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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단풍 천국’ 인제·홍천에는 사이다맛 약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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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절정이 임박했다. 집 근처 공원이나 거리에서도 곧 단풍을 볼 수 있지만 당장 찬란한 가을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강원도 산골로 가야 한다. 이왕이면 강원도 인제와 홍천에서도 오지로 가보자. 지금 가장 화려한 단풍도 보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신비한 약수까지 맛보는 ‘일석이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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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 삼봉 자연휴양림 안에 있는 삼봉약수. 2011년 개인약수, 오색약수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최승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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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림에 숨은 개인약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약수는 모두 3개. 이 중 2개가 방태산(1444m) 권에 있다. 지난 12일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에 있는 개인약수(천연기념물 531호)를 다녀왔다. 개인산(1341m·開仁山)이 가까워 개인약수인데, 정작 약수터는 방태산 주억봉과 푯대봉 사이 계곡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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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약수 가는 길에 만난 인제 미산계곡. 이번 주말 단풍이 절정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승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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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약수는 여느 약수터와 달리 험한 산길을 걸어야 그 신비한 맛을 만날 수 있다. 내린천이 휘감는 446번 지방도에서 약수터 입구 주차장까지, 차를 몰고 가는 길부터 험하다. 그러나 5.5㎞ 지그재그 산길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속도를 내기 불가능한 길인 만큼 차분하게 단풍을 감상하며 드라이브를 즐기면 된다.

주차장부터 개인약수까지는 1.5㎞다. 그러나 이 거리를 얕잡아봤다가 무릎을 부여잡고 내려오는 사람이 많다. 표고 차 약 300m로, 가파를 뿐 아니라 돌투성이 계곡이어서 무릎과 발목 관절에 큰 부담이 간다. 안내판에는 올라갈 때 45분, 내려갈 때 33분 걸린다고 돼 있지만 이보다 천천히 걷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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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개인약수까지 가는 길은 1.5㎞ 밖에 안되지만 온통 돌투성이여서 무릎과 발목 관절에 부담이 된다. 등산 스틱을 쓰거나 쉬엄쉬엄 오르길 권한다. 최승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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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에 들어서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한 원시림과 시원한 계곡물이 반겨준다. 이 계곡을 좌우로 10번 쯤 넘나들면 해발 950m께 있는 약수터에 다다른다. 국내 최고(最高) 약수터다. 여느 약수터처럼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약수를 빨간 바가지에 받아 마시는 게 아니라 땅에서 솟는 계곡 한 귀퉁이에서 물을 떠 마신다. 철분이 많아서 약수 주변 돌은 온통 붉은빛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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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약수는 국내서 가장 높은 곳에서 솟는 약수다. 물에 철분이 많아 돌도 적색을 띤다. 최승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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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글뽀글 거품을 내며 솟는 개인약수. 사이다처럼 톡 쏘는 맛이 나는데 등산 후 마시면 단맛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최승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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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약수를 생수통에 담아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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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맛은 탄산음료 같다. 험한 산길 헤치고 올라 맛보는 물이어서인지 유난히 달고 맛있다. 이드로탄산·규소·마그네슘·칼슘·철·칼륨 등이 풍부해 위장병·당뇨 등 온갖 질병에 좋단다. 그래서일까. 험한 산길 마다치 않고 10ℓ 물병을 이고 지고 가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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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약수 오가는 등산길에서도 눈부신 단풍을 볼 수 있다. 최승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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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 안팎에 있는 삼봉·방동약수
개인약수가 있는 인제 상남면에서 홍천 내면 방향으로 차를 몰고 1시간 20분 쯤 들어가면 삼봉 자연휴양림이 나온다. 유일무이하게 약수를 품은 휴양림인데 그 약수가 천연기념물 530호인 삼봉약수다. 휴양림 안에 있어서 물맛을 보려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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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봉 자연휴양림 안쪽에 자리한 삼봉약수. 개인약수, 오색약수와 함께 201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최승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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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골에 자리한 삼봉 자연휴양림을 이맘때 찾아가면 눈부신 단풍을 볼 수 있다. [사진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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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중에 있는 개인약수는 1891년에 발견됐는데, 삼봉약수는 조선 중기인 1500년경 발견됐다 한다. 재미난 전설도 내려온다. 조선 선비 권전이 날개 다친 학이 안개 피어오르는 계곡물에 날개를 적신 후 날아가는 모습을 봤다고 한다. 자세히 보니 날개 적신 바위틈에서 샘물이 솟아났다고 한다. 15가지 성분으로 이뤄진 삼봉 약수는 실제로 위장병·신경 쇠약·피부병·빈혈 등에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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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한 달만 개방하는 강원도 홍천 은행나무숲. 인근 삼봉 자연휴양림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삼봉약수, 개인약수가 있다. 최승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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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봉약수의 효험은 허무맹랑한 전설이 아니다. 삼봉약수 인근에는 전국 명소로 떠오른 홍천 은행나무숲이 있다. 이 숲을 가꾼 주인공 유기춘씨는 1985년 위장병을 앓던 아내를 위해 이 마을에 정착했다. 아내는 삼봉약수를 꾸준히 마셨고, 남편은 아내의 쾌유를 바라며 은행나무를 심었다. 어느덧 아내는 병에서 나았고, 숲은 무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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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나무가 뿌리 내린 암석에서 솟아나는 방동약수.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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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 자연휴양림 입구에는 방동약수가 있다. 천연기념물은 아니지만 자연보호중앙협의회에서 꼽은 ‘한국의 명수’다. 한국의 100대 약수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다. 역시 탄산·철분 함유량이 많아 위장에 좋단다. 수령 300년의 엄나무가 뿌리 내린 암석 아래서 이런 물이 솟는 모습 자체가 신기하다. 그리고 국내 휴양림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단풍을 자랑하는 방태산 휴양림에 들러 단풍 구경하는 것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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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 자연휴양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을 풍광을 볼 수 있는 이단폭포. [사진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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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홍천=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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