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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반려묘와 ‘위험한 동거’ 통했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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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현실적인 일상으로 구독 43만명 유튜버로 뜬 연극배우 남기형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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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펫튜버 채널들과 달리

고양이에 물려 비명소리 난무

“배우의 장점과 콘텐츠 접목 고심”


“이 세상은 고양이가 지배하고 있어요. 대한민국 대통령도 지금 고양이에게 지배받고 있는 거 아닌가요?”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던 연극배우 남기형씨(29)가 볼멘소리를 했다. 카페 유리창 앞으로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막 뛰어든 참이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남씨 역시 고양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펫튜버’(반려동물과 유튜브를 결합한 신조어)다. 그와 반려묘 ‘아리’의 일상을 담은 유튜브 채널 ‘Ari는 고양이 내가 주인’은 구독자가 43만명이 넘고, 140여개 영상의 총 조회수는 8000만이 넘는다.

남씨의 유튜브 채널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여느 펫튜버들의 채널과 다르다. 비명소리가 난무하기 때문이다. ‘고양이와 ~해보았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남씨는 항상 아리에게 ‘어떤 행동’을 시도한다. 그러면 아리는 이를 귀찮아하며 남씨의 손을 물고, 대부분의 영상이 손을 물린 남씨의 비명소리로 끝난다.

남씨는 자신의 채널을 “평범한 사람이 평범한 고양이를 기르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그는 “고양이와의 일상을 예쁘게 담아내는 유튜버들이 많지만, 현실은 다를 때가 많다”며 “고양이를 기르며 마주하는 일상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을 재밌게 봐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남씨와 아리의 인연은 2010년 시작됐다. 이들의 ‘위험한 동거’가 본격화한 것은 그가 아리를 가족에게 맡기고 군대와 유학을 다녀온 뒤부터다. 그는 “떨어져 지낸 사이 무슨 일이 생겼나 싶을 정도로 아리가 커 있었다”며 “인터넷 커뮤니티에 ‘얘 좀 보세요. 무서워요’ 하는 글을 올리기 위해 영상을 찍은 것이 유튜브의 시작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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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차 연극배우이자 ‘펫튜버’로 활동 중인 남기형씨.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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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씨는 10년차 연극배우다. 2015년 부산 임권택예술대학교 연기과를 졸업한 그는 지난해 극단 ‘리셋’에 합류했다. 그는 “올해 초 극단과 함께 서울 대학로로 활동지를 옮겼다”며 “지금은 연극 <호외>에서 항일 언론사 간부 조만이 역을 맡아 한창 연습 중”이라고 했다. <호외>는 1923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을 다룬 연극으로, 11월3일 대학로 마당세실 극장에서 개막한다.

남씨의 정체는 최근까지 베일에 싸여 있었다. 영상에는 아리에게 물리는 팔과 손, 목소리만 등장했다. 그는 “유튜브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유튜브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유튜버가 인기를 등에 업고 연극을 하는 것으로 비칠까 걱정했다”고 말했다.

유튜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남씨의 생각도 변했다. 지난 21일 영상에서 얼굴을 공개한 그는 “이젠 본업이 있는 사람도 유튜브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많이 자리 잡은 것 같다. 배우라는 장점을 살려 유튜브 콘텐츠에 접목시키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남씨는 고양이를 기르는 것과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것에는 “좋은 면만 보고 뛰어들면 안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댓글로 문의를 하는 분들이 많다”며 “수익성만 생각하고 유튜브에 뛰어들어서도 안되고, 고양이가 귀엽다고 아무런 준비 없이 고양이를 기르면 안된다는 걸 아셨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고양이를 키우기 전엔 아리 동영상을 꼭 보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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