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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기수정의 여행 in]과거로의 시간여행…역사와 문화를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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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전 가야금 선율, 지금도 들리는 듯

⊙여행지마다 마주치는 흥미로운 이야기는 여정의 즐거움을 더한다. 한국의 유구한 전통문화유산도, 뼈아픈 근대의 역사도 기성세대와 신세대, 내·외국인이 교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소중한 관광자원이 된다.

자연이 내준 길을 따라 역사 속 다양한 문화예술의 꽃을 피운 여행지는 물론 전통 한방 체험을 통해 힐링할 수 있는 여행지까지······. ​은은한 역사문화의 향기가 서린 국내 골골샅샅이 늦가을의 정취를 더 풍성하게 채운다.

1500여 년 전 대가야 시대의 순장 문화는 왜 생겨났을까, 가야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민주주의를 향한 우리의 열망은 얼마나 찬란했을까······.우리나라의 속살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찬란했던 대가야의 역사를 탐하다
아주경제

지산동 대가야 고분군에는 크고 작은 무덤들이 마치 산의 능선처럼 봉긋 솟아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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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과 가야산에 둘러싸인 경북 고령은 530년간 대가야의 도읍이었다. 대가야(42~562)는 백제와 신라의 강대국 사이에서도 철 문명을 꽃피웠지만 결국 역사 속에 감춰진 채 신비의 왕국이 됐다.

이후 1977년 고령 지산동 44호와 45호 고분이 발굴되면서 철기문화를 바탕으로 한 대가야 문화가 재조명받았다.

왕과 귀족 등 통치자들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고령 지산동 고분군 트레킹은 대가야 여행의 백미로 꼽힌다.

대가야읍을 둘러싼 주산의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하늘 아래 줄지어 솟아오른 크고 작은 704기(基)의 무덤들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 최초로 발굴된 순장 묘 왕릉인 지산동 44호와 45호 무덤을 비롯해 대가야 왕족과 귀족 무덤으로 추정되는 고분들이다.

대가야의 독특한 토기와 철기를 비롯해 왕이 쓰던 금동관과 금귀걸이 등 화려한 장신구가 많이 출토된 대가야 최대의 고분군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고.

산책로 입구엔 국내 최초로 확인된 대규모 순장 무덤인 지산동 고분군 44호 내부를 실물 크기로 만든 대가야왕릉전시관이 있다. 무덤 주인이 잠든 으뜸 돌방 외에 순장자를 위한 돌방이 각각 존재하고, 사후에 쓸 물건을 넣어둔 창고 등도 확인된다.

읍내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위치한 우륵박물관은 가야금을 창제한 우륵과 관련된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우륵 국악기연구원에서 중요 무형문화재 제42호 악기장 김동환 명장과 함께 가야금의 종류와 제작 과정 등을 살펴보고 가얏고 마을에선 가야금 연주 및 작은 가야금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한방 체험 통해 건강을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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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인두작업을 하는 모습. 수령 30년 이상 된 오동나무를 5~7년 자연 건조를 시켜 인두작업 등 다양한 후반 작업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전문 연주자들을 위한 가야금으로 탄생한다는 내용을 김동환 명장을 통해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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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맑고 공기 좋은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경남 산청은 한방과 약초의 고장으로 유명해 '한방 웰니스 여행지'로 손색없다. 웰니스 여행지답게 이곳에는 기(氣) 체험 바위와 왕뜸, 한방 스파 같은 체험거리가 가득하다.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 선생과 수많은 명의를 배출한 산청에 왔으니 어의와 의녀복을 입고 하는 동의보감촌(산청 한방테마파크) 탐방도 빼놓을 수 없다.

조선 최고의 명의였던 허준이 저술한 의학서 ‘동의보감’에서 따온 이름으로 사계절 한방 체험이 즐거운 휴양지다.

산청의 3석 바위는 소원 성취 바위로 유명하다. 부자가 되게 해준다는 바위 복석정 위에 동전을 세우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미 십수 개의 동전이 이 바위 위에 올곧게 서 있다.

지리산에는 1000여 종의 약초가 자생한다. 약초를 넣은 복주머니 만들기, 한방약초 세정제 만들기, 한방 스파 체험, 공진단 만들기 등 건강을 생각한 한방 체험이 다양하게 진행된다.

◆한국 대표 무예 '태권도'를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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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통 무예 태권도를 배우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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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와 한국관광공사(사장 안영배)는 최근 총 다섯 건의 전통무예 체험여행 시범사업을 선정했다. 전통문화가 깃든 전통무예(스포츠) 체험프로그램을 관광 자원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첫해인 올해에는 전국체전 전통무예 종목인 택견·태권도·궁도·씨름을 다루는 지자체 추천 프로그램 중에서 시범사업을 선정했다.

이 중 태권도는 지난 1988년 서울 시범종목, 2004년 시드니부터 2024년 파리까지 7회 연속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부산의 ‘오륙도 바다를 돌려차다’를 통해 2014년 부산시 '품질 인증 문화 체험장'에 선정된 대영 태권도장에서 우리나라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대영 태권도장은 외국인들의 태권도 체험이 가능한 곳이다.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로도 수업이 이뤄질 뿐 아니라 태권도의 기본부터 일상에서 활용 가능한 호신술까지 배울 수 있어 외국인 관광객의 호응도가 높다.

태권도 체험 후에는 체험객의 이름이 새겨진 수료증도 받을 수 있다.

◆광주의 100년을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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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100년 이야기'를 돌아보는 스토리투어 버스. 남자주인공 폴과 여자주인공 나비가 극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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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부터 아직 오지 않은 미래 2030년까지, 빛의 고을 광주의 100년 이야기를 2시간 30분간 한 편의 뮤지컬로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여행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광주 100년 이야기 버스' 즉, 스토리 시티투어버스다.

주요 관광지를 나열식으로 소개하는 단순한 시티투어버스 상품과는 확연히 다르다. 광주 100년 이야기 버스는 지역 곳곳에 묻어난 역사를 뮤지컬 형식을 통해 알아보는 스토리텔링 상품이다.

여행은 100년의 세월을 ‘음악’이라는 매개체로 각 시대 청년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여기에 광주가 가진 구석구석의 숨겨진 이야기와 매력적인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조명한다.

여행을 이끄는 중심 인물은 ‘나비’와 ‘폴’이다.

‘나비’는 여행을 이끄는 ‘내비게이터’이자 공연을 이끌어가는 여자 주인공이다. ‘폴’은 광주의 1930년대와 1980년대를 대표하는 두 인물을 ‘정율성’(1914~1976), ‘윤상원’(1950~1980)을 대변하는 남자 주인공을 연기한다. 역사적 시련을 이겨낸 광주의 상징이 바로 폴이다.

중국 혁명 음악의 대부로 추앙받고 있는 정율성은 1914년 양림동에서 태어나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항일 투쟁을 벌인 인물로, 중국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연안송’, ‘팔로군 행진곡’, ‘연수요’ 등을 작곡했다.

1980년대를 대변하는 윤상원은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하다 계엄군에 의해 희생된 인물이다.

‘나비’와 ‘폴’, 두 명의 연기자는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그렇게 광주는 1980년대에서 벗어나 100년의 세월 속에서 재탄생한다.

특히 기성세대도, 자라나는 아이들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 '5·18민주항쟁'에 대한 이야기가 5·18 민주화운동의 성지 '오월광장'에서 전해질 땐 가슴이 먹먹해진다.

애잔한 역사를 품은 땅, 광주를 제대로 알고 싶다면 꼭 '스토리투어버스'를 타고 100년의 시간여행을 떠나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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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얏고마을에서 진행되는 '미니 가야금 만들기'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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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연주 체험 프로그램. 가야금 놓는 자세와 연주법을 배우고 난 후에는 간단한 음악을 연주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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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동 고분군을 걸어 내려오다보면 가야금을 연주하는 여인이 눈에 띈다. 고요한 고분들 사이에 울려퍼지는 가야금 소리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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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동 고분군 트레킹에 참여한 한 여행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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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4기의 크고 작은 무덤들이 고르게 분포한 지산동 고분군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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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야 고분군 둘레를 크게 도는 '왕의 길' 트레킹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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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야박물관 입구. 박물관 뒤로 고분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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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륵국악기연구원의 김동환 명장이 가야금 제조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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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륵박물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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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동의보감촌에서는 어의나 의녀가 되어 다양한 체험에 참여할 수 있다. 사진은 공진단 만들기 체험에 참여한 여행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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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전 뒤편에 자리한 귀감석. 양팔을 쭉 뻗어 귀감석을 끌어안으면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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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양림동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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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100년의 이야기를 이끄는 여자주인공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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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림동 골목에 대해 설명하는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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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내양으로 분해 광주 곳곳을 설명하는 여주인공 '나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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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100년 이야기' 스토리투어버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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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고령.산청.광주=기수정 기자 violet170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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