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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마크롱에 분노, 거리 나온 28만명···왜 하필 '노란조끼' 입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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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두건’ 쓰는 아르헨티나의 엄마들

폴란드에선 낙태금지에 반발하는 ‘검은시위’

중앙일보

유류세 상승에 반대하는 프랑스인들이 노란조끼를 입고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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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노란조끼’ 시위가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파리 샹젤리제 거리엔 노란조끼를 입은 시민 28만 명이 몰렸고, 24일엔 프랑스 전국 곳곳에서 10만 명이 길거리로 나왔는데요, 이후 시위는 프랑스 전역을 넘어 벨기에의 프랑스어권 지방인 왈로니아와 인도양의 프랑스령 레위니옹에까지 퍼졌습니다.

이들이 노란조끼를 입고 모인 이유는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기 위해서인데요 유류세와 노란조끼가 무슨 관계일까요? 바로 이 노란조끼가 프랑스에서 운전자들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에선 2008년부터 차 사고 등 비상상황에서 인명 구조를 원활히 하기 위해 '눈에 잘 띄는 색깔의 상의'를 차 안에 의무적으로 비치하도록 법제화했는데요, 이때부터 형광 노란조끼가 운전자를 상징하게 됐고 이번 시위대도 그런 뜻에서 노란조끼를 입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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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는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지난 1년 동안 경유 23%, 휘발유 15% 등 유류세를 급격히 올렸습니다. 게다가 내년 1월부터 또다시 탄소세 등 유류세를 추가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지금까지 높은 물가와 세금에 고통받던 중산층들의 분노가 폭발했다는 게 NBC 등 외신의 분석입니다. 노란조끼 시위대는 ‘마크롱 퇴진’ 구호도 불사하고 있습니다. 위기감을 느낀 마크롱 대통령은 27일 유류세 인상안을 국제유가 추이에 따라 재조정하고, 원자력발전 축소 계획도 10년 늦추겠다며 한발 물러섰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노란조끼의 분노는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황입니다.

말보다 강한 색…시위대도 컬러 마케팅
이처럼 시위대의 목소리를 상징하는 색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치인들뿐 아니라 전 세계 시위대들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컬러 마케팅’을 펼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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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광장 어머니회 집회 참가자가 흰 두건을 착용하고 있다. [사진 5월광장어머니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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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에서는 1977년부터 현재까지 ‘흰 두건’을 이용한 시위가 매주 목요일마다 열리고 있습니다. 바로 ‘5월 광장 어머니회’가 주최하는 시위입니다. 이 단체는 호르헤 비델라 군사독재정권(1976~1983년) 시절에 실종된 아들을 찾는 어머니 모임입니다. 당시 정권은 반정부운동을 하는 학생과 언론인을 납치·고문했었는데요, 어머니들은 아직도 흰 천기저귀를 연상시키는 두건을 쓰고 나와 독재정권을 규탄하고 실종된 자녀의 행방을 찾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에 도착해 첫 일정으로 5월 광장 어머니회를 만나 “한국에도 같은 시기 군부독재에 저항하다 희생된 분들의 가족 모임이 있다. 정말 가슴이 아프다”며 이들을 위로하고, 국립역사박물관을 찾아 희생자를 추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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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신 지지세력인 레드 셔츠 시위자들이 탁신의 막내 여동생 잉락 친나왓 전 총리의 사진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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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는 ‘옐로우셔츠’와 ‘레드셔츠’ 시위대가 있습니다. 입헌군주제 국가인 태국에서 왕실을 지지하는 세력은 노란색,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세력은 빨간색 옷을 입는데요, 유래는 지난 2006년 군부 쿠데타에 의해 탁신 친나왓 총리가 실각하자 탁신 총리의 복권을 두고 열린 찬반집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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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국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왕실을 상징하는 노란색 옷을 입어 옐로 셔츠라고 불린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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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신 친나왓 총리를 반대하는 엘리트 계층은 주로 노란색 옷을 입었는데요. 황금을 연상시키는 노란색이 태국 왕실을 상징하는 색깔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친서민정책을 펼친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친탁신 시위대는 노란색과 반대되는 빨간색을 입고 길거리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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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폴란드에서 임신중절 전면금지에 항의하는 '검은시위'의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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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에선 지난 2016년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의 ‘검은 시위’가 세계적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보수 정치권이 강간에 의한 임신 등의 경우에도 중절 수술을 금지하는 전면금지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열린 집회입니다. 검은색은 여성의 생식권 박탈에 대한 애도를 표하는 것입니다. 이 시위엔 자가 낙태에 사용되는 옷걸이도 시위 물품으로 등장해 ‘검은 옷걸이’는 낙태 합법화의 상징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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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성희롱 발언을 비난하기 위한 시위대들이 '분홍색 고양이 모자'를 쓰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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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집권한 다음날엔 미국 곳곳에서 ‘핑크 모자시위’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이 시위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성희롱 발언을 꼬집기 위해 시위대가 ‘분홍색 고양이 모자’를 쓰고 나왔는데요, 영어단어 ‘푸시’(Pussy)는 고양이를 의미하는 동시에 속어론 여성의 성기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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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총기규제를 요구하는 시위대들이 오렌지색 옷을 입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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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국에선 2013년부터 ‘오렌지를 입자’(Wear Orange)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이들은 오렌지색 옷을 입고 길거리로 나와 총기규제를 요구합니다. 미국에선 사냥꾼들에게 총에 맞지 않도록 눈에 띄는 주황색 옷을 입도록 권고하고 있다는 점을 착안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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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들의 퀴어문화축제에서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 천막이 휘날리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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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2014년 홍콩에선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우산혁명’ 시위대는 최루탄 공격을 막기 위해 노란 우산을 펼쳐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성소수자들은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색을 자주 사용하는데요, 여러분들 머릿속에 남아있는 시위대는 무슨 색인가요?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 재미로 풀어보는 오늘의 퀴즈

색은 말보다 강하다

기사를 꼼꼼히 읽으셨나요? 퀴즈를 통해 시위대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잘 전달됐는지 확인해봅시다.

Q1 :최근 프랑스에서 유류세 인상에 반발한 시민들이 입은 조끼는 무슨 색일까요?

Q2 :태국에서 탁신 총리 지지 세력을 이르는 말은 무엇일까요?

Q3 :아르헨티나에서 흰 두건을 쓰고 집회를 여는 '5월 광장 어머니회'는 매주 무슨 요일에 모일까요?

Q4 :총기규제를 촉구하는 사람들은 왜 오렌지색 옷을 입을까요?

-정답확인 : http://news.joins.com/article/olink/22763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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