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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Tech & BIZ] 매몰된 건물 틈으로, 침몰 현장으로… 구조 로봇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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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중국 충칭 완저우(万州)구 창장대교를 달리던 시내버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강으로 추락했다. 당시 버스는 수중 71m까지 빨려들어갔고 실종자는 15명에 달했다. 사고 당일 중국 구조 당국은 추락한 버스의 정확한 위치 파악을 위해 고화질 촬영 장비를 장착한 수중 로봇을 투입했다. 보통 잠수사들이 수심 30~40m에서 15분(일반 산소통 사용 시) 정도 수색한 뒤 잠수병(潛水病)을 피하기 위해 물 밖으로 나와야 하는 것과 달리, 수중 로봇은 아무런 제한 없이 강 속을 샅샅이 뒤지며 버스 추락 지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계 각국에서 인명 구조용 로봇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구조대가 직접 들어가기 어려운 강 밑으로 투입되거나 건물 잔해 틈으로 파고들어 갇힌 사람들에게 물을 전해주는 식. 정밀한 기계를 제작하는 산업용 로봇이나 가정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청소 로봇뿐 아니라, 구조대원 역할을 하는 로봇까지 그 활용도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난 현장에서는 구조대원도 목숨을 걸고 조난자를 구하거나 시신을 수습해야 한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로봇이 구조대의 생명을 지키고 사고 수습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인명 구조용 로봇이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 인간의 한계 뛰어넘어 사고 수습

현재 잠수 로봇은 중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과학원 선양자동화연구소 잠수로봇연구실은 지난달 원격 제어 잠수 로봇 '하이싱 6000'의 심해 테스트 임무를 완수했다. 최대 수심 6000m까지 들어가 원격 제어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원격 제어 로봇 중 전 세계에서 가장 깊은 수심까지 들어간 로봇이다. 이 로봇은 최대 3시간 동안 해저에서 수압을 견디고 탐사를 할 수 있다. 중국 구조 당국은 이 로봇을 활용해 향후 바다에서 발생하는 침몰 사고 수습에 나설 계획이다.

조선비즈

중국과학연구원은 원격 제어 잠수로봇‘하이싱 6000’(사진①)을 개발했고,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제작한‘DRC-휴보’(사진②)는 미 국방부 주최 재난 로봇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카네기멜론대학이 개발한 뱀을 닮은 로봇(사진③)은 지난해 멕시코 대지진 사고 현장에 투입됐으며, 스탠퍼드대학이 만든 튜브 모양의 로봇(사진④)은 좁은 틈새를 파고들어가 불을 끌 수 있다. /인민망·레인보우로보틱스 홈페이지·카네기멜론대·스탠퍼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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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뿐 아니라 지상에서도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사고를 수습할 수 있는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연구팀이 지난해부터 개발 중인 구조용 로봇은 좁은 틈새를 헤집고 들어갈 수 있다. 마치 고무 튜브처럼 생긴 길쭉한 로봇인데 길이가 점점 길어지면서 상하, 좌우 어느 방향이든지 좁은 틈새만 있으면 계속 파고드는 방식이다. 마치 담쟁이덩굴과 같은 모습이다. 이 로봇은 최대 시속 35㎞ 속도로 최대 72m 길이까지 길어질 수 있다. 튜브 끝에 카메라를 장착하면 건물이 매몰됐을 경우 잔해 내부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공기를 주입하면 로봇의 길이가 커지는 방식"이라며 "상황에 따라서는 물을 집어넣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에는 로봇이 물을 뿜어 건물 내부 화재를 진압할 수 있고 잔해에 갇힌 사람들에게 식수를 공급할 수도 있다. 공기를 부풀리면 최대 100㎏까지 들어올릴 수도 있다. 연구팀은 로봇을 초소형으로 만들어 인체 내부 혈관 치료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카네기멜론대학은 방울뱀을 닮은 로봇을 개발했다. 뱀처럼 몸을 꿈틀거리며 이동하는 이 로봇은 지난해 발생한 멕시코 대지진 때 실제 사고 현장에 투입됐었다. 비좁은 공간으로 들어가 갇힌 사람이나 시신을 발견하는 임무를 맡았지만 기대만큼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한국 연구진도 로봇·드론 활용 개발 잇따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 7월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과 김상배 부교수가 개발 중인 구조용 로봇 '치타3'를 보도했다. 이 로봇은 몸체 높낮이와 이동 속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마치 고양잇과 동물처럼 발 4개를 이용해 널브러진 나무 판자를 이리저리 피해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다. 관절이 치타처럼 매우 유연해 사방으로 회전하는 데 용이하다. 김 교수는 "사람을 투입하기엔 위험한 재난 현장에서 탐색·구조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재난 로봇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2011년 카이스트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 센터에서 창업한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2015년 미 국방부가 주최한 재난 로봇 대회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해 100억원 투자 유치도 했다.

로봇이나 드론을 활용한 인명 구조 기술 특허 출원도 크게 늘었다. 특허청에 따르면 소방용 드론과 로봇 관련 국내 특허 출원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29.9% 증가했다. 소방용 드론은 2008~2012년 출원된 특허가 하나도 없었지만 2013~2017년엔 53건이 출원됐다. 소방용 로봇도 같은 기간 17건에서 30건으로 76.5% 급증했다.

김강한 기자(kimstr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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