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이상운 공동회장
환자·인력 대형병원 쏠림 가속
지난해 중소병원만 48개 감소
현행 의료전달체계 개선 시급
이상운 대한지역병원협의회 공동회장 |
-협의회의 창립 배경은.
“전국에 300 병상 미만의 중소병원이 약 1600개다. 지난해 의원과 종합병원의 수는 늘거나 유지됐지만 중소병원은 48개 줄었다. 새로 생긴 병원보다 없어진 병원이 많은 건 처음이다. 중소병원이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자립할 수 있는 근간을 세워야 한다는 뜻을 모아 협의회를 창립했다.”
-지역 중소병원이 처한 의료 환경은 어떤가.
“3차 의료기관의 환자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진다. 그러다 보니 의료 인력도 큰 병원에 집중된다. 간호 인력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방에는 법정 간호 인력 기준에 미달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여기에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구급차 의무 배치 등 병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 더해져 운영난에 시달린다. 중소병원의 존폐를 위협하는 저수가 정책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가장 시급히 해결할 문제는 뭔가.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는 게 급선무다. 우리나라는 전문의가 1차 의료에 배치돼 있는 특수한 구조다. 1차 의료에서부터 고급 의료의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3차 의료기관에 환자가 쏠리는 건 낭비다. 2차 의료기관에서도 충분히 숙련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3차 의료기관은 고난도·중증 환자 진료와 교육 중심으로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 간호등급제 역시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 국내 의료기관의 전체 병상 수를 고려하면 간호사가 약 20만 명이 필요한데 실제 간호사는 10만여 명뿐이다. 애초에 병상당 간호 인력 비율을 맞출 수 없는 구조다. 간호등급제의 개선이 절실하다.”
-중소병원이 살아나면 국민은 어떤 혜택을 받나.
“의료의 질은 경험이 좌우한다. 1600개 중소병원 의사의 상당수가 대학에서 근무를 했고 충분한 의료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수십 년간 대학교수로 지내던 의사도 개원하면 일반의(GP)로 인식되는 게 현실이다. 지금껏 국민은 지역 사회에서 숙련된 치료를 큰 부담 없이 누렸다. 지금의 의료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고급 의료의 접근성이 점점 떨어질 것이다. 국민의 건강권 보호 측면에서 큰 손해다.”
-향후 계획이 있다면.
“중소병원이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만 정책·제도 면에서 소외됐다. 의견을 개진할 창구조차 없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낀다. 앞으로 의사협회·병원협회 등과 협력해 의료의 본질을 회복하는 데 힘쓸 것이다. 지역 중소병원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실질적인 정책 개선이 이뤄지도록 정부에 주문할 계획이다.”
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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