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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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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 색깔이 말해주는 맹인 안내견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수명과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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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처럼 생각한다”


지난해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반려동물 양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68.3%에 달했다고 하죠. 실제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0.9%에 해당하는 590만 가구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고 하니, ‘펫(pet) 전성시대’라는 말도 무색할 만큼 반려동물이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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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대 연구진에 따르면 초콜릿 색의 래브라도는 다른 색의 래브라도보다 수명이 짧고, 질병에 취약하다. 갈색 털의 래브라도를 얻기 위해, 열성 유전자 끼리 교배했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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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개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로 손꼽히고 있죠. 실제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의 82.5%가 개를 반려동물로 선택하고 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알만도 합니다. 늑대에서 진화해, 적어도 1만4000년 이상 인간의 곁을 지켜온 반려동물인 개는 인위적 교배(육종)에 따라 다양한 외모와 성격을 가지게 됐고, 그 특성에 따라 사냥개ㆍ맹인안내견ㆍ마약 탐지견 등 특수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개의 외모 중 건강과 수명을 판단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바로 ‘색깔’ 입니다. 최근 호주 시드니대 연구팀이 맹인 안내견으로 잘 알려진 ‘래브라도 리트리버’를 대상으로 털 색깔과 수명ㆍ질병의 관계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주목되고 있습니다.

짙은 갈색일수록 열성...귀병과 피부병 많은 ‘초콜릿 래브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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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대는 영국왕립수의대와 함께 동물 건강 증진을 위한 비영리 연구 프로젝트 '벳컴패스'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진이 영국의 일차 진료기관으로부터 데이터를 넘겨받아 조사한 결과, 초콜릿 색 래브라도의 평균수명은 10.7년으로 검정색과 흰색의 래브라도보다 10% 짧았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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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대 폴 맥그리비 교수 연구팀은 22일(현지시각) 털 색깔이 개의 수명ㆍ건강과 연관이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호주에서 가장 흔한 견종으로 알려진 래브라도 리트리버 3만 3000마리를 대상으로 역학 조사를 했습니다. 그간 동물 병원을 거쳐 간 ‘환자 강아지’의 데이터를 모아서 통계를 낸 것이죠. 시드니대가 영국 왕립수의대(Royal Veterinary College)와 함께 동물 건강 증진을 위한 비영리 연구 프로젝트 ‘벳컴패스(VetCompass)’를 진행하는 만큼, 1차 진료기관에 축적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결과 짙은 갈색털을 가진 초콜릿 래브라도가 수명이 더 짧고 질병도 더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초콜릿 색깔의 털을 가진 래브라도가 수명이 (다른 색의 래브라도보다) 10% 이상 짧다”고 밝혔죠. 다른 래브라도들의 평균 수명이 12.1년인 반면, 초콜릿 래브라도는 이보다 1년 이상 적은 10.7년을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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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브라도는 지능이 뛰어나고 인내심이 많아 마약탐지견ㆍ맹인인도견 등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래브라도의 털 색깔은 흰색ㆍ검정색ㆍ초콜릿색이 일반적이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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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귓병과 피부병도 더 자주 겪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연구진은 “초콜릿 래브라도는 다른 래브라도보다 외이염(external otitis)에 걸릴 확률이 배나 높고, 빨간 열점이 생기는 ‘화농창상성피부염(pyo-traumatic dermatitis)’에 걸릴 확률은 4배나 높다”고 밝혔습니다.

초콜릿 색 유전자 끼리만 교배...유전적 다양성 줄어든 원인


원인은 뭘까요? 연구를 진행한 맥그리비 교수는 특정 털 색깔을 목표로 교배하는 행위와 관련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초콜릿 털 색깔을 내는 유전자는 열성이기 때문에, 어미 견과 아비 견 모두에게 해당 유전자가 있어야 해당 색깔의 래브라도가 태어날 수 있다”며 “이 색깔을 원하는 사육사들은 해당 유전자를 가진 래브라도끼리 교배를 시킬 확률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들게 되고, 이것이 래브라도의 귀와 피부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맥그리비 교수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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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에 들어갈 정도로 작아 '티컵 강아지'라고 불리는 견종.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다. 한편 전문가들은 특정 색이나 외모를 발현시키기 위해 유전적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교배행위가 개체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 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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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문가들도 이런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했죠.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특정 외모나 색깔, 순수혈통의 개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국내에서도 같은 특징을 가진 개체들끼리 교배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며 “견종별로 특정 질환에 취약한 유전적 특징이 있는 만큼 질병이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간 중심의 무리한 교배는 지양돼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최근에는 컵에 들어갈 정도로 덩치가 작아 ‘티컵(Teacup) 강아지라고 불리는 강아지들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역시 “반려동물의 외모나 혈통보다는 건강을 중시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 연구는 22일 국제 과학학술지 ‘동물 유전학ㆍ역학(Canine Genetics and Epidemiology)’에 게재됐습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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