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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남은 연차, 다 쓰셨나요?" 연말 휴가 눈치보는 직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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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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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장인 5년차 김모씨(32)는 올해 연차가 10일이나 남았다. 과도한 업무로 연차를 쓰더라도 대체 인력이 상사라는 부담감 때문에 남은 일수를 전부 소진하는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라고 했다. 심지어 근로계약서에는 연차 미사용시 수당을 지급한다는 내용도 써있지 않았다. 김씨는 "규모가 작은 회사라 연차유급휴가 사용촉진제도도 없고, 사회초년생인 사원들도 잘 모르는 분위기"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2. 연차 사용촉진제도가 도입된 회사라고 분위기는 다르지 않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오모씨(31·여)는 경영지원실로부터 한달 전 "빨리 연차를 소진하라"는 안내문을 받았다. 그러나 연말에 바쁜 부서 분위기상 5일 남은 연차를 '붙여쓰기'란 여간 눈치가 보이는 일이 아니었다. 결국 오씨는 계획했던 겨울휴가 대신 하루씩 쪼개서 쉬는 방법을 택했다. 오씨는 "그래도 남은 5일을 다 쓰지 못할 예정"이라며 "사실상 연차 사용촉진제는 전혀 쓸모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차사용촉진제도? 소용없어"
12월이 되면서 남은 연차를 소진하지 못한 상당수 직장인들이 한숨을 내 쉬고 있다. 예년처럼 바쁜 업무와 상사 눈치에 시달려 연차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휴가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03년 연차유급휴가 사용촉진제도를 도입했지만 실제로 지켜지지 않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이 현장의 반응이다.

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연차유급유가 사용촉진제도는 근로기준법 제61조에 근거해 회사에서 휴가사용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에 근로자에게 사용하지 않은 연차휴가를 쓸 것을 요청하고, 만약 회사가 부여한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금전 보상 의무가 면제되는 제도를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직장 내에서는 사용하지 못한 연차를 수당으로도 받지 못하기도 한다. 직장인 권모씨(29)는 "최근 부장님으로부터 연차 사용에 대해 '꼭 다 쓸 필요 없잖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듣고나니 더 연차를 쓰기가 민망해졌지만 안 쓴다고 돈으로 받지도 못하니 아까워 속이 탄다"고 하소연했다.

■"제도적인 보완 필요"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연차와 관련된 고민에 휩싸인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달 19일 직장인 722명을 대상으로 '올해 연차 소진 현황'을 조사한 결과 79.1%가 '올해 연차를 다 쓰지 못했다'고 답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가 지난달 발표한 '2018년 대한민국 직장갑질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고 답한 직장인 역시 임금 수준·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43.6점(100점 만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현탁 노무사는 "연차 사용촉진제도를 도입한 회사는 연차를 쓴 직원들이 나와서 일을 하더라도 회사는 근로자의 노동을 거부한다는 '노무수령거부 의사'를 밝혀야 하지만 일반회사에서는 거의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또 원칙대로라면 연차 촉진제도가 있더라도 연차를 다 사용하지 못했을 경우 수당을 지급하는게 맞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시 노무수령의사 여부를 포함하거나 출근기록 여부를 확실히 하는 등 제도적인 강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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