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5 (토)

이슈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양심적 병역거부 정당’ 반대한 대법관들 소수 의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1일 오전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상고심에 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 김소영 대법관(왼쪽) 등이 참석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일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봐야 한다고 판단을 내린 가운데 반대 의견을 낸 일부 대법관들의 소수 의견도 주목된다.

이날 대법원 전합이 선고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34)씨의 병역법 위반 혐의 상고심에서 13명의 대법관 중 김소영·조희대·박상옥·이기택 대법관 등 4명은 소수의견으로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제시했다.

현행 병역법 88조1항은 현역 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거나 소집에 불응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병역기피의 정당한 사유가 질병 또는 재난 등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사정에만 해당한다며, ‘양심’과 같은 주관적인 사유는 정당하지 않다고 봤다. 또 병역 거부와 관련된 ‘진정한 양심’은 심사가 불가능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자칫 특정 종파에 혜택을 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상옥 대법관은 “양심적 병역거부처럼 개인적인 신념이나 가치관, 세계관 등 주관적인 사유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없다”며 “국가의 안전, 평화, 유지를 기대하는 국가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국방의 의무 그 자체를 거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심의 내면적 자유는 보호되지만 외부로 양심을 실현하는 자유는 제한될 수 있다”며 “양심적 병역거부 역시 병역의무자 스스로 선택해 양심을 외부로 실현하는 것이므로 국가 안전보장과 국방의 의무 실현을 위해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양심적 병역거부는 서구사회의 역사와 종교에서 유래한 것으로 우리나라의 전통과는 배경이 다르다”며 “진정한 양심의 존재 여부를 심사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며 형사소송법이 요구하는 기준도 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기택 대법관은 “다수의견은 특정 종파의 병역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헌법이 제안하는 양심의 범위를 근거 없이 제한하고 있다”며 “양심이 진정한 지 여부는 형사 재판에서 증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조희대 대법관도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임진왜란, 병자호란으로 수많은 백성이 죽임을 당하는 등 외세로 인한 고통을 받았다”며 “우리 헌법은 참혹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국방의 의무를 규정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포함해 일체의 예외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체복무 등 시혜적인 조치를 강구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병역법의 정당한 사유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해 무죄 선고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고 맞지 않는다”며 “다수의견으로 제시된 양심에 대한 심사 기준을 고집하면 특정한 종교에 대한 특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중앙일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34)씨의 상고심에서 대법관 9(무죄) 대 4(유죄) 의견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창원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대법원 전합은 다수의견으로 오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등 대법관 9명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형사 처벌을 가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된다”면서 “병역법상 병역거부에 대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