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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Tech & BIZ] VR 쓰고 조종하니 로봇이 고층 건물에 대형 유리창 부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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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오토데스크가 자동화 설계 프로그램 오토캐드(AutoCAD)를 처음 만들었을 때 많은 사람이 '건축가'라는 직업이 사라질 것을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건축가들은 오토캐드를 이용해 더 창의적이고 새로운 빌딩을 짓고 있습니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 디자인·설계 소프트웨어 회사 오토데스크의 연례 개발자 대회인 '오토데스크 유니버시티 2018'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팔라조 호텔. 자유자재로 춤을 추는 한 팔 로봇과 함께 무대에 등장한 앤드루 아나그노스트 오토데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과 딥러닝(심층 학습), 3차원(3D) 프린터, 로봇은 우리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한계를 없애준다"며 "첨단 기술을 이용한 자동화는 일자리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제조(making)의 개념을 재정의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오토데스크는 자동차·건설·기계·항공우주 등에 사용하는 설계·테스트·제조·관리 소프트웨어 분야의 1위 업체이다. 올해를 기준으로 오토데스크의 소프트웨어 사용 고객은 전 세계 2억명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만 20억5660만달러(약 2조3000억원)였다.

건설 현장·자동차·항공우주 바꾸는 AI·로봇

오토데스크 로봇 총괄 디렉터인 에린 브래드너는 "콘크리트 타설을 하거나 벽돌을 쌓고 미장을 하는 로봇은 이미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정밀하면서도 강력한 힘을 가진 로봇이라는 하드웨어와 고차원적인 계산력과 안정성을 충족하는 소프트웨어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브래드너 디렉터는 레이저 센서와 사물 인식 카메라를 접목한 차세대 건설 로봇을 선보였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로봇회사 ABB가 함께 개발한 로봇은 사람이 펜으로 벽에 모양을 그리기만 하면 이 부분을 정확하게 절단해냈고, 원격 조종을 이용해 가상현실(VR) 기기를 쓴 사람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하면서 고층 건물에 대형 유리창을 부착하는 로봇도 있었다.

조선비즈

지난 13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오토데스크 유니버시티 2018’에서 기조연설하는 앤드루 아나그노스트 최고경영자(왼쪽). 설계자가 컴퓨터에 원하는 건물 형태를 입력하면 조립에 필요한 맞춤형 철제 빔을 찍어내는 기기(가운데). 로봇 팔 2개가 제조 현장에서 필요한 부품을 팔 끝에서 나오는 금속이나 플라스틱 소재를 쌓아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장면. /오토데스크·박건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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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을 알아서 설계할 뿐 아니라 소재까지 만들어주는 AI 시스템도 등장했다. 사용자가 컴퓨터에 원하는 건물 형태를 입력하면 AI 프로그램이 압착기를 이용해 조립에 필요한 철제 빔을 쉴 새 없이 찍어냈다. 사람이 하는 역할은 AI가 제시한 설계도대로 빔을 끼워서 조립하는 것뿐이다.

파나소닉과 오토데스크가 함께 개발한 '주문형 로봇 컨테이너'는 대량생산 위주인 제조업 구조를 바꿀 기술로 주목받았다. 대형 컨테이너 안에 로봇 팔 2개가 설치된 형태의 이 제품은 제조 현장에서 필요한 부품이나 디자인 모형을 로봇 팔 끝에서 나온 소재를 쌓아 만들어낸다. 오토데스크 관계자는 "금속, 플라스틱 등 원하는 소재를 이용해 즉석에서 곧바로 부품을 공급할 수 있다"면서 "운반이 간편한 컨테이너 형태이기 때문에 전 세계 어느 지역으로도 쉽게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는 13일 딥러닝과 AI를 이용해 기존보다 35% 무게를 줄인 화성 탐사선 모형을 개발해 공개했다. 탐사선이 구현해야 할 기능과 무게, 각종 부품 위치 등을 AI에 제시하자 AI가 과거의 탐사선과 실험 결과 등을 감안해 스스로 적합한 구조와 소재를 찾아낸 것이다. NASA 측은 기존 방식으로 모형 하나를 제작하는 데 2~4개월이 걸렸지만 AI로 2주까지 단축됐다고 밝혔다. NASA 관계자는 "자동차나 기차, 비행기 등 연비나 속도 향상을 위해 무게가 중요한 모든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공간에서 현실 도시 사전 제작하는 기술도

첨단 기술이 바꾸는 제조 현장은 건설과 자동차 분야뿐만이 아니다. 스마트 공장에 설치된 센서들은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이용해 고장 난 기기나 시스템을 찾아내는 것은 물론, 사고 발생까지 예측해내고 있다. 미국 IBM의 AI '왓슨'은 전 세계 10억개가 넘는 센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완전 자동화 공장에 도전하고 있다. 아직은 불량률이 높아 사람의 도움을 받는 등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가까운 시일 내에 완전 자동화를 이룰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공장에서 육체적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언젠가는 로봇으로 완전히 대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시 전체를 만드는 시도도 있다. 프랑스 기술 기업 다쏘시스템은 빅데이터를 이용해 가상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 도시를 구축했다. 도로를 새로 짓고, 건물도 세워 보는 등 다양한 시험을 거친 뒤 최적의 결과를 실제 현장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프랑스 렌,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 등이 이 가상 세계를 이용해 첨단 스마트 시티를 준비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박건형 특파원(defyi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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