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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차이나 인사이트] 사드 갈등 … “죄는 도깨비가 짓고 벼락은 고목이 맞은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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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상호 간 과도한 기대감이

실망감 배가시키는 결과 초래

앞으론 핵심이익 서로 존중하며

형식 치중보단 실무 협력 늘려야

2021년 만기 맞는 북·중 동맹조약

수정하지 않고 갱신 가능성 높아

중국 학자 3인의 한반도 상황 진단

중앙일보

사드 갈등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중 관계에 대해 중국 학자들은 ’서로 상대에 대한 기대가 과도했던 게 문제였다“며 ’앞으로는 이벤트 성격의 교류보다는 실무적 차원에서 차근차근 협력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삐잉다 중국산둥대 교수, 정지융 중국푸단대 조선한국연구중심 주임, 퍄오둥쉰 중국옌볜대 교수, 사회를 맡은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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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과 북·미 등 잇단 정상회담으로 북핵(北核) 위기는 해소됐나? 유커(遊客,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늘면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둘러싼 한중 갈등은 풀린 것일까? 상황이 지난해보다 나아지긴 했다. 하나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도 아니다. 북핵 위기는 아직도 계속되고 사드 갈등 또한 여전해 보인다. 뭐가 문제인가. 지난주 아주대 한중 정책학술회의 참석차 방한한 중국 학자들을 만나 한반도의 현 상황을 짚어봤다. 사회는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이 맡았다.



Q : 북한은 ‘핵 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이 의심된다.



A : “북한이 신고해도 미국으로부터 추가 검증이나 특별 사찰과 같은 압박을 계속 받게 될 것이고 북한이 이를 거부하면 진정성 논란은 또 불거진다. 북한은 현재 어렵게 만들어진 북·미 대화의 기회가 쉽게 파괴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 신고하긴 하되 북한과 미국이 단계적, 동시적 행동을 통해 서로 신뢰가 쌓이는 적절한 시점에 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퍄오둥쉰 중국 옌볜대 국제정치연구소 소장)




Q : 북한은 미국에 ‘상응 조치’를 요구한다. 북한이 바라는 게 종전선언인가, 제재 해제인가.



A : “단순히 종전선언이나 제재 해제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 북한이 비핵화에 깊이를 더할수록 미국도 이에 상응하는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걸 뜻할 것이다.” (정지융 중국 푸단대 조선한국연구중심 주임)

“제재 완화는 북한 주민들에게 경제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을 것이고, 종전선언은 65년간 지속해온 휴전상태를 김정은 시대에 종식한다는 점에서 북한엔 의미가 크다.” (퍄오둥쉰)




Q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9월 러시아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지금의 당사국은 북한·한국·미국이다. 방울을 단 사람이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국이 종전선언에서 빠지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A : “이 같은 시 주석의 말을 중국 언론에선 찾을 수 없다. 중국은 종전선언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첫 번째 행동으로 본다. 그렇다면 중국이 참여하는 게 마땅하다. 또 중국이 참여해야 문제가 보다 더 잘 해결된다.” (삐잉다 중국 산둥대 동북아학원 부원장)




Q : 중국은 한반도 평화체제가 어떤 방식으로 구축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A : “먼저 전쟁상태를 해소한 뒤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의 신분으로 국제사회에 편입돼야 할 것이다. 이어 북한에 핵이 아닌 사회 안정으로 안보를 지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야 한다. 또 북·미 평화조약 체결 또는 대표부나 대사관 설립이 필요하다. 그다음 비핵화에 진전을 이룬 뒤 최종적으로 각 관련 국가가 평화조약을 체결해야 할 것이다.” (정지융)




Q :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때 이른 주장 아닌가.



A : “제재의 목적과 관련해 중·러와 미국 간에 인식 상의 차이가 있다. 미국은 제재를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중·러는 제재의 목적이 북한을 비핵화 과정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라 본다. 현재 북한은 비핵화 의사를 밝혔고 비핵화 협상이 시작된 상태다. 그렇다면 협상의 기본원칙인 ‘동시 행동’의 원칙에 따라 비핵화 진전에 맞춰 국제사회 또한 제재를 완화해야 할 것이다.” (삐잉다)

“북한이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하겠다면 제재 해제도 단계적으로 하면 된다. 따라서 로드맵을 잘 짜는 게 중요하다. 무작정 제재 완화를 거부하기보다는 이를 비핵화 카드로 써야 한다. 비핵화가 중단되면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북한에 각인시켜줘야 한다.” (퍄오둥쉰)


중앙일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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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5월 2차 북·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태도가 변화했으며 배후에 중국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A : “트럼프 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으면 한다. 중국을 극단적으로 압박하는 책략의 하나일 뿐이다. 트럼프 말을 믿고 중국을 훼방꾼으로 생각한다는 건 ‘좋은 일엔 중국을 생각하지 않고, 나쁜 일이 생기면 중국을 탓하곤 하는’ 심리가 반영되는 측면이 있다.” (정지융)




Q : 북한과 중국이 1961년 체결한 ‘북·중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은 20년마다 갱신된다. 2021년이 만기인데 계속 지속하나.



A : “갱신 여부는 북·중 쌍방의 뜻에 달렸는데 여기엔 많은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체제가 구축됐는가, 한·미동맹의 지속 여부 등. 다수의 한국 여론은 한·미동맹을 불가결한 것으로 본다. 이는 제삼자를 겨냥한 것이고, 제삼자는 당연히 안보 우려를 갖게 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북·중 조약은 갱신 가능성이 높다.” (삐잉다)

“아마 지속할 것이다. 수정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정지융)




Q : 지난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중 때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 모두 식사 대접을 하며 환대했다. 반면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방중했을 때는 ‘혼밥’ 논란이 일었는데.



A : “한 국가 지도자의 방문에 따른 의전 문제는 양국이 세밀하게 상의해 결정한다. 홀대란 존재할 수 없다.” (퍄오둥쉰)




Q : 사드 갈등이 2년을 넘었다. 한국에선 여전히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A : “사드 후유증은 아직도 존재한다. 한국이 문화, 관광 분야에서 영향을 받았다면 중국은 정치, 군사 영역에서 손실을 보았다고 인식한다. 미국이 사드 배치를 공론화시킨 게 2014년 6월이란 점에 유의해야 한다. 바로 시진핑 주석의 방한 한 달 전이다. 미국은 한·중 관계 밀착을 경계해왔고 그 일환으로 사드 배치를 위해 한국에 압력을 가했다. 북한은 그사이 70여 차례나 미사일을 쐈고 한국은 결국 탄핵 정국에서 사드를 배치했다. 사드 문제는 남·북·미 정치 행위자들의 복잡한 이해관계의 결과로 봐야 한다. 사드 갈등으로 손실을 본 건 한국과 중국뿐이다. 죄는 도깨비가 짓고 벼락은 고목이 맞은 셈이다.” (퍄오둥쉰)




Q : 한·중은 수교 26년 동안 단맛과 쓴맛 다 봤다. 향후 한·중 발전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A : "상대를 힘들게 하는 사안을 억지로 상대에게 시키면 안 된다. 서로의 핵심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서로에게 너무 높은 기대를 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지융)

"상대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오히려 실망감을 배가시켰다. 의제보다는 형식에 집중한 결과다. 앞으로 한·중은 서로에 이익이 되는 접합점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벤트 성격의 교류보다 실무적 차원에서 차근차근 협력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퍄오둥쉰)

"양국 간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문제를 회피하기보다는 용감하게 맞서야 한다. 적극적인 협상을 통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삐잉다)


유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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