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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Tech & BIZ] 인류 구원 나선 AI, 조만간 지진 위치·시점까지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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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에 밀려 땅 위로 올라온 배, 진흙에 파묻힌 집, 가족과 친구를 잃고 망연자실한 사람들.

지난 9월 28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서 규모 7.5의 강진과 대규모 쓰나미가 발생했다. 높이 6m의 파도가 덮치면서 하루아침에 17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1000명이 넘는 사람이 실종됐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인간은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서 무기력했다.

과학자들이 지진과 전쟁에 나설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과거의 지진 기록과 현재의 관측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보이지 않는 땅속의 움직임을 읽어내고 지진을 예측해 내겠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6일 "1994년 미국 LA, 2008년 중국 쓰촨성, 2010년 아이티 대지진의 피해가 컸던 것은 지진에서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졌던 곳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라며 "인공위성 기술의 발달과 강력한 계산 모델, 컴퓨터 성능의 향상으로 기상 예측은 과거에 비해 나아졌지만 (지하에서 일어나는) 지진 예측은 큰 진전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여진 98% 정확도로 예측하는 AI

미국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와 캘리포니아공과대 연구팀은 AI로 과거의 지진 데이터를 연구하고 있다. 과거 수백년간 캘리포니아 일대에서 일어난 지진 관련 정보를 분석해 앞으로의 지진 발생 가능성을 알려주는 지진 예측 지도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연구팀은 인간의 뇌를 모방한 신경망(神經網) AI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어 지진이 발생하고 퍼져 나가는 방식을 음향 신호처럼 변환해 AI에 입력하고 선입견 없이 패턴을 읽어내도록 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자 수퍼컴퓨터를 이용한 지진 분석보다 지진 데이터 분석 효율이 500배나 높아졌다.

미국 하버드대와 구글 공동 연구팀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던 13만1000개의 지진 본진(本震)과 여진(餘震)을 구글 알파고(AlphaGo)에 적용했던 딥러닝(심층 학습) 기술로 학습시켰다. 이어 3만 개의 새로운 본진 데이터를 입력하자 AI는 98%의 정확도로 어디에서 여진이 일어날지 예측해냈다. 연구 결과는 지난 8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아직까지 지진 규모와 시간은 내다보지 못했지만 연구팀은 AI가 발전하면 여진은 물론 본진까지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랜든 미드 하버드대 교수는 "AI는 우리에게 지진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준다"고 말했다.

AI 지진 예측 기술의 발달은 전 세계의 지진 대응 시스템도 완전히 바꿔놓을 전망이다. LA타임스는 "전 세계 심해(深海) 곳곳에는 쓰나미의 발생을 감지하고 경보를 울리는 시스템이 설치되고 있지만 술라웨이 지진처럼 육지와 가까운 곳에서 지진이 일어날 경우에는 사람들이 대피할 시간조차 벌 수 없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AI로 지진 발생 지역과 시점을 예측할 수 있게 되면 해당 지역의 사람들을 미리 대피하게 하거나, 건물의 내진 설계 수준과 방파제를 높이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가능해진다.

◇태풍·미세 먼지 대책에도 AI 활용

지진 이외의 자연재해에 AI를 적용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태풍은 갈수록 거대하고 난폭해지고 있다. 올해만 해도 허리케인 마이클과 태풍 제비가 각각 미국과 일본을 초토화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마셜 우주센터는 태풍의 경로를 예측하는 AI를 개발해 시험하고 있다. 인공위성으로 관측한 정보를 분석해 AI로 태풍의 강도와 풍속을 계산하고 매시간 태풍의 경로를 전망해 경보를 내리는 식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지난 28일 "딥러닝을 이용해 태풍 진로를 예측하는 심층 신경망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기상 예측에 널리 활용되는 수치 예보 모델을 이용해 태풍에 영향을 미치는 풍속과 해수면 온도 등 변수를 AI에 학습시켰다. 이 AI를 과거 50개 태풍에 적용하자 위도 약 1.8도, 경도 2.1도의 오차로 태풍의 진로를 예측해냈다.

중국에서는 미세 먼지 예측과 분석·감소 대책 마련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IBM은 중국 주요 공업지대의 연료 사용량과 이로 인한 미세 먼지 발생과의 상관관계를 AI '왓슨'으로 분석해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를 통해 최소 25% 이상의 미세 먼지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실리콘밸리=박건형 특파원(defyi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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