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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檢 “양승태, 日기업 변호사 만나… 징용재판 지연 직접 개입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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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대-고영한 구속영장에 적시

동아일보

김명수 대법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 도착해 출근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뉴스1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직접 조사는 수사가 진행될수록 그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중 법원행정처장을 겸임한 박병대(61), 고영한 전 대법관(63)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 직후 이렇게 말했다. 검찰은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에 양 전 대법원장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올 10월 27일 구속 수감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의 구속영장에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 고 전 대법관 등 직속 상급자 3명을 공범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양 전 대법원장만 아직 검찰에 소환되지 않았다.

○ “양 전 대법원장, 강제징용 재판에 직접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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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18일부터 5개월 넘게 재판 개입 의혹 등을 수사해온 검찰은 3일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에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지연에 직접 개입한 정황을 포함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 중 일제 전범기업을 대리했던 김앤장법률사무소 소속 A 변호사를 2015, 2016년 세 차례 직접 만났다. A 변호사는 당시 임 전 차장으로부터 청와대, 외교부와 대법원 간의 소송 관련 논의 진행 상황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양 전 대법원장은 오랜 지인인 A 변호사를 서울 서초구 대법원장 집무실과 음식점 등에서 만나 강제징용 피해자의 소송 지연 방안과 소송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여부를 확인해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A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이 같은 내용을 박 전 대법관의 영장에 포함시켰다.

이처럼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 개입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법원행정처장과 차장 등으로부터 단순히 보고만 받은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공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 검찰 “개인적 일탈 아닌 직위 따른 범죄”

검찰이 청구한 박, 고 전 대법관 구속영장의 범죄 사실은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 내용과 유사하다. 2012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약 4년 7개월 동안 법원행정처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 근무한 임 전 차장이 바로 윗선인 법원행정처장을 겸직한 두 전직 대법관의 지시를 받았다고 보는 게 검찰의 시각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 동안,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박 전 대법관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지연과 통합진보당 의원의 지위 확인 행정소송 개입, 고 전 대법관과 공통적인 혐의인 특정 성향의 판사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작성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문건의 승인 등 30여 가지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 전 대법관은 부산고법 판사가 연루된 부산지역 건설업자 뇌물사건 재판 개입 등 20여 가지 의혹에 연루됐다.

검찰 관계자는 “두 분(박, 고 전 대법관)은 임 전 차장의 상급자로서 더 큰 결정 권한을 행사했다”며 “두 분이 일부 하급자와 다른 진술을 하고 재판 독립과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은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법 가치이므로 매우 중대한 구속 사안”이라고 말했다.

○ 구속영장 실질심사 맡을 판사는?

사상 초유의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누가 맡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재판부는 5곳으로 박범석 이언학 허경호 명재권 임민성 부장판사 중 1명이 무작위 전산배당 원칙에 따라 심사를 맡게 된다. 법원 안팎에선 검사 출신인 명 부장판사와 올해 10월 영장 전담 재판부에 새로 투입된 임 부장판사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두 부장판사 모두 대법원이나 법원행정처 근무 경력이 없다. 다른 부장판사들은 수사 대상에 오른 판사들과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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