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 양식에 20~30대 젊은 주민 증가…마을 미래 위해 6차산업화 시도
체험·관광·식당·판매 잇는 '전복 테마 여행 코스' 마련
송림 가득한 해변과 전복양식장 |
(해남=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전남 해남 땅끝으로 향하는 해안로를 달리다 보면, 차창 왼쪽으로 푸른 바다가 힐끔힐끔 보이기 시작한다.
땅끝 가는 길에 바다가 모습을 드러내면, 송지면 송호마을이 거의 다다랐다는 의미다.
마을 앞에는 아담하지만 푸른 바다를 껴안는 듯한 곡선이 매력적인 모래사장 해변이 펼쳐져 있다.
해변에는 푸른 소나무숲이 마을과 바다를 가르는 경계라도 되는 양 푸른 기운을 물씬 풍기며 기세 높게 뻗어 있다.
해변 앞바다는 마치 호수와 같이 청량한데, 소나무와 큰 호수라는 의미의 '송호(松湖)'라는 이름에 딱 들어맞는 마을이다.
해변 양쪽에는 바다의 풍광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곳에 캠핑장도 두 곳이 있다.
땅끝 여행객들에게는 해변이 펼쳐진 아름다운 마을이며, 집에 돌아갈 때는 싼값에 전복을 한 아름 안고 갈 수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송호마을 해변 |
통통거리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잘 정리된 논밭처럼 전복양식장이 마을 앞바다를 가지런히 수놓고 있다.
이 마을 어촌계 53어가에서 키우는 250칸, 46ha의 전복양식장은 마을 수입의 9할을 책임진다.
10월에 찾은 바다에서는 어민들이 전복을 꺼내 따개비를 떼고, 미역을 먹일 준비를 하느라 쌀쌀함이 감도는 가을바람에도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과거 이 마을은 김이나 파래를 양식하던 곳이었지만 몇몇 어민이 커다란 통에 전복을 키우는 재래식 방식으로 전복양식을 시작했다.
10여년 전부터는 대형 선박 크레인을 동원해야 하는 현대식으로 바뀌면서 어민 대부분이 전복 양식에 뛰어들었다.
전복이 비싼 가격에 팔리며 어민 소득을 올려주자, 사람 떠났던 어촌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렇게 모여든 20~30대 젊은 전복 양식 어민이 30여명이나 된다.
송호마을 앞 바다의 전복 양식장 |
마을에 젊은 주민들이 늘어가자, 어촌계는 유휴인력을 위한 일자리로 음식점·체험프로그램·직거래 판매장을 갖춘 전복체험장을 마련했다.
2014년 해양수산부 공모사업 '어촌 6차 사업화 시범사업'에 뽑혀 받은 11억원으로 마을사람들이 구상한 전복체험장 문을 열었다.
체험장은 운영자가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마을 어촌계에서 올해 여름부터 공동운영하고 있다.
체험장에는 항상 마을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음식점도 자리 잡고 있다.
평소에는 마을 사랑방 역할을 하고, 관광객이 몰려오면 마을의 자랑거리인 전복요리를 선보이는 음식점으로 변한다.
송호마을 전복체험장과 어촌계장 |
전복이 미역을 먹고 살을 찌워 구수한 맛을 내는 11월 말부터 다음 해 4월까지는 전복구이·전복죽 등 전복요리를 맛볼 수 있다.
여름철에는 전복과 함께 싱싱한 문어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가는 황칠전복문어백숙이 인기를 끌었다.
음식점 옆에는 자그마한 전복 판매장도 있는데 시중보다 약 10% 저렴하게 전복을 살 수 있다.
할인뿐만 아니라 10%의 전복을 덤으로 줘, 소비자들은 사실상 20%가량 싸게 전복을 사는 셈이다.
송호마을 어촌계는 마을회관에 전복 빵을 만드는 체험시설도 조성하고 있다.
전복체험장을 중심으로 전복 수확체험, 관광지 여행, 먹거리 등을 하나의 여행 코스로 구성해 마을을 찾은 여행객들에게 선보인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송호마을 용양배(51) 어촌계장은 "전복 가격이 언제 하락할지 몰라 전복을 활용한 6차 사업 시도에 마을 주민 모두가 힘을 모았다"며 "어촌에서는 보기 드물게 젊은 사람들이 찾아든 송호마을의 희망을 이곳 체험장에서부터 만들어 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전복이 듬뿍 들어간 된장찌개 |
pch80@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