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많이 마셔야 똑똑한 뇌
밀폐 공간은 산소 농도 낮아
운동·흡입으로 공급 늘려야"
산소로 지키는 건강 ④집중력과 인지 기능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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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개 넘는 뇌세포의 원동력 산소
산소는 뇌 활력을 높이는 원동력이다. 뇌 신경세포와 세포끼리의 연계를 강화해 두뇌 활동이 활발해진다. 뇌 기능을 높여 같은 자극에도 더 민감하고 정확하게 반응한다. 뇌가 똑똑해진다는 의미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도 있다. 정순철 교수 연구팀은 산소가 공간 인지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대학생 263명을 대상으로 일반 공기군(산소 농도 21%)과 산소 농도 30%인 고농도 산소군 두 그룹으로 나눠 공간 인지능력을 시험하고, 뇌 기능 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해 뇌 어느 영역이 얼마나 활성화되는지를 확인했다. 그 결과 고농도 산소군은 소뇌·후두엽·두정엽·전두엽 등 전체 뇌 활성화 면적이 일반 공기군보다 17% 넓었다. 특히 현재 사용하는 뇌 기능인 공간 인지 처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두정엽 영역의 뇌 신경은 활성 강도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정답률도 차이를 보였다. 고농도 산소군의 정답률은 62.5점으로 공기군(50.63점)보다 높았다. 영국 노섬브리아대 모스 교수 연구팀이 산소와 두뇌 활동과의 관련성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산소 마스크를 통해 산소를 흡입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20% 이상 더 많은 단어를 기억했다.
뇌는 인체를 지배한다. 100억 개가 넘는 뇌세포가 정상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다량의 산소가 필요하다. 뇌가 우리 몸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체중의 2.4%에 불과하다. 하지만 뇌에서 사용하는 산소의 양은 호흡을 통해 몸으로 들어오는 전체 산소량의 25%가 넘는다. 만일 산소 결핍 상태에 빠지면 어떻게 될까.
가천대 뇌과학연구원 서유헌 연구원장은 “우리 몸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뇌 활성화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두뇌 활동에 필요한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뇌 명령체계가 약해진다. 한국뇌연구원 라종철 책임연구원은 “뇌로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 치명적인 뇌 손상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춥다고 환기 소홀하면 산소 부족 초래
산소 부족은 의외로 일상에서 경험하기 쉽다. 독서실·사무실·찜질방 등 사방이 꽉 막힌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다. 날이 춥다고 환기를 소홀하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자연스럽게 산소는 줄고 그 자리를 이산화탄소가 대신한다. 실내 공기가 점점 탁해지는 이유다. 한국과학기술원의 실험에 따르면 아파트 침실에서 창문을 닫고 잠을 잘 때 3시간이 지나자 20.4%였던 산소 농도가 20%로 떨어졌다. 7시간 후에는 19.6%로 낮아졌다. 대수롭지 않은 차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으면 뇌 활동이 둔화되고 맥박·호흡이 빨라진다. 참고로 산소 농도 18% 이하는 고용노동부의 이산화탄소 질식재해 예방 안전작업 매뉴얼에서 정의하는 ‘산소 결핍 상태’다. 대기 중 평균 산소 농도는 21%다. 서 연구원장은 “지속적 산소 결핍은 뇌에 조금씩 손상을 줘 집중·판단력 등 뇌 인지 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실내에서 주로 생활한다면 뇌 건강을 위해 산소가 부족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자전거 타기, 빨리 걷기, 등산 등 다리를 많이 쓰는 유산소 운동도 뇌 건강에 좋다. 뇌는 다리 근육 움직임을 잘 감지한다. 다리를 움직이면 뇌를 자극해 깨우는 동시에 뇌 혈관을 통해 산소 공급량을 늘려준다.
고농도 산소를 흡입하는 방법도 있다. 혈중 산소 포화도를 높여 뇌에서 필요한 산소를 공급한다. 뇌 발달이 더딘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고농도 산소를 공급했더니 단기 기억력 등 인지 기능이 개선됐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적장애인은 뇌 인지 기능 중 기억력이 떨어져 반복해 가르쳐도 배운 내용을 잊는다. 정순철 교수는 “산소가 뇌 활성도를 높여 집중력과 인지 수행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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