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 거부자 처벌은 소수자 관용이라는 민주 정신 위배"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화와의증인 신도 오모(34) 씨의 상고심에서 사건을 대법관 의견 8대 5로 무죄 취지 파기 환송, 사건을 창원지법 형사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오 씨는 지난 2013년 7월 육군 현역병 입영 통지서를 받았으나, 입영일인 2013년 9월 24일로부터 사흘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오 씨는 1,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양심적 병역 거부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첫 의견은 2004년 내려졌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종교적,양심적 병역 거부는 정당한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 1968년의 첫 유죄 판례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양심적 병역 거부자는 일괄적으로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를 일괄적으로 형사 처벌하는 것은 "소수자 관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된다"며 "그런 면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는 88조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례 변경에는 지난 6월 헌법재판소 결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헌법재판소는 6월 28일,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에 재판관 6대 3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내년 12월까지 대체복무제 도입안이 포함된 법 개정을 요구했다. 당시 헌재는 "양심의 진실성이 인정될 경우 법원은 대체복무제 도입 전이라 하더라도 입영 거부 또는 소집 불응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헌재의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정부는 곧바로 대체 복무제 도입 준비에 착수했다. 그러나 정부 실무추진단이 현재 내놓은 대체 복무제 안은 "또 다른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상태다. 정부 안은 대체 복무 기간을 현역 육군 복무기간의 두 배인 36개월로 하고, 복무 영역은 교정시설로 단일화하는 안인데, 징벌적 성격이 짙다는 이유다.
대법원이 판례를 바꿈에 따라, 현재 법원에서 진행 중인 양심적 병역 거부 재판의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계류 중인 병역 거부 사건은 모두 227건이다.
다만 이미 유죄 판결이 확정되어 형을 마쳤거나, 현재 수형 중인 사람은 이 법의 영향을 곧바로 받기 어렵다. 소급적용디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의 특별사면 등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 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양심적 병역 거부자 특별 사면을 청원한 바 있다. 유엔인권이사회(UNHRC)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전 세계에 수감 중인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92%가 한국인이다.
기자 : 이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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