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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기수정의 여행 in]황금들판 너머 다도해…전쟁의 상흔 위로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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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펼쳐진 섬들의 자태에 힐링

동쪽 자락엔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치열했던 역사의 흔적들 고스란히

모노레일 타고 아찔한 비경 감상도

바야흐로 가을이다. 해마다 찾아오는 가을이건만 서늘한 바람이 온몸을 감싸는 이맘때가 되면 유독 산이 생각난다.

얼마 전 경남 거제 계룡산(鷄龍山, 566m)에 올랐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산 정상에 올라 온몸을 감싸는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발 아래 펼쳐진 자연을 지그시 바라보니 잔뜩 들떴던 마음도, 심란했던 마음도 어느새 차분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끝없이 이어진 섬과 섬의 굴곡, 남해의 절경, 신선한 공기 한 모금에 그간의 시름을 털어내고 나니 공허했던 마음은 어느새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장쾌한 풍광에 마음을 뺏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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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계룡산 정상에서 바라본 거제의 모습. 하얀 구름 아래로 황금들판과 은빛 물결, 섬과 섬의 굴곡이 마치 한 폭의 수채화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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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해발 566m)은 거제 본섬 한가운데 우뚝 솟았다. 이 산은 양팔을 힘껏 벌려 각 고을을 거느리고 있다.

산 정상부는 닭의 볏을, 발치의 구천계곡은 용의 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계룡(鷄龍)'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거제의 계룡산은 충남 공주의 계룡산에 비해 훨씬 아담하지만 풍광만큼은 예사롭지 않다.

정상에 올라 눈앞에서 장쾌한 경관을 마주하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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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정상의 포토스폿. 거제도의 수려한 풍광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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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들녘과 은빛 물결, 뭉게뭉게 피어난 하얀 구름은 말할 것도 없고 저 멀리 섬 뒤에 다른 섬이 이어지면서 만들어내는 곡선은 능선처럼 펼쳐져 입을 다물지 못할 만큼 빼어나다. 바람에 춤을 추는 은빛 찬란한 억새의 모습도 마음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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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정상에 설치된 전망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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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는 의상대사가 절을 지었다는 의상대가 있고 능선을 따라 불이문 바위, 장군 바위, 거북 바위, 장기판 바위 등 기암괴석을 만날 수 있다.

주변으로 옥녀봉(555m), 가라산(586m) 등이 있고 북병산(467m)과의 사이에는 구천계곡이 있다. 계룡산과 북병산에서 발원하는 구천은 거제도의 중요한 수원이기도 하다.

◆치열했던 역사의 상흔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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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포로수용소는 한국전쟁 당시 설치된 포로수용소 중 규모가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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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모든 수식어를 붙여도 될 만큼 아름다운 계룡산은 사실 치열했던 역사의 상흔을 품었다.

계룡산 자락에 위치한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이 대표적이다.

한국전쟁이 끝나지 않았던 1951년, 계룡산 동쪽 자락에 거제도 포로수용소가 설치된다. 유엔군과 국군의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면 많은 포로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뭍과 떨어져 있어 경비가 편했고 섬이 커서 물이 충분하고 식량도 재배할 수 있었던 거제도는 대규모 포로수용소를 들이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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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고자산재 주변으로 전망데크와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수월하게 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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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17만명을 웃도는 포로들이 이곳에 있었기에 이곳 거제도 포로수용소는 하루하루 치열했다.

1953년 7월 27일 휴전이 되며 폐쇄됐지만 그 자리에는 유적공원을 조성, 당시 수용소 건물 일부와 한국전쟁의 역사, 포로의 생포와 수송과정 등 당시의 기록을 재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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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 잔존 유적이 이곳 계룡산 정상부근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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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정상 고자산재 음달바위 근처에서도 ​유엔군의 통신소 건물들의 잔해가 있다. 수용소 안에서 발생했던 사건 등이 이곳을 통해 극동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로 보고됐다.

음달바위 주변에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바라본 발치의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전쟁의 상흔을 어루만지는 듯한 구름 사이의 빛줄기도 퍽 고왔다.

◆모노레일로 더 편하게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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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수용소 유적공원부터 계룡산 정상까지 운행하는 모노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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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은 고현 계룡사 뒤쪽과 용산마을, 그리고 거제면 화원, 명진마을을 이용해 오를 수 있지만 올 3월부터는 걷지 않고 좀더 수월하게 오를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서 고자산재까지 모노레일(거제 관광 모노레일)이 운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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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서 계룡산 정상 근처까지 운행하는 모노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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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만 왕복 3540m에 달하는 국내 최장 모노레일은 4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모노레일을 타고도 30분을 이동해야 정상에 닿을 수 있고 특히 최고 경사각이 37도에 이를 만큼 아찔하기 그지없지만 숲 사이를 헤치며 오르는 내내 아름다운 풍광을 눈에 담는 재미가 쏠쏠하다.

모노레일이 조성되면서 더 많은 이가 계룡산 정상을 찾는다. 특히 남들보다 빨리, 좀더 편하게 계룡산 정상에서 거제의 비경을 감상하기 원하는 이들은 무조건 모노레일에 몸을 싣는다.

운영 시간은 동절기(11~2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절기(3~10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행하며 성인 기준 왕복요금은 1만2000원이다. 모노레일의 하루 수용 인원은 810명으로, 사전 예약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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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덕면 거림리 뒷산 우두봉 중허리에 자리한 둔덕기성에서 바라본 거제의 풍광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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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거제=기수정 기자 violet170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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