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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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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임신 14주부터 태아 몫까지 필요한 산소량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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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로 지키는 건강 ③임신과 태아 건강

철분 모자라면 임신성 빈혈 초래

산소 운반하는 적혈구 생성 늦어

복식호흡·운동으로 산소 더 공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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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는 생명의 원천이다. 인체의 모든 세포는 산소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임신한 여성의 배 속 태아도 다르지 않다. 바깥 세상과 만나기까지 39주 동안 태아에게 가장 중요한 물질 중 하나가 바로 ‘산소’다. 산소가 부족하면 발육이 지연되고 장애가 생기며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중앙일보 건강한 가족 기획 ‘산소로 지키는 건강’ 3회에서는 산소가 산모·태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봤다.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임신 증상도 알고 보면 산소와 연결돼 있다.

임신을 하면 여성의 자궁에서 작은 생명이 움트기 시작한다. 임신 5주차엔 참깨크기의 태아에서 심장이 뛰고 6주가 되면 콩알만큼 커진 태아의 뇌가 발달하기시작한다. 14주가 돼 태아의 장기가 모양을 갖추면 본격적으로 성장이 가속화한다. 바로 이때부터 산소와 영양소 공급이 중요해진다. 산모가 먹고 마시는 음식과 공기가 태아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것이다.

임신 땐 폐 눌려 호흡곤란

건강한 산모라면 태아가 무럭무럭 크는동안 산소와 영양 공급에 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임신 30주쯤부터 산모는 숨이 차기 시작한다. 태아가 주변 장기를 압박하면서 복압이 증가하고 폐가 눌리면서 폐 기능이 떨어지는 탓이다.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오연목 교수는 “인간의 폐는 눌렸을 때 찌그러지는 성질을 가졌다”며 “폐가 물리적 압박을 받으면 한번에 들이마시고 내뱉는 호흡량이줄고 산소 공급량도 부족해진다”고 말했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산모는 분당 10~20회씩 더 가쁘게 숨을 쉰다. 한숨도 잦아진다. 오 교수는 “한숨은 숨을 길게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구겨진 폐를 펴 주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이렇게 하면 체내 산소 공급도 원활해진다.

임신 35주차부터는 폐가 눌려천장을보고 누워 자는 것도 힘들어진다. 이럴땐 옆으로 눕거나 등 뒤에 베개·쿠션을 대 상체를 약 15도 각도로 세우면 폐에 가해지는 압력이 줄어든다.숨 쉬기도 한결 편하고 산소도 잘 공급된다. 이렇게 폐를 통해 들어온 산소는혈액을 타고 산모·태아의 조직 곳곳으로공급된다. 효율적인 운반을 위해 산모의혈액량도 급증한다. 임신 전 산모의 분당 혈류량은 50mL 정도지만 출산 직전에는 약 350mL로 7배 상승한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이때 산모의 건강에 문제가생기기도 한다.

혈액량이 증가하는 속도에 비해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의 생성 속도가 느려‘임신성 빈혈’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김수현 교수는 “임신성 빈혈은 일시적으로 혈액에 물 성분이 많아지는 현상으로 적혈구의 재료인 철분이 부족해 생긴다”며 “빈혈을 예방하려면 임신 14~27주에는 하루 3~4㎎,28주부터는 6~7㎎의 철분제를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철분이 충분해야 적혈구를 많이 생성하고 태아에게 원활히산소를 공급할 수 있다. 임신성 빈혈도알고 보면 산소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것이다.

자궁 내에 산소가 심각하게 부족한 경우 태아는 ‘저산소증’에 빠지기도 한다.이를 ‘자궁 내 저산소증’이라고 부른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자궁 내저산소증’ 진단을 받는 국내 환자는 매년 600~700명 정도로 드문 편이지만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다. 마리아병원 주창우 산부인과 전문의는 “태아에서 저산소증이 생기면 임신 주수에 비해 발달이 느린 ‘자궁 내 성장지연’(IUGR)이 생기고 장기간 지속되면 뇌성마비와 조산, 심한 경우 유산도 유발한다”고 말했다.

조산·유산 원인 저산소증

캐나다 토론토 어린이병원의 순환기내과 에드거 재기 교수팀은 ‘자궁 내 저산소증’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산모가 저산소 환경에 오래노출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고산지대에거주하는 경우다. 고산지대처럼 산소가부족한 곳에서는 산모의 자궁 내 혈류량이 적어 산소 공급이 어렵고 태아 성장도 더디다.같은 이유로 산모가 장시간 비행기 여행을 해야 할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고도가 높은 곳에서는 기압이 낮아 체내흡수되는 산소량이 감소한다. 비행 중두통과 어지럼증 같은 산소 부족 증상이생긴다면 즉시 승무원에게 알려야 한다.밀폐된 사무실이나 붐비는 지하철은 바깥 대기보다 산소 농도가 2~3% 정도 부족하다. 체력이 약해진 산모라면 실내 환기를 자주 하고 공기 질이 나쁜 곳에 너무 오래 머물지 않는 게 좋다.

폐고혈압·천식 임부 요주의



자궁 내 저산소증의 둘째 원인은 산모가 원래 가진 질병이나 증상 때문에 태아에게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경우다. 가령 폐동맥 고혈압을 앓는 산모는혈관이 수축돼 있어 태아에게 산소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혈압 관리가 중요하다. 천식을 앓은 적이있거나 앓고 있는 산모도 조심해야 한다.천식이 악화돼 저산소증으로 이어질 수있어서다. 오연목 교수는 “천식 병력이있는 산모의 3분의 2는 천식 증상이 호전되거나 악화되는 등 방향을 예측할 수없는 변화를 겪는다”며 “태아에 나쁜 영향이 갈까봐 복용하던 천식 약을 임의로줄이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천식 조절이안 돼 오히려 미숙아가 태어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임신 중엔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위해 산소가 부족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게 중요하다. 태아에게 저산소증을 유발할 수 있는 심장 질환이나 천식 병력이 있다면 임신 시도 전부터 전문의와상의해 잘 관리해야 한다. 특히 천식이있다면 병원 방문을 4~6개월마다 1회에서 매달 1회로 늘리기를 권한다. 건강한산모라도 숨을 들이마실 때 아랫배를 부풀리는 복식호흡법을 익혀두면 평소 태아에게 좀 더 효율적으로 산소를 공급할수 있다. 적당한 운동으로 혈액순환을원활히 하는 것도 산소와 영양을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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