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센터 탐방-아주대병원 부인암센터
아주대병원 부인암센터는 주 1회 산부인과·방사선종양학과·영상의학과·병리과 등 관련 진료과 의료진이 모여 환자 상태에 최적화한 치료 방침을 세운다. [사진 아주대병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최근 3대 부인암의 지형도가 바뀌었다. 국가암검진과 예방 백신의 활성화로 자궁경부암 발생은 줄어든 반면에 자궁내막암·난소암 환자는 증가세다. 자궁내막암은 자궁 내부를 피부처럼 덮고 있는 자궁 내막에 생긴 암이다. 다행히 암의 진행이 느린 편이고 출혈 같은 초기 증상이 뚜렷해 환자의 70%가 1~2기에 발견된다.
문제는 난소암이다. 난소암은 부인암 중 가장 독하다. 명확한 자각 증상이 없는 데다 난소가 자궁 뒤편, 난관 아랫부분 깊숙한 곳에 위치해 초음파검사로도 암을 잡아내기 어렵다. 전이가 잘 돼 대부분 3~4기일 때 발견되다 보니 치료의 예후가 나쁘다. 환자의 80%는 치료를 받아도 2년 내 재발하는 경향을 보인다. 아주대병원 부인암센터 장석준(산부인과) 센터장은 “부인암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2012년 부인암센터를 개소했다”며 “신속한 진단과 재발이 없는 정확한 치료로 생존율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부인암은 진단이 신속히 이뤄져야 치료 성공률이 높아진다. 아주대병원 부인암센터는 첫 진료 후 검사, 확진 판정, 치료 방법 결정까지 일주일을 넘기지 않는다. 우선 암이 의심되는 환자는 ‘패스트 트랙’을 적용해 검사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조치한다. 그런 다음 암의 진행 정도, 환자의 몸 상태를 고려한 맞춤 치료가 이뤄진다.
높은 생존율 비결은 남는 종양 최소화
아주대병원 부인암센터는 적극적이면서 정밀한 치료를 가장 중요시한다. 이런 치료 방침은 진행성 난소암 치료에서 빛을 발한다. 난소암 치료의 핵심은 수술이다. 난소나 복막은 물론 원격 전이된 간·비장·폐 등의 잔류 종양을 얼마나 최소화하느냐가 생존율을 좌우한다. 여러 장기의 동시 절제가 이뤄져야 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아주대병원의 치료 성적은 국내외 최고 수준을 유지한다. 지난 17년간 아주대병원 부인암센터에서 치료받은 난소암 환자를 분석한 결과 5년 생존율이 1기 88%, 2기 85%, 3기 50%, 4기 29%였다. 미국암학회가 공개한 5년 생존율(1기 78%, 2기 61%, 3기 28%, 4기 19%)을 크게 웃돈다.
수술 후에는 관련 진료과 의료진이 모여 ‘투머 보드(Tumor Board)’ 회의를 연다. 이 회의에서는 수술 경과는 물론 조직 검사로 확인된 암세포의 모양, 등급, 전이 여부 등을 파악한 후 병기를 확정하고 추가 치료 방향을 정한다.
온열 항암요법 등 새 치료법 도입 선도
아주대병원 부인암센터는 치료 효과 향상에 도움되는 새로운 치료법을 도입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선다. ‘복강 내 온열 항암화학요법’(하이펙)이 그렇다. 항암제를 섞은 섭씨 41~42도의 뜨거운 물 2~3L를 관을 통해 복강 내로 주입해 순환시켜주는 치료법이다. 배 속에 퍼진 종양을 최대한 제거하는 종양 감축술을 시행한 뒤 하이펙 치료를 하면 열과 항암제가 상승 효과를 가져와 남아 있는 미세한 암까지 제거할 수 있다.
난소암 환자 중에는 암의 진행 정도가 심해 수술 전 항암 치료를 먼저 하는 경우가 있다. 장 센터장은 “선행 항암 치료 환자에게 수술 직후 하이펙 치료를 시행하면 생존율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지난해 권위 있는 의학 저널에 실려 주목을 받았다”며 “아주대병원은 하이펙을 일찍부터 도입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암 환자는 육체적인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한 편이다. 부인암 진단을 받았다는 충격에 크게 낙담하고 트라우마를 겪기 쉽다. 아주대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과 긴밀하게 협력해 부인암 환자의 정서적 지지를 돕는다.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맞닥뜨리는 우울감·무기력감 등의 문제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장 센터장은 “아주대병원은 부인암 치료에 최적화한 치료 기술과 시스템을 갖췄다”며 “진단부터 치료, 추적·관찰 과정까지 적극적이고 섬세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장석준 부인암센터장
“환자를 내 가족이라 생각하고 치료하면 좋은 결과는 따라와”
아주대병원 부인암센터는 2014년부터 산부인과 장석준(사진) 교수가 이끌고 있다. 그는 부인암 중에서도 치료하기 가장 까다롭다는 난소암 권위자다. 의료진이 의지를 갖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설수록 치료 결과가 좋다는 것을 터득한 의사다. 그는 센터의 궁극적인 방향에 대해 우수한 치료 성적 유지와 환자 만족도를 강조했다.
Q : 의료진과 공유하는 진료 철학이 있다면.
A : “환자를 내 어머니·부인·동생이라고 생각하고 치료하자는 자세를 강조한다. 부인암을 치료하는 의료진은 따뜻하고 섬세한 마음으로 환자를 대해야 한다. 여기에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최선을 다하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Q : 우수한 치료 성적을 낼 수 있는 비결은.
A : “환자 상태에 최적화해 치료 방침을 세우는 것이 주효한 것 같다. 적극적이면서 정확하게 수술을 하고 빨리 회복시켜 적절한 추가 치료를 시행하면 생존율이 분명 높아진다. 또 치료 효과가 증명된 새로운 치료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치료 효과 향상에 기여하도록 도모한다.”
Q : 연구 성과도 많을 것 같은데.
A : “부인암 임상 연구 데이터를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특히 난소암은 다른 암에 비해 치료 성적이 좋지 않다 보니 생존율 데이터를 공식적으로 보고하는 국내 병원이 별로 없다. 아주대병원은 여기서 치료받은 환자를 꾸준히 추적·관찰하고 치료 효과를 분석하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미국 유수의 암센터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항암 치료 분야의 세계적인 임상시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Q : 앞으로의 목표는 뭔가.
A : “예전에는 환자가 부인암 진단을 받으면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진단부터 치료, 치료 후에는 추적·관찰까지 모든 단계를 아주대병원에서 진행하는 환자 비율이 늘었다. 환자·보호자가 느끼는 치료의 만족도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환자가 만족하고 신뢰할 만한 센터로 거듭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