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제 "중국 기사 그 누구도 안국현 쉽게 보지 못할 것"
안국현, 삼성화재배 준우승 |
(고양=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안국현 8단이 생애 첫 세계대회 우승을 눈앞에 뒀다가 아쉽게 패했지만 "후회는 없다"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안국현은 5일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3번기 제3국에서 커제에게 324수 만에 흑 다섯집 반으로 패했다.
1승 1패를 나눠 갖고 들어선 3국은 팽팽했다. 안국현은 후반 들어 반집으로 이길 상황을 만들었지만, 끝내기 과정에서 치명적인 실수(281수)를 해 우승컵을 커제에게 내줬다.
그러나 삼성화재배에 한국 기사로는 유일하게 4강에 올라 결승까지 진출하고, 중국랭킹 1위 커제를 상대로 접전을 펼친 안국현에게는 박수가 쏟아졌다.
시상식에서 안국현은 "4강전부터 한국 기사 중 혼자 남아서 대회를 치렀는데, 그 덕분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응원을 받았다. 그 힘으로 결승까지 갔고, 결승에서도 잘 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결과는 아쉽지만, 많은 응원을 받았고 저도 최선을 다해 실력을 다 발휘했으니 후회는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국현은 "물론 우승을 하고 싶었고 많이 노력했다. 그러나 우승을 하든 안 하든 어차피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 이번에는 우승하지 못했지만, 더 노력해서 실력을 쌓는다면 다시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우승의 꿈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안국현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입대할 예정이다.
그는 "이번 달에 입대를 신청할 예정이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실력이 조금 줄겠지만, 계속 노력한다면 다시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바둑을 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결승 대국 마친 안국현(왼쪽)과 커제 |
커제와 우승컵을 다툰 것은 안국현에게 특별한 경험이 될 전망이다.
안국현은 "커제는 기보로만 봤는데, 직접 둬 보니 역시 엄청나게 강한 기사였다. 어제 2국에서 너무 힘을 못 쓰고 져서 아쉽다. 오늘은 나쁘지 않았는데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 것도 제 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안국현의 침착한 바둑에 흥분한 커제는 대국 중 머리를 뽑고 탁자를 치는 행동을 해서 주의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안국현은 "대국 중 상대의 그런 행동을 신경 쓰면 오히려 상대에게 더 말린다.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를 자극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전혀 영향받지 않았다"며 집중력을 유지한 비결을 밝혔다.
안국현은 이번 준우승으로 안국현은 한국기원 승단 규정에 따라 9단에 오를 예정이다.
커제는 이날 우승으로 2015·2016년을 이어 이번에 세 번째 삼성화재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또 자신의 6번째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최강의 바둑 기사임을 입증했다.
커제는 "마지막에 굉장히 힘들었다. 안국현이 계속 뒤따라 왔었다면 저도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안국현이 281수에서 패를 해소해서 내가 이긴 것 같다"고 이날 대국을 돌아왔다.
그는 "안국현은 현재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는 선수다. 제가 느끼기에도 안국현은 강했다"며 "중국에 있는 그 어떤 선수들도 안국현을 쉽게 보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국현, 삼성화재배 준우승 |
커제는 지난 3일부터 삼성화재배에서 결승 3번기를 두기 직전 중국 내 기전인 난가배에서도 결승 3번기를 벌여 준우승을 거뒀다.
지난 일주일 동안 6번의 대국을 펼쳐 피로가 쌓이고 감기에도 걸려 이번 삼성화재배 결승이 무척 힘들었다고 커제는 돌아봤다.
그는 "해마다 우승을 하나씩 하는 것이 목표다.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하고 싶어서 난가배를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바둑 발전을 위해 포기하지 않았고, 꼭 버티자는 마음으로 삼성화재배에 임해 우승해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국랭킹 1위 자리를 다른 선수에게 내줬다가 다시 찾은 커제는 "이번 우승은 자신감을 끌어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뻐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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