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년까지 초원에서 사육
곡물·미네랄 사료 먹여 비육
스트레스 최소화 시설서 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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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미국산 쇠고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공장식 사육’이다. 좁은 공간에 가둬 놓고 성장촉진제를 맞으며 길러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미국에서 태어난 소는 모두 초원에서 길러진다. 미국의 사육 농장에서 길러지는 소 한 마리당 차지하는 면적이 평균 6만㎡다. 축구 경기장 8개 크기다. 이렇게 넓은 땅에서 스트레스 없이 자란다. 생후 6개월까지는 엄마 젖을 먹고, 생후 12개월까지는 자유롭게 풀을 뜯어 먹으며 자란다.
과학적 관리로 풍미 깊은 육질
이런 비육·도축 과정에서는 소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시스템이 작동된다. 스트레스에 따라 소의 육질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2012년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가 많은 소는 무게가 잘 늘지 않고 질기며 마블링도 떨어진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피 속에 남은 채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문제도 있다.
우선 비육장에서는 쾌적한 환경이 유지되도록 관리한다. 사료통 높이를 소 키에 맞추고 바닥이 언제나 보송보송하도록 온도·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도축장으로 옮겨질 때도 스트레스를 최소화한다. 예컨대 운반 과정에서는 덜컹거림을 느끼지 않도록 경사가 거의 없는 도로로 주행 경로를 짜서 이동한다. 도축 전에는 반드시 고통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렇게 도축된 소의 지육(큰 덩어리)은 가공 공정으로 보내져 부위별로 소분·포장된다. 도축 가공장에는 미 농무부(USDA) 검사관이 상주해 안전성과 품질 검사를 한다. 항생제가 남아 있는지, 미생물에 오염되지는 않았는지 등을 감시한다.
수송 도중에 ‘숙성 효과’ 생겨
미국에서 도축된 쇠고기는 며칠 만에 국내에 도착할까. 냉동과 냉장, 두 가지 방식으로 수송되는 데 약 20일이 걸린다. 냉동의 경우 도축한 뒤 바로 급속 냉동 후 진공 포장을 하기 때문에 수분 손실 없이 좋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단 소비자가 해동할 때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냉동 고기를 상온에서 해동하면 산화가 진행되고 수분 손실이 커 탄력과 풍미가 떨어질 수 있다. 냉동 쇠고기는 조리하기 하루 전 냉장실에서 서서히 해동해야 한다.
냉장 고기는 한 번도 얼리지 않은 상태로 국내로 들어온다. 흔히 냉장육은 방부제를 첨가해 수입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오해다. 산소가 차단된 진공 포장 상태에서 -1~1도 사이만 유지해주면 세균이 번식하지 못해 신선함이 그대로 유지된다. 오히려 고기 품질을 좋게 하는 ‘숙성 효과’가 생긴다. 스테이크 전문가인 제로투나인 정성구 셰프는 “쇠고기는 도축 직후 강직이 생겨 다소 뻣뻣해지기 때문에 최근 숙성시켜 먹는 것이 트렌드인데, 보통 20일 정도 숙성한다”고 말했다. 숙성시키는 과정에선 아미노산과 올리고펩티드 등의 성분이 증가해 조직이 부드러워지고 풍미는 향상되며 육즙이 풍부해지는 ‘단백질의 자기 소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포장을 뜯은 후에는 가급적 빨리 소비해야 한다. 정 셰프는 “쇠고기가 갑자기 산소와 접촉하면 산화가 빠르게 일어난다”며 “포장을 뜯은 냉장육은 가급적 4일 이내에 소비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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