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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문 대통령이 관심 당부한 '전대금융'…'신남방정책' 숨은 조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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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세기의 짝꿍]<5-1>수출입은행이 해외 현지은행 통해 수출기업 지원하는 전대금융…경제외교 버팀목

#1.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현재 우리 수출입은행(수은)이 추진 중인 아르헨티나 은행과 ‘전대금융’이 성사돼 활용되면 양국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 문 대통령의 경제외교에 수은의 전대금융이 활용된 사례는 이 뿐이 아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지난 9월 방한 때 성사된 현대엔지니어링의 ‘설핀도 VCM & PVC (석유화학공장) 증설사업’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전대금융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은성수 수은 행장은 지난 3월 문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방문길에 동행해 현지 기업들을 대상으로 ‘전대금융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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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왼쪽)과 베네딕트 오라마 아프리카수출입은행장이 지난 5월 23일 '한-아프리카 장관급 경제협력회의'가 열린 부산 벡스코에서 만나 2억달러 규모의 전대금융 한도계약을 체결했다./사진제공=수출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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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이 전대금융을 통해 정부의 경제외교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대금융은 지난 11월말 기준 설정액만 68억1500만달러(약 7조6000억원)으로 2010년 30억달러 규모에서 2배 이상 확대되며 지원 범위를 세계시장으로 넓히고 있다.

전대(轉貸)금융이란 수은이 신용공여 한도 계약을 맺은 해외 현지은행에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빌려주면 해당 은행이 한국 기업과 거래관계에 있는 현지 기업에 대출해주는 금융기법이다. 수은은 전대은행(해외 현지은행)의 리스크를, 전대은행은 현지 기업의 신용 및 사업 리스크를 나눠 부담하는 방식이다.

전대금융은 주로 한국 기업들의 신흥시장 개척을 위한 자금 조달 방법으로 활용된다. 전대금융이 동원되면 국내 수출기업은 선적 등 주요 의무를 이행한 후 곧바로 전대은행을 통해 수출대금을 회수할 수 있고 만에 하나 현지 수입기업이 전대은행에 결제대금을 상환하지 못하더라도 받은 돈을 상환할 필요가 없다. 수은 역시 외국에 영업점을 직접 설치하지 않고도 현지 은행을 통해 국내 기업의 수출과 해외 진출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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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해외 거래처에 “수은 전대금융 써 보세요” 소개=전대금융은 주로 한국 기업에서 물품이나 서비스를 수입하는 해외 현지기업에 결제자금을 지원하거나 해외 소재 한국계 기업의 현지 필요자금 또는 해외 거래 기업의 구매자금을 대출하는데 사용된다. 국내 기업이 직접 해외 거래처에 수은의 전대금융을 제안하거나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이 전대금융을 통해 한국계 은행들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한 경우도 있었다.



#국내 전자제품 제조업체 A사는 나이지리아 법인에서 생산한 제품을 현지 유통업체 B사에 판매해 왔는데 B사의 달러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판매 규모를 확대하기 어려웠다. A사 현지법인 직원은 나이지리아 C은행에 수은의 전대금융 한도가 설정돼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유통업체 B사에 C은행에서 전대금융 상담을 받아볼 것을 제안했다. 상담 결과 B사는 직접 대출보다 저렴한 금리의 전대금융을 활용해 C은행에서 달러를 조달하게 됐고 A사는 B사에 대해 매출을 확대하면서 파트너십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한국에서 원자재를 조달해 베트남에서 주방용품을 생산, 수출해온 국내 중소기업 D사 현지법인은 공장 증설을 위한 시설자금이 부족해 국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 검토했지만 모기업이 법인 자격으로 연대보증을 서라는 요구를 받아 망설이고 있었다. D사 현지법인 직원은 수은의 전대금융 한도가 설정된 베트남 현지은행에서 대출 상담을 받은 뒤 모기업의 연대보증 없이 늦지 않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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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국 23개 은행서 이용 가능…신흥시장 중심 추가 확대=전대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국가와 은행은 지난 11월말 기준으로 12개국, 23개 은행이다. 인도,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에 이용 가능한 은행이 8개(전대금융 한도 40억5000만달러)로 가장 많다.

중남미와 중동에는 각각 4개 은행이 있고 한도는 각각 11억6000만달러, 6억달러다. 다만 중동의 이란은 미국의 제재로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CIS(독립국가연합) 5개 은행(7억500만달러)과 아프리카 2개은행(3억달러)에서도 전대금융을 이용할 수 있다. 수은은 또 앞으로도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발맞춰 아시아권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전대은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수은 관계자는 “전대금융을 통해 국내 수출기업은 선적 등의 의무만 이행하면 빠르게 수출대금을 회수할 수 있고 수출대금이 미납돼도 리스크가 없다”며 “현지 거래처는 현지 은행에서 직접 대출받는 것보다 저렴한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은 본사의 연대보증 없이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대금융 확대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수월해지는 것도 국가경제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변휘 기자 h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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