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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순천 여행-생태 수도 순천에서 젊은 문화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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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숲을 보러 순천에 갔다가 원도심에서 흥미로운 오늘의 순천을 만났다. 하늘이 내린 ‘순한 도시’ 순천의 좁은 골목길 사이사이에서 움트는 젊은 기운은 여전히 선하지만 싱그럽고 위트 있다. 유서 깊은 계획도시 낙안읍성의 도시 순천이 대한민국 생태 수도로, 다시 도심 재생의 모범 사례로 변해 가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하마터면 갈대숲만 보고 올 뻔했다. 블로그마다 올라오는 순천만 습지의 갈대숲 풍광 사진이 좋아 보여서 인생 사진을 기대하고 순천행 KTX를 예약했다. 지인들에게 순천의 가 볼 만한 곳을 물으니 다들 습지에서 석양 보고 여수로 넘어가 여수 밤바다 보면서 회 한 접시 먹고 거기서 자고 올라올 때 갓김치나 사서 들고 오라 했다. 다들 그리 한다며. 순천. 이름이 익숙해서 광주와 목포에 이어 유서 깊은 전남의 요지로 알았는데 설마 그렇게 볼 것도, 갈 곳도 없을까 싶어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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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국가정원, 습지, 낙안읍성, 송광사, 선암사 이야기만 가득했다. 그렇다면 1박 2일로 순천만국가정원과 습지에서 석양을 보며 꼬막정식을 먹고, 하룻밤 묵은 뒤 아침에 선암사와 낙안읍성을 보고 올라오면 되겠다고 대략 동선을 짰다. 하지만 역에서 내려 점심 먹을 식당을 찾으러 슬금슬금 원도심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가 순천을 대충 보고 넘어가려던 계획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순천에 발을 디딘 지 한 시간도 못되어 조용하고 점잖은 순천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

순천 사람들은 하늘이 내린 순박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고 그 이름을 설명한다. 물론 오래전 이야기다. 주변에 여수, 광양의 제철소의 산업 역군들, 순천만습지를 중심으로 관광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순천 전체 인구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이제 토박이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순천시만 해도 순천역과 중앙시장이 있는 원도심보다 살기 편한 아파트 단지가 대규모로 들어서 있는 덕연동과 왕조1, 2동에 거주하는 인구가 훨씬 많다. 조례호수공원을 둘러싼 맛집 골목에는 세계적 프랜차이즈 카페와 전국구 맛집 간판이 가득하다. 경기도 일산 어디쯤 와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순천 사람들은 대한민국 대부분의 지방 도시와 비슷하게 2018년을 살고 있지만 외부에서 보는 순천은 여전히 갈대숲과 낙안읍성의 도시다.

이번 가을에 순천을 몇 번 드나들어 보니 겨우내 눈이 한두 번밖에 안 올 정도로 기온이 따뜻한 만큼 사람들의 표정이 따뜻하고 순하다는 것, 대한민국 생태 수도답게 생태계의 보고라는 것 그리고 초가부터 산사, 미곡 창고를 비롯해 고층 아파트까지 대한민국의 건축사를 종으로 살펴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건축물을 보존하고 있는, 작지만 다채로운 매력의 도시라는 것 등을 알게 되었다.

순천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공간들을 돌아보는 문화 코스, 순천만을 중심으로 한 국가정원과 습지를 살펴보는 에코 코스, 낙안읍성, 뿌리깊은나무박물관 등을 볼 수 있는 역사 코스, 이렇게 세 가지로 순천을 돌아보았다.

문화코스

▷옥천 주변 옥리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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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을 개조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 만든 한옥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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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의 원도심이라 하면 옥천을 중심으로 순천향교와 임청대 등의 역사 유적과 오래된 집들이 많은 중앙동, 향동, 저전동을 이른다. 2009년부터 지역 문화 예술인들이 모여 이뤄진 행동 한복판인 ‘문화의 거리’에는 작은 공방과 카페들이 즐비하다. 길 한복판을 흐르는 실개천 양쪽에 그네 벤치를 설치해 앉아서 쉴 수 있게 한 아기자기한 길이다. 순천향교와 청소년수련관, 영상미디어센터 등 볼거리도 많다. 길 중간에는 누구든 책을 볼 수 있게 만든 날아갈 듯한 한옥의 오픈 도서관 ‘한옥글방’이 있다. 툇마루에 앉아 책을 몇 권 들춰 보다 보면 따뜻한 햇볕이 깊숙이 비추며 나른한 한숨을 불러온다.

오래된 동네라 골목이 좁다. 키토산이 들어 있다는 ‘순천만칠게빵’을 한 봉지 사 들고 이 골목 저 골목 들여다보며 걸으니 오래된 주택들 사이에 작은 공방과 카페, 오래된 맛집과 젊은 셰프가 요리하는 식당들이 어깨를 대고 이어져 있다. 커피 냄새를 따라가면 벽화가 눈에 띄는 ‘카페 랑께’가 나오고, 고기 굽는 냄새를 따라가면 스테이크 전문 한옥 식당 ‘팡파르’가 나온다. 인테리어 센스나 음식의 맛이 서울 경리단길 못지않아서 옥천 주변의 이곳을 젊은이들은 ‘옥리단길’이라 부른다. 빈티지 인테리어로 인스타 핫플레이스가 된 ‘옥천(귀뚜라미)’에서 명란아보카도비빔밥을 한 그릇 먹고 옥천 물줄기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가다가 옛 남문교 터로 올라가 백 년 빵집인 ‘화월당’에 들러 미리 주문해 둔 볼카스테라를 챙겨 순천 동천까지 1킬로미터 정도를 걸어가 보는 것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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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역 인근에는 청년 사업가들을 위해 일제 강점기에 만든 미곡 창고를 개조한 ‘청춘창고’가 있다. 청년들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과 공방들이 입점해 있는데 매일 매주 새로운 이벤트가 열려 순천 인근 청년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청춘창고 길 건너에도 미곡 창고를 고쳐 만든 창고형 카페 ‘브루웍스’가 있다. 높은 천장에 공장에서 쓰던 기계들을 설치해 다소 거칠면서도 모던한 느낌의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으로 화제에 올랐고, 신선한 카카오로 만든 카카오라테가 유명하다.

기차 시간이 좀 남는다면 역 바로 앞 골목 안에 있는 ‘책방 심다’에 들러도 좋다. 유명한 동네 책방으로 책마다 친절한 안내가 붙어 있고, 주인장 안목으로 고른 세련된 책들이 갖춰져 있어 잠시 앉아서 책 구경을 하기에 적당하다.

순천의 디자인 호스텔로 화제를 모은 ‘바구니호스텔’도 근처에 있다. 바구니호스텔은 굿디자인어워드 2017과 순천시의 아름다운 건축상을 받았는데, 깔끔한 건물에 공용 주방과 라운지를 두고 투숙객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도미토리와 남녀 별도 전용층, 가족실 등 객실을 나눠 운영해 여성 투숙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원도심(옥리단길) 맛집

▶화월당

1927년부터 이 자리에서 제과점을 하고 있다는 화월당은 순천 토박이들 사이에 유명한 제과점이다. 어릴 적에 이 집 빵 안 먹고 자란 순천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터줏대감인 화월당이 요즘은 다른 빵 다 치우고 볼카스테라와 찹쌀떡만 만든다. 카스텔라를 판판하게 만든 뒤 그 위에 팥 앙금을 얹고 동그랗게 싸서 만든 볼카스테라는 입에 넣으면 겉은 스르르 녹아 버리지만 안에 단팥이 가득해 한두 개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매일 일정량만 만들기 때문에 전화로 예약하고 직접 찾으러 가야 한다. 서울에서 택배로 받으려면 한 달은 족히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다. 찹쌀떡 역시 손으로 직접 치대서 일정량만 만드는데 어찌나 차진지 입으로 베어 물면 모차렐라 치즈처럼 길게 늘어진다.

주소 순천시 중앙로 90-1 영업 시간 매일 오전 10시~오후 7시(전화 예약 필수)

대표 메뉴 볼카스테라 1700원, 찹쌀떡 1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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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칠게빵

순천만에서 나는 칠게의 가루를 찹쌀 반죽에 섞어서 만들기 때문에 키토산이 풍부한 간식이다. 호두과자처럼 무쇠 틀에서 구워 내는데 형태가 칠게 모양이라 아이들이 좋아한다. 본점은 석양이 좋은 와온해변의 놀펜션에 있고, 중앙동 문화의 거리에도 분점이 있다.

주소 순천시 금곡길 2 영업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대표 메뉴 칠게빵 7개 3000원 & 12개 5000원, 커피 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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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치살을 레어로 구워 내는 팡파르스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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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파르 Fanfare

문화의 거리 안쪽 골목에 자리한 유럽 가정식 식당 팡파르. 오래된 ‘ㄱ’자형 한옥을 개조해 한쪽은 주방으로 한쪽은 홀로 만들었다. 마당에 야외 테이블을 놓아서 기다리기도 좋고, 식사 후 앉아서 차 한 잔 하기도 좋다. 무엇보다 스테이크와 리소토가 맛있다. 살치살로 만든 팡파르스테이크는 레어다운 레어가 나오고, 리소토는 알단테다운 알단테로 나온다. 순천 원도심에서 이런 맛집을 찾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주소 순천시 옥천길 38 영업 시간 낮 12시~2시, 오후 6시~10시, 화요일 휴무

대표 메뉴 팡파르스테이크 1만7800원, 루꼴라크레페 1만2800원, 에그베네딕트 1만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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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의 대표 메뉴인 명란아보카도비빔밥


▶옥천 玉天

인스타그램에서 ‘순천 맛집’을 검색하면 가장 많이 뜨는 사진이 ‘명란아보카도비빔밥’과 ‘꼬막정식’이다. 순천에 웬 명란아보카도비빔밥인가 하고 보면 모두 ‘옥천’의 사진이다. 옥천교 바로 옆에 자리한 카페 ‘에이로하’의 주인이 차린 밥집이 ‘옥천(귀뚜라미)’이다. 포털 사이트에서는 ‘옥리단길 옥천’으로 검색하거나 인스타그램에서 검색해야 나온다. 외할머니 집에서 들고 온 듯한 가구와 소품들이 빈티지 감성을 제대로 내준다. 친절한 서비스와 기대 이상의 맛에 감동하고, ‘옥리단길’이란 이름이 이 집 덕분에 명분을 찾은 느낌이다.

주소 순천시 저전1길 19 영업 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2시 30분, 오후 5시 30분~8시, 일요일과 월요일 휴무

대표 메뉴 동파육덮밥 9000원, 명란아보카도비빔밥 1만1000원, 돌문어빠쉐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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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랑께를 파우더로 띄워 주는 대표 메뉴 크피랑께


▶카페 랑께 Cafe Rangkke

문화의 거리에서 옥천교로 가다 보면 큰 건물 사이에 오목하니 들어간 집이 보이고 양쪽에 벽화가 눈에 띈다. 한쪽에는 ‘I love you’란 문장 아래 꽃을 든 남성이, 다른 한쪽에는 ‘Thank you’라는 문장 아래 볼 빨간 여성이 그려져 있다. 그 가운데는 하늘 위에 둥둥 떠 있는 ‘랑께’. ‘랑께’는 ‘~라니까’의 전라도 방언으로 어딘지 귀엽기도 하고, 외국어 같기도 하다. 옥리단길의 다른 곳들처럼 오래된 집을 개조해 카페로 만들고, 1970년대 감성의 가구와 소품으로 꾸몄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레이스 커튼과 오벌 전신 거울까지. 메뉴는 음료와 디저트. ‘카페 랑께’란 글씨를 코코아파우더로 크림 위에 올려 주는 ‘크피랑께’와 ‘백향과(패션프루츠)에이드’가 인기 메뉴.

주소 순천시 옥천길 31 영업 시간 매일 오후 12시~9시, 일요일 휴무

대표 메뉴 아메리카노 2500원, 크피랑께 5000원, 백향과에이드 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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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스트리얼 디자인으로 멋지게 꾸며 놓은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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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웍스 Brewworks

나파 밸리의 와이너리 같은 입구를 지나 커다란 공간에 들어섰다. 미곡 창고였던 곳이라 천장은 높고 기둥 하나 없이 넓다. 커피 원두 자루를 쌓아 두기에도, 로스팅하기에도 4백여 평의 공간은 널찍해서 좋다. 공간도 공간이지만 신선한 카카오를 가공해 만든 초콜릿라테가 유명해서 다녀간 사람들은 ‘인생 카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주소 순천시 역전길 61 영업 시간 매일 오전 10시~오후 11시

대표 메뉴 더치커피 아이스 5500원, 카카오라테 5500원, 아메리카노 4500원

에코코스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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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은 남쪽 바닷가에 흔치 않은 거대한 습지를 갖고 있었다. 이 습지는 2006년에 람사르 협약에 등록되어 아름답고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생명의 땅으로 알려져 세계 5대 연안 습지로 꼽히게 되었다. 순천시는 800만 평이 넘는 습지를 자연 상태 그대로 활용해 2013년에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했다. 박람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이왕 만든 정원을 항구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다듬고 보완하여 이듬해 2014년 봄에 순천만국가정원으로 개장, 제1호 대한민국국가정원이 되었다.

구경을 시작하기 전에 규모를 알아보았다. 세계 각국의 정원과 주제별 정원을 볼 수 있는 국가정원 면적이 0.9제곱킬로미터(27만 평), 습지 중 갈대숲 면적이 5.4제곱킬로미터(160만 평), 갯벌의 면적이 22.6제곱킬로미터(690만 평)이니 축구장 4000개를 떠올리면 되려나? 거대한 규모다. 한두 시간으로는 어림도 없다. 자세히 보려면 며칠 묵어야 할 판이다. 지도를 펴놓고 동선을 짜 보았다.

동쪽에는 나라별로 꾸민 세계 정원과 테마 정원이 넓게 펼쳐져 상대적으로 볼 것이 많다. 동문으로 들어가 한 바퀴 돌고, 꿈의 다리를 건너 스카이 큐브를 타고 순천만습지로 가서 노을을 본 뒤 돌아 나와 서쪽의 습지 정원과 한국 정원을 보고 나오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할 경우 용산전망대에서 일몰은 볼 수 없다. 일몰을 보고 나오면 서쪽 정원을 포기해야 한다. 다른 방법은 동문으로 들어가 돌아보고 서쪽 습지 정원까지 본 뒤 자동차로 순천만습지로 이동해서 갈대숲을 지나 용산전망대에서 일몰을 보는 방법이다.

국가정원에는 세계적 정원 디자이너인 영국의 찰스 젱스가 순천의 지형과 물의 흐름을 살려 디자인한 호수 정원, 순천 동천 위를 가로 지르는 다리 위에 설치 미술가 강익중과 순천 시민이 함께 만든 미술관인 꿈의 다리, 1억 송이 국화로 꾸민 국화 정원, 코스모스와 핑크뮬리의 군집으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잇는 나눔 숲, 네덜란드의 상징인 풍차와 나막신 조형물 그리고 튤립이 있는 네덜란드 정원, 한국식 정원을 궁궐 정원과 군자 정원 그리고 서민의 정원으로 나눠 재현한 한국 정원, 숲길을 걸으며 사색을 할 수 있는 메타세쿼이아길과 편백숲 등 다양한 볼거리와 누릴거리가 갖춰져 있다. 관람객의 즐거움을 위해 정원 런닝맨, 에코 웨딩 포토, 느림보 우체국, 정원 원예 교실 등의 무료 체험을 비롯해 수상 자전거와 전통 다도 체험, 세계 의상 체험 등의 유료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국가정원을 돌아본 뒤 스카이 큐브를 타고 이동해서 문학관역에서 내려 문학관을 잠시 돌아보는 것도 좋다. 순천만 대대포구의 새벽 안개로 삶에 대한 무력감을 표현한 『무진기행』을 쓴 김승옥 작가와, 아름다운 단어로 세상에 빛이 되는 글을 써 온 정채봉 작가의 고향 순천에서 지은 기념관이다. 이곳에서 잠시 쉬면서 순천 문학의 향기를 느껴 보는 것도 좋다.

동천과 이사천이 만나는 순천문학관부터 순천만까지 이어지는 갈대숲은 11킬로미터, 우리 식으로 치면 30리 길이다. 하얀 깃털을 머금은 갈대꽃이 휘날리는 사이로 관광객들이 줄을 지어 걸어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갈대숲 바닥에는 짱뚱어와 칠게가 드나들고, 흑두루미들이 날아다닌다. 용산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갈대 군락과 붉게 무리 지어 피어난 칠면초 군락은 꿈속에서 본 듯한 신비로운 원형을 그리며 가깝고도 멀게 일렁인다. 생명의 보고 순천만이다.

주소 순천시 국가정원1호길 47 이용 시간 11~2월 오전 8시 30분~오후 6시(일몰 시각에 따라 변동 가능) 관람료 성인 8000원, 어린이 4000원

▶순천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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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출신 작가 김승옥과 정채봉의 문학 세계를 기리는 문학관으로, 순천시에서 초가 9동을 지어 조성한 기념관이다. 『무진기행』, 『1964년, 서울』 등으로 도시에서 사는 현대인의 고뇌를 표현한 김승옥은 고향 순천 대대포구의 방죽길을 배경으로 글을 썼고, 그 소설은 신성일, 윤정희 주연의 ‘안개’로 영화화됐다. 김승옥 작가의 자필 원고와 신문 기사들, 캐리커처와 저서가 전시되어 있다.

『오세암』, 『초승달과 밤배』 등 아이들을 위한 동화와 어른을 위한 생각하는 동화를 많이 쓴 정채봉 작가의 고향도 순천이다. 『샘터』 주간으로 오랫동안 따뜻한 글을 써 온 그의 배냇저고리부터 서재까지 기념관에 전시하고 꾸며 놓아 작가의 소박한 심성을 느낄 수 있다.

주소 순천시 무진길 130 이용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월요일 휴관

*순천만 맛집

▶순천만 라비스타 도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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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전, 꼬막회무침, 꼬막꼬치, 양념꼬막 등 꼬막을 이용한 다양한 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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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이 제철이라 꼬막정식을 하는 순천의 맛집이 많다. 순천만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깔끔해 보여 들어갔는데, 양도 푸짐하고 꼬막을 여러 가지로 조리해서 즐겁게 식사할 수 있다. 꼬막정식을 시키면 꼬막전, 꼬막회무침, 통꼬막, 양념꼬막, 꼬막꼬치 등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고, 돌게간장게장을 비롯해 전라도답게 푸짐한 밑반찬이 한 상 가득 깔린다.

주소 순천시 순천만길 309 영업 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8시

대표 메뉴 꼬막정식 1만8000원, 짱뚱어탕 1만1000원, 짱뚱어전골 6만 원

역사코스

▶조선 시대 계획도시 낙안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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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에서 승용차를 이용해 서쪽으로 30분쯤 달리면 드라마 세트장 같은 마을이 나타난다. 낙안읍성이다. 조선 태조 때인 1397년에 흙으로 토성을 지었다가 세종과 인조 때 돌로 성벽을 바꾸어 석성으로 개축한 낙안읍성은 조선 시대의 대표적 계획도시다. 지금도 서쪽 전망대에 올라가 내려다보면 북쪽에 동헌을 두고 가운데 큰길 아래로 마을을 만들고 연못과 빨래터 등을 배치한 짜임새 있는 읍성의 구성이 한눈에 보인다.

성의 모양이 온전하고 300여 동의 건물이 거의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사적 제302호로 지정되었고, 지금도 200여 명이 실제로 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생활문화 유산을 볼 수 있는 곳이라 2011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되었다. CNN에서는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 16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서당에서는 붓글씨를 배울 수 있고, 집집마다 한 가지씩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어서 천연 염색, 전통 목판 인쇄, 전통 악기 만들기, 두부 만들기 등 다양한 전통 체험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민박을 통해 전통 주거공간에서의 생활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주말이면 전통 무용과 음악 공연이 벌어져 아이들과 함께 가면 보고 체험할 거리가 풍부하다.

주소 순천시 낙안면 충민길 30 이용 시간 12월~1월 오전 9시~오후 5시 관람료 성인 4000원, 어린이 1500원

▶뿌리깊은나무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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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브리태니커백과사전』을 가장 많이 판 사람, 한글 전용 가로쓰기 잡지 「뿌리깊은나무」와 「샘이깊은물」을 창간한 사람, 우리 전통 음악 판소리 감상회를 100회 개최한 사람, 바로 한창기 선생이다. 벌교에서 태어나 순천에서 자란 한창기 선생은 6000여 점의 민속 생활용품을 모으고,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구술 정리해 책으로 만들고, 판소리 감상회를 개최하는 등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해 애썼다. 순천시에서 한창기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기념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한창기 선생이 발행한 잡지 『뿌리깊은나무』와 『샘이깊은물』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우리 민족의 올바른 정기와 생활문화를 전하는 데 진력한 잡지다. 이외에 대한민국 종합 인문 서적이라 할 수 있는 『한국의 발견』 전 11권, 『뿌리깊은나무 민중 자서전』 전 20권 역시 우리 생활문화의 숭고함을 알려준 출판물이다.

박물관에서는 내년 3월 말까지 ‘조선 문무백관의 복식전’을 열고 있다. 정2품 관리들이 경사스러운 날 입던 조복, 관리들의 근무복인 단령, 덕망 높은 학자의 평상복인 학창의 등 아름다운 우리 옷의 고급 소재와 꼼꼼한 바느질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 외부에는 구례읍에 있던 백경 김무규 선생의 한옥을 그대로 옮겨 와 생전에 한옥을 사랑했던 한창기 선생의 마음을 담아 전형적인 조선 시대 양반 주택의 전범을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사랑채와 안채, 문간채, 별채 등 여덟 채로 구성된 아름다운 한옥이다.

주소 순천시 낙안면 평촌3길 45

이용 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월요일 휴관

입장료 성인 1000원, 어린이 500원

*낙안읍성 맛집

▷남도사또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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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꼬막, 짱뚱어구이, 양념돼지구이를 비롯한 푸짐한 백반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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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은 관광지라서 입구부터 식당들이 즐비하다. 전라도 음식은 어디든 맛있으니 가장 큰 식당으로 들어가면 된다던 말이 생각난다. 여기저기 검색하고 물어보니 남도사또밥상을 많이 추천한다. 반찬 가짓수 많고, 가격도 적당하다. 백반정식을 주문하니 간간한 된장찌개와 양념꼬막, 짱뚱어구이, 양념돼지구이, 셀 수 없이 많은 밑반찬이 나온다. 반찬 하나씩 집어먹다 보면 밥 한 그릇이 뚝딱 사라질 정도로 푸짐한 점심식사를 할 수 있다.

주소 순천시 낙안면 삼일로 69 영업 시간 오전 7시~오후 8시 30분

대표 메뉴 백반정식 1만2000원, 꼬막정식 1만7000원, 짱뚱어탕 1만 원

[글과 사진 신혜연(헤이컴 대표, 콘텐츠 기획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56호 (18.12.0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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