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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韓日관계 파장 어디까지?…강제징용 판결 이후 '냉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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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한국과 일본 사이에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 대법원에서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온 이후 일본 정부가 적극 반발, 양국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침체기에 놓였던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되는 양상이다.

강제징용 문제 외에도 독도 영유권과 역사 교과서, 한일 위안부 협상 등 한일간 충돌할 만한 안건들이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당분간 이러한 이슈들이 수면 위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판결로 한일간 외교 문제 뿐 아니라 경제 부문에서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대법 "日기업, 강제징용 피해자에 배상하라" 판결 =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30일 2014년 사망한 여운택 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소송을 제기한 지 13년 8개월 만에 나온 최종 결론이다.

재판부는 피해배상을 부정한 일본 판결은 우리 헌법에 어긋나고,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이 소멸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신일철주금은 가해자인 구 일본제철과 법적으로 동일한 회사이므로 배상책임을 지고, 가해자인 신일철주금이 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한 권리남용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 씨와 신천수(사망)씨는 앞서 지난 2003년 10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관련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일본 최고재판소는 1941~1943년 옛 일본제철에서 강제노역한 이들이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옛 일본제철의 채무를 신일본제철이 승계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원고 패소를 판결한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의 판결을 확정했다.

일본 법원이 이들의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이후 한국 사법부에서 재판을 새로 시작하게 됐다. 지난 2012년 5월 대법원은 일본의 확정 판결이 국내에서 인정된다고 본 1,2심 판결과는 달리 "일본 법원의 판결 이유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라며 판결을 뒤집었다.

◆ 판결 그 후…日 "있을 수 없는 판단" 반발 = 판결이 나온 직후 일본 정부는 반발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매우 유감이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곧바로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고노 외무상은 외교적 예절인 악수도 하지 않은 채 이 대사에게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청구권에 관한 문제를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마무리를 지은 한일청구권협정에 분명히 위반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기업에 부당한 불이익을 끼쳐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형성된 양국 우호협력 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부터 흔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신일철주금과 비슷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 배상을 거부하라는 정부의 방침을 전달했다. 또 정부 차원에서 이 기업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별 피소 내용을 파악해 해당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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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등을 검토하는 등 외교적으로도 자신들의 입장을 확고히 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집권 자민당은 지난 1일 외교부회 등 합동회의를 열고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결의안을 채택했다. 한일청구권 협정에 따라 중재 절차를 한국에 요구하고 이에 실패할 경우 일본 정부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것을 검토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로서는 우리 정부가 중재 절차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만큼 일본이 ICJ 제소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우익성향의 산케이신문은 2일 ICJ재판이 분쟁 당사자간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제소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회부 만으로도 국제 사회에 호소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 日기업, '배상 거부 방침' 정부 요구 따를 듯…경제로 파장 확산될까? = 한일 외교 문제로 이어진 이번 판결은 경제 분야로도 파급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 기업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면서 외교 문제가 기업의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일철주금은 판결 직후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자료를 냈다. 이 회사는 "이번 판결은 한일 양국 및 국민 간의 청구권 문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1965년 한일청구권·경제협력협정, 그리고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견해와도 반한다"며 "판결 내용을 검토하고 일본 정부의 대응 상황 등을 근거로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게이단렌과 경제동우회, 일본상공회의소, 일본 경영자단체연맹 등 일본의 경제 4단체는 "양호한 한일관계를 손상할 수 있다는 깊은 우려를 하고 있다"고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나카니시 히로아키 게이단렌 회장은 "이번 판결이 한일 경제관계에 이상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그게(이상한 영향) 우선 머리에 떠오르는 걱정이다"라며 "상당히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비즈니스가 큰 기업에서는 경영 판단으로 배상과 화해를 하라는 주주등으로부터의 압력이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일 양국의 경제계는 겉으로는 정치와 경제는 다르다고 말하지만 대일 감정 악화로 일본 제품 매출이 떨어질 우려가 있는 곳도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현재 국내에서는 신일철주금이 포스코 지분을 3% 가량 보유하고 있어 이를 강제 집행할 가능성도 있지만 현물이 아닌 미국 주식예탁증권(ADR) 형태로 돼 있어 미국 법원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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