤을 추며 야구선수마다 응원가를 부르더라”면서 “많은 한국인이 야구를 사랑하고 응원문화가 독특한 점을 정말 좋아했다”고 했다. 그는 코인 야구연습장에서 배팅 연습을 즐기기도 했다. 이카린은 “서울이 정말 큰 도시인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할 만한 것이 없지 않을까 걱정했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확실히 바뀌었다. 나는 매일 다른 것을 했고 많은 종류의 음식을 먹었다”며 “다시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즈 순서
①세계의 심장을 뛰게 하다
②베트남, ‘무조건 사랑’은 없다
③그들이 한국에 온 이유
④콘텐츠 산업의 명과 암
⑤변화하는 콘텐츠 생태계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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