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회남재 숲길 걷기’ 축제, 27일 경남 하동군 일대서 열려
매년 1만명 찾는 10대 걷기 명소… 히말라야 박정헌 대장도 동행
2016년 ‘지리산 회남재 숲길 걷기’에 참가한 윤상기 하동군수(앞줄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와 트레커, 지역 주민 등이 단풍길을 걷고 있다. 하동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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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의 가을 하늘이 짙푸르다. 초목들은 단풍 옷으로 갈아입느라 분주하다.
20일 오후 4시경 해발 750m에 있는 경남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 삼성궁 주차장. 기온이 10도로 약간 쌀쌀한 기운이 느껴졌다.
일주일 뒤에 열리는 ‘지리산 회남(回南)재 숲길 걷기’를 앞두고 출발 지점인 삼성궁교 옆 공터에서 회남정(回南亭)으로 향했다. 도중에 다정하게 하산하던 박모 씨(54) 부부를 만났다. 산청군 시천면에 살면서 한 달에 10번 이상 회남재를 찾는다는 박 씨는 “해발 700∼800m의 높은 곳에 이렇게 편안하고 아름다운 산길이 어디 있겠느냐”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산악자전거 동호인 3명도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회남재 숲길은 들머리만 약간 오르막일 뿐 전체 구간이 평평하다. 폭 2∼4m의 도로변엔 거목들이 울창해 하늘이 가려진다. 나무엔 설명이 곁들여진 이름표가 달려 있다. 신갈나무, 노각나무, 매화말발도리, 누리장나무, 줄참나무, 때죽나무, 고로쇠나무…. 300종 이상의 식물이 기암과 어우러진 생태공원이다. 울긋불긋 알록달록, 그리 짙지 않은 단풍은 초봄의 옅은 연두색 녹음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회남재 숲길은 천왕봉에서 섬진강을 향해 남으로 내리뻗은 해발 1000m 안팎의 관음봉, 거사봉, 시루봉의 동쪽 허리를 감아 돈다. 구불구불, 오르락내리락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 멀리 이름 모를 준봉들과 나란히 걷다 보면 1시간 40여 분 만에 회남정에 다다른다. 회남정에 오르면 남쪽으로 노랗게 물들어가는 평사리 들판, 섬진강, 최참판 댁이 한눈에 들어온다. 삼성궁에서 회남정까지는 6km, 악양면사무소에서는 11km, 묵계초등학교에서는 4km 떨어져 있다. 어른 아이 누구나 숨차지 않게 걸을 수 있어 더 인기가 많다.
회남재에 우뚝선 회남정(위 사진)과 ‘지리산 회남재 숲길 걷기’ 행사가 열릴 회남재 숲길. |
조선 중기 유학자이자 영남학파의 거두인 남명 조식 선생(1501∼1572)의 숨결을 느끼며 가슴 가득 가을 추억을 담을 수 있는 독특한 산행(山行) 행사가 지리산의 품에서 곧 열린다.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지리산 회남재 숲길 걷기’는 27일 오후 1시 삼성궁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5회째인 올해 행사의 부제는 ‘지리산 가을, 하동을 걷다’이다. 해마다 산악인, 트레커, 관광객 등 전국에서 1만 명이 참가한다. ‘히말라야 사나이’ 박정헌 대장(47)이 함께 걸으며 산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전 11시부터 가수 진시몬과 배진아가 공연하고 산악울림마당, 숲길 열림 퍼포먼스에 이어 윤상기 하동군수가 앞장서서 산행을 시작한다. 하동 홍보대사인 배우 변우민 팬 사인회를 비롯해 황톳길 맨발 도장 찍기, 통나무 빨리 자르기, 리본 달기 등 체험행사도 많다.
회남재는 산청 덕산에서 후학을 가르치던 남명이 풍광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악양을 구경하기 위해 1560년 무렵 지리산을 넘다가 이 고개에 올라서서 악양 들판을 내려다보고는 되돌아갔다고 해서 붙여졌다. 돌아간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수백 년 전부터 지리산을 사이에 둔 하동과 함양, 산청 등지의 주민과 보부상들이 오가던 산길이기도 하다. 새소리, 바람소리, 낙엽소리를 만끽할 수 있는 회남재 숲길은 ‘전국 10대 걷기 명소’ 중 한 곳이다. 행사 참가비는 없다.
윤 군수는 “‘대한민국의 알프스 하동’을 세계인들이 즐겨 찾도록 회남재 숲길 걷기를 하동의 대표적인 걷기 여행 축제로 만들 것”이라며 “명품 숲길에서 힐링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하동군 관광진흥과
하동=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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