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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은행권 자영업자 대출 늘리나 줄이나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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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정부 당부도 이중적…성장 위해 자영업자 대출 확대 필요하나 부실 위험 부담]

머니투데이


은행들이 자영업자 대출을 늘려야 하는지, 조여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정부가 어려운 자영업자의 대출을 회수해 우산을 뺏지 말라고 주문하는 동시에 자영업자 대출이 가계대출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당부하는 이중적인 메시지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5개 은행의 지난달말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22조57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0월말 220조1745억원 대비 1조8832억원, 0.85% 증가한 것이다.

자영업자 대출은 올들어 지난 11월말까지 19조2362억원, 9.5% 늘어났다. 이는 전체 대출 증가율 7.0%는 물론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 8.5%보다 높은 수치다. 은행들이 자영업자 대출을 늘린 것은 각종 규제로 가계대출을 늘리기 어려워 대안으로 자영업자 대출을 통해 자산 성장을 꾀한 결과다.

하지만 앞으로도 자영업자 대출을 계속 늘여야 하는지는 고민이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 가계대출은 분명하게 조이라는 입장인 반면 자영업자 대출에 대해선 혼재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지난달 19일 ‘가계부채 관리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자영업자 대출은 부실화될 경우 가계대출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유의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자영업자 대출은 과도하게 제약하면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우려가 있는 만큼 체계적인 부채관리와 맞춤형 지원방안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과 리스크 관리를 동시에 신경 써야 하는 은행으로서도 고민이다. 성장을 위해 자산을 늘리려면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 특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자영업자 대출을 함부로 늘렸다가는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내수경기 부진으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 은행장은 “금융당국이 자영업자 대출을 신중하게 관리하라고 하지만 현 정부의 자영업자 지원 기조로 보면 조이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된다”며 “어려운 자영업자를 돕기 위해 대출을 알아서 해주라는 의미인 것 같은데 무작정 대출을 늘리면 부실 위험도 커질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은행이 정부가 주문대로 자영업자 대출을 늘리다가 부동산임대업자 대출만 늘렸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부동산임대업자 대출은 자영업자 대출의 40%를 차지한다. 은행들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산업별 대출 비중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경향이 있어 자영업자 대출을 늘리려면 부동산임대업자 대출도 늘릴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영업자 대출과 부동산임대업자 대출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떼려야 뗄 수가 없다"며 "자영업자 대출을 확대하라고 하면서 부동산임대업자 대출은 늘리지 말라고 하는 것도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학렬 기자 toot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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