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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프랑스서 들불처럼 번지는 `노란조끼`…마크롱 최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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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에 훼손된 佛상징 조각상…아수라장 된 파리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 1~2일(현지시간) 유류세 인상에 항의하는 '노란조끼' 시위가 격해지면서 폭력 사태가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개선문에 있는 프랑스 혁명정신(자유·평등·박애)의 상징 마리안 조각상이 1일 훼손됐다(사진 왼쪽). 다음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시위 현장인 샹젤리제 거리를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 EPA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취임 후 최대 정치 위기를 맞았다. 프랑스에서 폭력 사태로 번진 '노란조끼' 시위에 일부 극우·극좌 등 과격 성향 집단이 포함돼 있지만, 시위대 대다수가 평범한 중산층 시민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 마크롱 정부를 크게 압박하고 있다. 지지율 급락에도 불구하고 친기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경제개혁 추진을 강행해온 마크롱 대통령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2일(현지시간) 시위 현장인 개선문과 샹젤리제 거리를 둘러보며 경찰관과 소방관들을 격려했다. 그리고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와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내무장관 등 주요 장관들을 불러 비상각료회의를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카스타네르 장관에게 추가 폭력시위에 대비해 주요 도시 경비를 대폭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또 필리프 총리에게는 야당 지도자들과 '노란조끼' 대표단을 만나 일단 대화로 해법을 찾으라고 주문했다. 당초 프랑스 정부는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화를 먼저 선택한 셈이다.

하지만 대화만으로 사태가 진정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번 시위가 파리를 중심으로 3주째 이어지면서 진압을 위해 국가비상사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자는 정부 내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뱅자맹 그리보 정부 대변인이 "심각한 폭력 사태로 확산하고 있는 시위를 막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포함한 모든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CNN이 이날 전했다. 그는 이어 "카스타네르 장관도 비상사태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면 시위를 비롯한 공공 집회가 금지된다.

유류세 인상과 관련해 강경한 입장이었던 마크롱 대통령을 한발 물러서게 한 이번 '노란조끼' 시위대의 주력이 중산층이라는 점이 이번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정치컨설턴트회사 오픈시티즈의 팜케 크룸브물러 정치리스크 헤드는 NBC와 인터뷰하면서 "프랑스 중산층은 연금과 실업보험 재원 충당을 위해 고율 세금을 부담하면서도 빈곤층은 아니라서 돌려받는 것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은 치솟는 물가와 생활비에 질린 상태"라고 설명했다.

NBC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연간 소득이 3만675~8만2237달러 구간은 세율이 30%다. 반면 미국에서는 같은 소득 구간에 대한 연방세율이 12~22%다.

또 '노란조끼' 운동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대형 시위 대부분은 노조가 주도해온 프랑스에서 특이한 현상이라고 NBC는 전했다.

크룸브물러 헤드는 "이번 시위가 노조에 의해 조직되지 않았다는 점은 불만이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대표가 '노란조끼' 폭력시위를 비난한 것도 시위대와 극우세력 간 간극이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르피가로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 중 80%가 '노란조끼' 시위를 지지했다. 반면 프랑스여론연구소(IFOP)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11월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25%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노란조끼'가 국민에게 지지를 받으면서 마크롱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개혁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짐 실즈 영국 워릭대 정치학과 교수는 블룸버그에 "노란조끼 시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질 수 있지만, 분노는 새로운 형태를 띠면서 계속 마크롱 태통령을 위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연금개혁과 실업급여 삭감 등 정책을 완수할 수 있을지 불명확해졌다"고 말했다.

'노란조끼'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지면서 파리 중심가는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아수라장이 됐다. 파리 상징인 개선문에는 '노란조끼가 승리할 것' '우리가 깨어나고 있다' '마크롱 퇴진' '반달리즘(문화·공공시설 파괴) 만세' 등 낙서로 얼룩졌다. 과격 시위대의 방화로 190여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6개 건물이 불탔다. 일부 시위대는 정차된 차량과 폐타이어, 폐가구 등으로 쌓아놓은 바리케이드에 불을 지르거나 상점 진열창을 부쉈다. 경찰은 최루탄과 연막탄, 물대포를 쏘며 진압했다.

시위가 벌어질 당시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던 마크롱 대통령은 불관용 원칙을 밝혔다. 그는 지난 1일 G20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공권력을 공격하고 상점을 약탈하며 시민과 언론인을 위협하는 것, 그리고 개선문을 더럽히는 것은 그 어떤 대의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폭력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 외의 프랑스 전역에서 유류세 인하와 고유가 정책 폐기를 요구하는 노란조끼 시위는 곳곳에서 벌어졌고 지난 주말에만 총 20만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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