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즐길 수 있는 세 가지 코스
배봉산 둘레길 4.5㎞ 길은
팥배나무와 소나무밭이 인상적
세 번째는 중랑천 제방 산책로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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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봉산과 중랑천을 걸으며 즐기는 세 가지 방법. 첫 번째는 배봉산 둘레길 4.5㎞. 팥배나무 군락지와 소나무밭이 인상적이다. 전동휠체어도 다닐 수 있다. 두 번째는 배봉산 전망대(정상)에 올라 가슴 뻥 뚫리는 풍경을 감상하고 능선길을 따라 배봉산 연육교까지 이어지는 1.5㎞를 걷는 것. 세 번째는 두 코스를 다 걷고 중랑천 제방 산책로 1코스 3.6㎞까지 걷는 것이다. 냇가 하늘에 연이 난다. 연 날리던 겨울 냇가 둑방의 추억이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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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봉산 둘레길 팥배나무 군락지와 소나무밭
해발고도 100m가 조금 넘는 배봉산, 산이 낮고 들고 나는 곳도 많아 주변 마을 사람들의 쉼터로 예전부터 인기였다.
그곳에 산 둘레를 한 바퀴 도는 4.5㎞ 길이의 데크길이 지난 10월에 완공되면서 전동휠체어도 다닐 수 있게 됐다. 데크길에 의자가 있는 작은 쉼터를 비롯한 쉴 수 있는 공간이 19곳이다. 걷기 힘든 사람들이 자기 몸 상태에 따라 쉬며 걷기 좋다. 데크 난간 손잡이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판도 있다. 인공암벽장은 해당 절차를 밟고 나서 이용하면 된다.
데크길로 새롭게 단장된 배봉산 둘레길 4.5㎞ 코스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사람 세 명을 만났다.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나온 젊은 엄마들의 느린 발걸음이 풋풋하다. 알록달록한 등산복 차림을 한 사람들은 등산모임에서 온 것 같았다. 한쪽 팔과 다리가 불편한 아저씨는 지팡이 걸음으로 천천히 걷는다. 걷다가 의자가 보이면 앉아 쉰다. 보온병에 커피를 담아온 중년의 부부는 긴 의자에 앉아 새소리를 들으며 따듯한 커피 한잔을 나눈다.
낮은 산도, 서로서로 가지를 얽어 겨울 날 채비를 하는 나무들의 숲도, 그 숲에 난 길을 걷는 사람들도, 쉼터에 앉아 목소리 낮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모두 아무렇지 않고 편안해 보였다.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는 배봉산 자락 서쪽 비탈 한 구간이 붉다. 작은 콩알만 한 열매들이 가지마다 가득하다. 나무마다 달린 열매들은 붉거나, 타들어가 검게 변했거나, 노랗게 변해가는 것도 있었다. 그 작은 열매들이 산비탈을 온통 붉게 물들였다. 그 사이로 데크길이 놓였다. 붉은 열매들이 만든 길이 인상적이다.
산 동쪽을 지나는 데크길 구간 중 배봉초등학교로 내려가는 계단 부근은 소나무밭이다. 키 작은 소나무 가지가 제멋대로 구불거리며 자랐다. 늘 푸른 잎이 겨울에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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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트인 전망, 정상에서는 사람도 풍경이 된다
데크길을 따라 걸으면 어렵지 않게 배봉산 둘레길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출발한 곳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형 길이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 걷기 시작하든 그 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산으로 들고 나는 곳도 여러 곳 있어 사정에 따라 중간에 길에서 벗어날 수 있다.
편의상 배봉산 근린공원 관리사무소가 있는 곳에서 걷기 시작했다. 둘레길을 시계 방향으로 돌았다. 출발한 곳에 도착하기 전에 밤나무 쉼터가 나왔다. 그곳에서 조금 더 가면 배봉산 둘레길 전망대 방향과 관리사무소 방향으로 갈라지는 이정표가 있는 곳이 나오는데, 거기서 전망대(정상) 방향으로 올라간다. 배봉산을 즐기며 걷는 두 번째 방법이 시작되는 것이다.
전망대까지 300m 정도 오르막이다. 전망대 둘레에 목책을 만들었다. 배봉산 정상 포토아일랜드라는 이름의 안내판이 두 개다. 사방이 훤히 트였다는 얘기다.
이곳은 삼국시대에 보루였다. 사방이 다 보이니 고구려, 백제, 신라 모두 중요하게 여긴 군사적으로 중요한 자리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아차산과 용마산, 인근의 봉화산에 설치됐던 보루와도 상관있는 곳이었다. 2015년까지 군사시설이 있었다.
전망대 동쪽으로 천마산, 구능산, 백봉산, 망우산, 용마산, 아차산, 남한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산줄기 안에 든 도심의 풍경도 볼만하다. 높이 솟은 롯데월드타워로 송파구 방향의 전망을 가늠한다.
전망대 서쪽으로 자리를 옮기면 청계산, 관악산, 남산, 안산, 인왕산, 북악산을 비롯해 북한산 능선이 이어지다 인수봉과 백운대를 밀어올린 풍경이 다 보인다.
전망대 터가 넓다. 전망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의자를 놓았다. 단발머리 여학생 혼자 의자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아차산과 용마산이 이어지는 능선을 본다. 멀찌감치 떨어진 의자에는 아줌마 둘이 앉았다. 의자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풍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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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가 하늘에는 연이 날고
전망대에서 꽤 오래 머물렀다. 몸을 움직여 사방으로 퍼진 풍경을 눈에 넣기도 하고, 그 풍경 속 봉우리와 골짜기, 도로와 빌딩을 낱낱이 들여다보기도 했다. 바람이 그치지 않는 의자에 앉아 가져온 시집을 읽는 동안 촉촉하게 옷을 적신 땀이 말랐다.
능선에 난 길을 따라 걷다 히어리 나무가 있는 히어리광장에 도착했다. 안내판에 따르면 히어리는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식물이다. 꽃은 노란 종 모양으로 봄에 핀다. 꽃말은 ‘봄의 노래’다. 가느다란 가지마다 바싹 마른 무언가가 매달려 있다. 꽃인지, 꽃의 일부분인지, 아니면 꽃이 아닌 다른 것인지….
히어리를 두고 내려가는 길, 휘경광장을 지나 산딸나무 쉼터로 가는 길에 배봉산 연육교로 내려가는 샛길이 보였다. 길은 배봉산 연육교를 건너 중랑천 제방 산책로 1코스로 이어진다. 더 걷고 싶지 않다면 연육교에서 걸음을 멈춰도 좋다. 내친김에 더 걷고 싶다면 중랑천 둑방길을 따라 3.6㎞를 더 걸으면 된다.
중랑천 둑방 양옆에 나무가 줄지어 섰다. 빈 가지만 남은 나무도 있고 아직도 나뭇잎이 많은 나무도 있다. 길게 이는 바람에 간신히 매달렸던 나뭇잎이 떨어져 공중에서 나부낀다. 멀리 보이는 소실점에서 사람들이 걸어나오기도 하고 그곳으로 걸어들어가기도 한다.
길옆 둑방 비탈에 선 나무 몇 그루는 아직도 붉은 단풍잎을 잔뜩 품고 있다. 지나는 사람 몇몇은 마지막 남은 가을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는다.
길 한쪽 옆 쉼터에 앉아 장기를 두는 할아버지, 아저씨들은 이 길이 일상이다. 그들의 일상 옆, 중랑천 냇가 둔치에서 누군가 연을 날리는지 파란 하늘에 연 하나가 바람을 잔뜩 머금고 떠 있다.
바람을 타는 연을 바라보며 겨울 한복판 엄동의 고향을 떠올린다. 꽁꽁 언 냇물, 칼바람 부는 둑방에 올라 목을 실컷 젖혀 하늘 높이 연을 날리던 아이 하나 그 추억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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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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