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 1건·서울중앙지법 등 각급 법원 13건 심리 중
미쓰비시 중공업·후지코시·요코하마고무 등 상대로 줄줄이 소송
"끝나지 않은 싸움" 근로정신대 할머니들 25년째 소송 (CG) |
(서울·광주=연합뉴스) 송진원 천정인 기자 = 일제 강제징용 피해를 보상하라는 판결이 13년 8개월 만에 확정된 가운데 수년간 미뤄져 온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소송도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대법원은 30일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4)씨 등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에서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에 계류된 지 5년, 한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지 13년 8개월 만이다.
재판이 지연되는 사이 이씨와 함께 소송에 나선 동료 3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 온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에겐 이번 판결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양금덕(90) 할머니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와 유가족 5명은 2012년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광주지법과 광주고법에서 1인당 1억~1억2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당시 법원은 "일본 정부의 침략 전쟁 수행을 위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로 13~14세 소녀들을 군수공장에 배치했다"며 "열악한 환경 속에 위험한 업무를 하게 한 것은 반인도적 불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양 할머니 등은 아시아 태평양 전쟁 말기인 1944년 5월 일본인 교장의 회유로 미쓰비시 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로 동원돼 임금 한 푼 받지 못하고 중노동을 했다.
이들은 1993년부터 10년 가까이 일본에서 법정 다툼을 벌였지만 끝내 패소했다가 한국 법원이 다른 판단을 하면서 희망의 불씨는 되살아났다.
이런 희망도 잠시, 대법원은 2015년 이 사건을 접수하고도 3년 동안 별다른 이유 없이 결론을 미뤄왔다.
최근에서야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의 뒷거래로 재판을 의도적으로 지연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징용소송 중 하나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재판거래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달 10일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심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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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전국 각급 법원에서 현재 13건의 강제징용 소송이 심리 중이다.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2016년 11월 근로정신대 피해자 5명이 일본 전범 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후지코시가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같은 해 8월엔 강제동원 피해자 14명의 유가족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인당 9천만원씩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두 사건 모두 피고인 일본 기업들이 항소해 현재 서울고법에 2심이 계류돼 있다.
이 밖에 강제동원 피해 가족들이 요코하마 고무 주식회사 등 일본 기업 69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도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이 진행 중이다.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대법원이 강제징용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정한 만큼 법리적 쟁점이 비슷한 자신들의 사건도 어렵지 않게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안영숙 사무처장은 "긴 시간이 걸렸지만, 너무나 당연한 판결이다. 이 기쁜 소식을 할머니들에게 빨리 전하고 싶다"며 "근로정신대 소송도 전원합의체 심리가 진행 중인 만큼 올해 안으로 좋은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징용 피해 94세 이춘식 할아버지 "혼자 나와서 슬프고 눈물나" / 연합뉴스 (Yonhapnews)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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