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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중소기업 R&D 96% 성공하는데 사업화는 48% 불과...공공기관이 도와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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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에 사용되는 미세모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인 ‘비비씨’는 미세모와 관련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췄지만 정작 사업화를 하기 위해 3년이 걸렸다. 기술은 있지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공정을 혁신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묘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비비씨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문을 두드렸고 4개월간 전문가들과 빅데이터,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칫솔 생산 설비와 칫솔 성능 최적화 설계를 진행한 결과 칫솔 미세모 공정자동화 기계를 개발, 생산성을 약 10배 올려 사업화하는 데 성공했다. 비비씨는 오랄비, LG, 애경 등에 칫솔모를 납품하며 2016년 124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4차산업혁명이 화두가 된 최근 몇 년간 혁신의 주체인 연구개발(R&D) 분야와 기업들의 체질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새로운 기술력보다는 융합과 초연결을 바탕으로 한 데이터 기반 혁신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조선비즈

4일 대전 ICC호텔에서 열린 국제 콘퍼런스에서 로빈 윌리엄스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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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대전 ICC호텔에서 KISTI 주최로 열린 ‘중소기업 혁신생태계 구축을 위한 국제 콘퍼런스’에 참가한 기술사업화 전문가들은 비비씨의 사례처럼 개발한 기술을 사업화하는 데 병목이 되는 지점을 다양한 빅데이터를 통해 정확히 찾아내고 해결하는 데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콘퍼런스에 초청강연을 위해 방한한 과학기술 혁신 관련 세계적 전문가인 로빈 윌리엄스 영국 에든버러대 과학기술혁신연구소장은 "혁신이 강조되면서 정책 입안자들이 새로운 기술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술 개발 과정은 길고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으며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기술은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와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기업 혁신은 기술만 보지 말고 다학제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윌리엄스 교수가 몸담고 있는 에든버러대 과학기술혁신연구소는 경영학부와 경제학부, 법학부, 정보학부, 예술엔지니어링학부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과학기술 혁신 방향을 함께 모색한다. 그 결과가 국가 정책으로 입안돼 실질적인 성과를 낸 경우도 많다는 게 윌리엄스 교수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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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선(사진) KISTI 기술사업화 센터장은 윌리엄스 교수 강연에 이은 발표에서 "혁신은 기존에 전혀 없던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라고 여겨지는데 사실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며 "기존 제품이나 프로세스의 개선, 시장에 적합한 생산 시스템을 갖추는 것 등의 변화가 모두 혁신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KISTI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의 R&D 성공률은 96.3%에 달하지만 사업화율은 47.9%로 뚝 떨어진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혁신의 ‘과실’을 거두는 중소기업이 절반도 안된다는 의미다. 인풋에서 아웃풋을 창출하는 과정에서의 걸림돌을 항공기의 ‘블랙박스’로 비유하자면 이 블랙박스를 꺼내어 분석하고 해답을 찾아내는 역할을 공공연구기관이 해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윌리엄스 교수는 "일본, 홍콩, 영국, 독일 등 많은 국가가 중소기업 기술사업화를 공적영역에서 지원하고 있다"며 "영국만 해도 ‘스코티쉬 엔터프라이즈(Scottish Enterprise)’라는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의 혁신 및 해외진출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선 센터장은 "특정 중소기업을 중심에 놓고 전문가들이 ‘블랙박스’ 속 혼재된 문제점을 찾기 위해 2~3년간 집중하면 대부분 꼬인 부분이 어딘지 찾아내고 해결해 중소기업 혁신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수 기자(rebor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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