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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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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국민 3~4명 중 1명 잠복결핵, 고위험군은 검사·치료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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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심태선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중앙일보

서울아산병원 심태선 교수가 발병 위험이 큰 고위험군 잠복결핵의 검사·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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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결핵 관리에 있어 ‘후진국’으로 꼽힌다. 결핵 발생률이 인구 10만 명당 7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여전히 연간 3만여 명의 결핵 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2000여 명(2016년 기준)이 결핵으로 숨진다. 관건은 발병 전 관리다. 전문가들은 겉으로 나타나는 결핵뿐 아니라 발병 위험이 큰 잠복결핵을 효율적으로 진단·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심태선 교수를 만나 잠복결핵 검사와 치료의 중요성을 들었다.



Q : 결핵 환자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A : “결핵은 두 가지 경로로 발생한다. 첫째, 결핵 환자로부터 직접 전염되거나 둘째, 체내에 숨어 있던 결핵균(잠복결핵)이 면역력이 약한 틈을 타 발병한다. 현재 우리나라 결핵 환자 발생에는 두 원인 모두 중요하게 작용한다. 특히 과거 결핵균에 감염됐다가 노화나 면역 억제제 사용 등을 이유로 뒤늦게 발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눈에 보이는 결핵 환자만 치료해서는 결핵 발생·사망률을 크게 낮추기 어렵다는 의미다.”




Q : 잠복결핵 환자를 모두 치료하면 해결되는 문제 아닌가.

A : “우리나라 인구의 3분의 1에서 4분의 1이 잠복결핵 환자다. 잠복결핵이라도 90%는 결핵이 발병하지 않는다. 결핵균을 전염시키지도 않고 건강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런 데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잠복결핵을 검사·치료하는 것은 비용 효율성이 떨어질뿐더러 오히려 약물 부작용이나 사회적 혼란만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잠복결핵 중 실제 결핵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만 골라 검사·치료한다. 선진국에서도 주로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Q : 어떤 경우 고위험군에 속하나.

A : “장기이식 후 면역 억제제를 복용하거나 복용할 사람, 치료 목적으로 면역 억제제(TNF길항제)를 쓰거나 쓸 환자, 모든 연령에서 최근 2년 내 결핵에 감염된 사람 등은 고위험군이다. 이 밖에 당뇨병이나 투석 중인 만성 신부전 환자 등은 중증도 위험군(고위험군의 하위 개념)으로 환자에 따라 잠복결핵을 진단·치료하라고 권고한다.”




Q : 잠복결핵은 어떻게 진단하나.

A : “몸 안에 결핵균이 숨어 있는 상태로 이를 직접 파악할 수는 없다. 그 대신 결핵균에 감염됐을 때 만들어지는 면역 세포가 있는지 확인하는 간접적인 방법을 활용한다. 크게 투베르쿨린 검사(TST)와 인터페론-감마 분비검사(IGRA)가 있다.”




Q : 각 검사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A : “TST는 결핵균에서 추출한 투베르쿨린(PPD)을 피부에 주사한 뒤 부어 오른 크기를 보고 결핵의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다. 단 어릴 때 결핵 예방접종(BCG)을 맞은 경우 결핵균에 감염되지 않았는데 양성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의학적으로 위양성이라고 하는데 BCG를 한 살 이후에 맞거나, 두 번 이상 맞으면 위양성률이 20~40%에 달한다. 이를 보완한 것이 IGRA다. 채취한 혈액과 BCG에 없는 결핵균 성분을 실험실에서 배합해 감염 여부를 파악한다. 이론적으로 BCG 접종을 해도 위양성 위험이 없는 방식이다. 현재 보건당국이 결핵 접촉자의 감염 여부를 파악하는 데도 퀀티페론이란 IGRA 검사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Q : 잠복결핵의 진단·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고위험군만 해당하나.

A :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지침상 중증도 위험군에 속하는 투석 환자나 규폐증(먼지 흡입 등으로 인해 폐에 규산이 쌓이는 질환) 환자도 보험이 적용된다. 투석·규폐증 환자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잠복결핵 검사를 권고하는 대상이다. 이에 맞춰 우리나라도 이들 환자의 경우 고위험군으로 상향 조정할 것으로 예측한다.”




Q : 잠복결핵은 어떻게 치료하나.

A : “잠복결핵은 두 종류의 약을 3개월간 먹으면 90%는 치료할 수 있다. 특히 고위험군은 결핵이 발병할 위험이 크고 중증 결핵으로 악화해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고위험군이라면 주저 없이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제는 고위험군마저 잠복결핵 검사가 100%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결핵이 워낙 큰 문제라 잠복결핵은 대부분 의학 교육과정에서 제외됐다. 이때 교육을 받은 의료진은 잠복결핵의 진단·치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보다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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