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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결정적 순간마다 노동계가 ‘발목’…갈길 먼 광주형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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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5일 오전 광주광역시청 중회의실에서 이용섭 시장이 ‘광주형 일자리’ 협상 잠정 합의안의 추인 여부를 심의할 노사민정협의회 하반기 본회의 연기를 선언한 뒤 자리를 뜨고 있다. 임금을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광주형 일자리’ 잠정 함의안에 단체협약 유예 조항이 포함된 것을 확인한 한국노총이 불참하면서 이날 노사민정협의회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로 연기됐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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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계, 6개월간 번복 거듭…5일 노사민정협의회도 불참

- 광주형 일자리, 독일 ‘아우토 5000’ 벤치마킹…노사 상생 일자리 창출 모델

- ‘고임금ㆍ저효율’ 구조 해결, 車 경쟁력 회복할 ‘시금석’ 평가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임금은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민선 6기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공약으로 내걸고 논의를 시작한 사업이다.

연산 10만대 규모의 공장을 유치해 직간접 고용 포함 ‘연봉 4000만원, 일자리 1만개’를 만들고 정부와 광주시가 주택과 의료, 교육을 지원해 실질소득을 높이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현대차가 투자검토 의향서를 제출하며 성사가 이뤄지는 듯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노동계가 번복을 거듭하며 6개월째 발목이 잡히고 있다. 급기야 노동계의 ‘몽니’로 좌초될 위기까지 처했다.

실제 광주형 일자리는 지난 6월 1일 현대차가 투자검토 의향서를 제출하며 가시화되는 듯 보였다.

현대차는 마진이 낮아 생산비용을 낮추는 것이 중요한 경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내수 생산분을 광주시 공장에 위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불과 3개월만인 지난 9월 광주 노동계가 투자의 전제조건이었던 ‘노사민정 대타협 공동결의’에 없는 노동계 4대 원칙 수용을 요구하며 광주형 일자리는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이후 광주시 및 지역의 설득으로 노사민정에 합류했지만, 지난 13일 다시금 노동계가 일방적인 입장이 담긴 협상안을 제시하며 투자자들과 갈등을 빚었다.

현대차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원ㆍ하청 관계 개선 ▷노사 책임경영 등이 포함된 광주시-노동계 합의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연봉 조건부터 협력업체 처우까지 기존 결의사항을 번복하는 수준을 넘어선 더욱 강력한 요구가 담겼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달 정치권에서 광주 대신 다른 지역 일자리로 바꾸면 된다는 언급이 나오자 광주시는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꿨다. 광주 노동계도 광주시에 협상의 전권을 포괄 위임한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다시 한 번 테이블에 앉은 현대차와 광주시는 막판 협상에서 현대차에 제시했던 초안을 대폭 반영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전날인 4일, 광주시가 현대차와의 합의 내용을 공개한 것에 대해 광주 노동계가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6일 예정된 투자협상 조인식은커녕 5일 오전 진행하기로 했던 노사민정협의회도 노동계가 불참을 선언하며 그 의미가 퇴색될 위기에 처했다.

한편 노사 상생형 일자리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독일 폴크스바겐의 ‘아우토 5000’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1990년대 급격한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많은 완성차 공장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가운데 폴크스바겐은 2001년 정부와 ‘아우토 5000협약’을 체결, 독일 내에 새 공장을 지었다. 실업자 5000명을 고용하는 대신 기존 근로자 대비 20% 낮은 5000마르크를 지급했다. 이후 티구안 등을 생산하는 등 성공적으로 공장을 운영해 왔다.

우리 정부 및 광주시는 광주형 일자리 시작으로 1만개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면 침체된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연쇄 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도 ‘고임금 저효율’이라는 고질적 문제를 안고 있는 국내 자동차 산업에 광주형 일자리가 경쟁력 회복을 위한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의 구조로는 자동차 산업이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계에선 외려 광주형 일자리가 자동차업계 근로자의 임금 상승폭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는 등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광주형 일자리를 둘러싼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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